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들, 박물관 조성 금시초문…지역구의회 의원들도 "서울시만의 잔치"
  • ▲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구 서울북부지방법원 건물이 시민생활사박물관으로 재탄생한다. 31일 착공식에 김종욱 서울시 정무부시장,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환 노원구청장 등이 착공식에 참석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구 서울북부지방법원 건물이 시민생활사박물관으로 재탄생한다. 31일 착공식에 김종욱 서울시 정무부시장,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환 노원구청장 등이 착공식에 참석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서울시가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옛 북부법조단지를 '시민생활사박물관'으로 착공한다고 밝힌 가운데 지역 주민들의 의사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난 31일 오후, 2019년 개관을 목표로 노원구 옛 북부법조단지에 1960~1980년대 시민들의 일상을 담은 '시민생활사박물관' 착공에 들어갔다.

    이날 착공식에는 김종욱 서울시 정무부시장,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도열 노원구의회 의장, 김성환 노원구청장 등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했다.

    본래 북부지방법원이 있던 해당 부지는 지난 2010년 북부지법이 도봉구로 이전함에 따라 약 7년동안 유휴시설로 방치돼 왔다. 법원이 빠져나가자 인근 상권은 침체됐고 해당 지역은 슬럼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됐다.

     

  • ▲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구 서울북부지방법원 건물.ⓒ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구 서울북부지방법원 건물.ⓒ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에 서울시는 약 480억원(부지매입비포함)의 예산을 들여 지하1층~지상5층에 이르는 연면적 6,919.8㎡ 규모의 건물을 박물관으로 건립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1960~1980년대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이 담긴 물품을 전시해, 외부인들의 방문을 유도해 상권을 활성화시키고 문화에 소외된 지역구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같은 과정에 노원구 공릉동 주민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착공식이 진행된 31일, 인근 상점 주민 대다수는 박물관 착공식 행사 여부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서울시는 노원구청과 연계해 200여명의 사전참석자를 선정, 주민들과의 소통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었으나 행사장에서 일반 주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참석 관계자 대부분이 노원구청 내지 동사무소 소속 관계자였다.

    '박물관 조성' 소식에 실제 지역구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지나가던 70대 주민 김씨는 "노원구에 36년을 거주했는데, 박물관 짓는다고 상권이 살겠나"며 "주민들이 전부 욕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60대 주민은 "법원이 빠져나간 후 상권이 다 죽었다"며 "저 좋은 땅을 놓고 뭐하는지 모르겠다. 지역과 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걸 해야되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건물이 비어있는 것보다 뭐라도 들어서는 게 좋지 않느냐"는 질문에 빨래방을 운영하는 한 50대 주민은 "나는 세무소가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주민안내가 아예 없었다"며 "차라리 공원이나 체육시설이 들어와야지 박물관이 무슨 소리냐"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6월 지역 주민과 지역구 시의원들로 이루어진 위원회를 구성해 지역 의견을 청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확인한 결과, 6월 20일 진행된 간담회에는 서울시 박물관과 관계자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인근 대학 교수 및 문화 관계자들이 주로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 의사를 직접 반영하는 주민 공청회는 별도로 없었다.

    주민들은 "서울시에서 주민 의사 반영을 위한 어떠한 안내도 하지 않았고, 행사가 있다는 것도 플래카드가 걸려 있기에 그때야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 ▲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구 서울북부지방법원 건물 내부.ⓒ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구 서울북부지방법원 건물 내부.ⓒ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지역소통부재' 외에도 지역 주민들이 박물관 조성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또 다른 배경으로는 북부지방검찰청 자리에 조성된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 문제를 꼽을 수 있었다.

    시민생활사박물관과 비슷한 방안으로 검찰청 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 지난 5월 여성공예인들의 작업공간으로 개관한 서울여성공예센터를 두고 주민들은 "아무도 안 갈 뿐더러 우리에게 실제 도움되는 것은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예산 158억 정도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진 해당 공예센터를 취재진이 직접 방문한 결과, 실제 건물 내부에서 주민들을 접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주민들은 "박물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낮은 기대를 드러냈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노원구에는 세무소, 등기소, 선관위 등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필수적인 주요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서울시가 왜 하필 박물관을 선택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서울시는 2013년 이후 '박물관 진흥계획'을 수립하고 지난해 8월에는 전담조직인 문화시설추진단을 신설했다. 사실상 박원순 시장의 주요 정책사업 중 하나다.

    이에 해당 신설 사업부에 서울시 예산을 과도하게 몰아 '치적쌓기용' 시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실정이다. 지역주민들은 해당 사업에 수백억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듣고는 "서울시에 돈이 많나보다"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노원구의회 의원들 역시 여야를 망라하고 "서울시의 일방적인 추진 사업"이라고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지역 주민들의 삶의질 개선 등 실제 노원구에 필요한 현안 해결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릉동이 지역구인 임재혁 노원구의회 의원은 "어제 착공식이 있었던 사실도 몰랐다"고 답답해 했다. 임재혁 구의원은 "주민들의 편리는 도외시 됐다. 법원이 떠난 후 공릉동 상권이 완전히 무너졌는데 주민들이 이용하고 상권을 살릴 수 있는 복합문화센터 같은 시설이 들어와야 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착공식에 참석했던 정도열 구의회 의장 역시 임재혁 구의원과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서울시만의 행사"라며 "실제 노원구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서울시만의 잔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