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움직이는 실력자들 총집결, 현지 취재진도 대거 몰려 열기
  •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저녁 11시(한국시각) 미국 의사당 내의 링컨 룸에서 폴 라이언 의장 등 미 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저녁 11시(한국시각) 미국 의사당 내의 링컨 룸에서 폴 라이언 의장 등 미 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백악관 환영만찬과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빅 데이'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사전정지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권력승계서열 2위인 하원의장을 포함한 미국 의회지도자들과 연속 간담회를 가진 문재인 대통령은 방미를 앞두고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일었던 우려의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저녁 11시(한국시각) 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30일 0시에는 상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고 한미 양국 간의 여러 정무적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워싱턴DC의 미 의회 의사당 2층 링컨 룸에서 29일 저녁 11시에 열린 하원 지도부 간담회는 약 45분간 진행됐다.

    미국 측에서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비롯 캐빈 매카시·낸시 펠로시 등 공화·민주 양당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또,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엘리엇 엥겔 외교위 민주당 간사, 맥 숀베리 군사위원장, 애덤 스미스 군사위 민주당 간사 등도 함께 자리했다.

    이어 같은 층 스톰서몬트 룸으로 자리를 옮긴 문재인 대통령은 상원 지도부와 연속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는 30일 0시부터 약 45분간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미치 맥코넬·찰스 슈머 공화·민주 양당 원내대표와 밥 코커 외교위원장, 벤 카딘 외교위 민주당 간사, 존 매케인 군사위원장, 리처드 버 정보위원장, 코리 가드너 외교위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미 의회의 승자독식원칙에 따라 원내 다수당이 전부 차지하는 상임위원장 뿐만 아니라 유관 상임위의 민주당 간사를 맡은 의원들도 모두 참석해 간담회는 대성황을 이뤘다. 미국 의회를 움직이는 유력 정치인들이 총집결하는 모습에 현지 언론들도 대거 몰려 현장은 취재 경쟁으로 북새통이었다.

    상원의장은 부통령이 겸직하는 관계로 이날 간담회 참석 대상에서는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겸 상원의장)과 별도 오찬 등의 일정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상·하원 지도부 연속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선 지난 14일 스티브 스칼리스 하원 공화당 원내총무가 피격당한 참사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말문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끔찍한 사고를 당하고 놀랐을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스칼리스 의원의 조속한 회복을 국민들과 함께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전했다.

    이어 미 의회지도자들에게 의회가 한미동맹의 굳건한 버팀목으로서 한미동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준 것에 대해 사의를 표했다.

  •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저녁 11시(한국시각) 미국 의사당 내의 링컨 룸에서 폴 라이언 의장 등 미 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저녁 11시(한국시각) 미국 의사당 내의 링컨 룸에서 폴 라이언 의장 등 미 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아울러 북한의 핵 개발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잇단 도발에 크게 우려하는 미 의회의 분위기에 공감을 표하며, 한미 당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최우선을 두고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 의회 차원에서의 다양한 한반도 관련 입법 활동과 조치들도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민주당·공화당 모두 동의하듯이 한미 양국 관계는 매우 강력하다"며 "북한의 위협과 같은 공동의 우려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해서 한미 양자 관계를 강화시키기 위해 논의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 환영만찬을 앞두고 있는데도 바쁜 시간을 쪼개 의회지도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것은,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압력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미국 조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다양한 정무적 입장을 가진 의원들을 만날 경우,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메시지가 쏟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성공적인 미국 순방을 위해서는 미국 조야의 우려를 어떻게든 불식시켜야 하는 만큼 정공법을 통해 정면돌파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의원들을 만나는 게 조금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면서도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투명하게 이야기하는 게 양국 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상원의원들의 경우에는 지난달 방한했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지 못해 홀대 논란이 있었다. 맥 숀베리 하원 군사위원장과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이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면담 일정이 잡히지 않아 방한을 취소했다는 논란마저 있었다.

    이러한 논란에 휩싸였던 당사자들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찾아간 자리에서 면담한 것은 미 의회 내의 친한(親韓) 네트워크 유지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코리 가드너 소위원장 등 상원의원 18인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공개 서한을 내면서 압박했던 것과 관련해서도, 대면한 자리에서 진솔하게 입장을 설명할 기회가 있었으리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군사·안보 분야에서의 동맹을 넘어 국제테러리즘 등 범세계적인 도전에 함께 대응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 의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의원들의 큰 관심사인 통상 문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FTA가 호혜적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의회 차원에서 한미FTA에 대해 초당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상·하원 지도부 연속간담회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상·하원 지도부 간담회는 우리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한 의회 내의 폭넓은 이해를 제고할 것"이라며 "새 정부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긍정적 인식을 한층 확산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