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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낙태죄 폐지 문제 공론화에 불이 붙을 조짐이 보이자 당황한 모습이다.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물을 통해 불거진 논의에 조국 민정수석이 답변하면서 사태가 확산되자, 이를 경계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공식적으로 청와대는 발표를 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를 봐야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의 낙태문제 공론화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낙태죄 폐지 청원'이 23만명의 추천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청원인은 지난 9월 30일 "원치 않는 출산은 당사자와 태어나는 아이, 그리고 국가 모두에 비극적인 일"이라며 "국민들이 제대로 된 계획에 의해 임신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언급했다. 이 게시물은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어 1달 만에 23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26일 청와대 청원 게시물로 올라온 낙태죄 폐지 문제에 대해 답변했다. 결론을 못박지 않고 "국가의 의무와 역할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조국 수석은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있다"며 "이제는 태아 대 여성, 전면 금지 대 전면 허용 이런 식의 대립 구도를 넘어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단계"라고 했다.
이어 "근래 프란체스코 교황은 임신중절에 대해서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며 "이번 청원을 계기로 우리 사회도 새로운 균형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조국 수석의 말에 대해 천주교는 반발했다.
천주교 측은 지난 27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왜곡·인용했다며 강력 항의했다. 낙태에 반대하는 가톨릭 교회의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조국 민정수석이 언급했던 2013년 8월 19일 이탈리아 잡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태가 확산되자,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날 "(조국 민정수석이 언급했던) 교황의 발언은 해석의 문제가 있어, 당시 기록을 참고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정면으로 반박하는 대신 진화에 나선 발언이다.
청와대의 반응은 낙태 공론화 움직임이 자칫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낙태 문제는 종교는 물론, 남녀 평등, 성과 윤리의식 등 사회 전반에 있어 첨예한 대립을 이루고 있는 민감한 주제다. 자칫 청와대가 스스로 붙인 불에 의해 국론이 분열될 경우, 그 피해는 문재인 정부에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조심스러워 하는 이유다.
대표적 사례가 탈원전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대선 기간에 탈원전 공약을 앞세웠지만, 집권 후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지 문제를 두고 여론의 반대에 부딪쳤다.
결국 공론화위원회에서 3개월 간 치열한 격론을 벌였고, 당초 계획과는 다르게 원전 공사를 재개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 과정에서 공론화 기간 3개월 동안 공사중단으로 협력사 손실비용만 1천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청와대의 우려에 민주당 지도부도 발을 맞추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수석부의장은 28일 "민주당이 낙태죄 존폐에 대해 공론화 위원회를 검토중이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홍 수석부의장은 "사회적 공론화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우원식 원내대표도 동일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당 지도부에서 '공론화위원회'를 언급했던 지난 27일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공론화위를 구성해 결론을 내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낙태죄 폐지 여부에 대해선 조만간 당에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