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는 말아껴… 獨 슈뢰더 사례 소개하며 "그런 정치인 되고파"
  •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내달 중으로 에스파냐의 '포데모스'를 본딴 신당을 창당할 뜻을 시사했다.

    동시에 연정(聯政)이 가능한 의원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 필요성을 시사한 남경필 지사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의결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됐는데도 자신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 ▲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청년·대학생과의 좌담회에서 직접민주주의 열망을 담아낸 에스파냐 포데모스 형태의 신당 창당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하면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청년·대학생과의 좌담회에서 직접민주주의 열망을 담아낸 에스파냐 포데모스 형태의 신당 창당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하면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남경필 지사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대학생·대학원생·직장초년생 등 우리 사회의 청년 14인과 '청년, 남경필과 말하다'는 좌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남경필 지사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국민들의 목소리를 접목할 수 있는 정당을 1월달 중에 창당할 것"이라며 "포데모스(Podemos)를 모델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포데모스는 에스파냐의 좌파대중주의 정당이다. 지난 2014년에 창당했음에도 불과 창당 2년 만에 국민당~사회노동당이라는 에스파냐의 '40년 양당 정치' 체제에 균열을 내며, 지난 6·26 총선에서는 하원 71석을 획득한 원내 제3당이다.

    당명인 '포데모스' 자체가 "우리는 할 수 있다(We can)"는 뜻으로, 20~30대 젊은 층의 온라인 직접민주주의 열망에 핵심 지지 기반을 두고 있는 신생 정당이다.

    남경필 지사는 "포데모스는 아주 핫(Hot)한 온라인 정당으로, 과거 (독일의) 해적당 등이 있었으나 포데모스가 가장 성공한 사례"라며 "여러분의 의견이 바로 의사로 집계돼 중앙으로 전달돼서 정책화되는 정당"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새누리당 뿐만 아니라 각 정당도 구 체제의 상징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소수의 엘리트들이 정치권력을 다 가지고 의사결정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으로, 이것을 깨고 직접민주주의의 열망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정당구조를 마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신당 창당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남경필 지사는 새누리당 복당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남경필 지사는 "새누리당은 해체돼야 정상인데 그걸 가지고 안에서 싸우고들 있으니 해체는 안 될 것"이라며 "반성과 참회를 통해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는 세력과 함께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 ▲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청년·대학생과의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청년·대학생과의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자신이 속했던 새누리당과 함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야당도 국민들로부터 불신받는 기성 정치권의 일원으로 일축한 남경필 지사는 '포데모스' 형태의 신당 창당을 통해 권력의 공유, 즉 연정(聯政)이 가능한 개헌(改憲) 운동에 나설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남경필 지사는 이날 좌담회에서 "대통령이 지금은 (모든 권력을) 다 먹고 있고, 수첩에 나오는 비슷한 사람들 아니면 최순실이가 찍어준 사람들이 다 임명돼 앉아 있으니 상대방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을 수 있겠느냐"며 "권력의 공유야말로 앞으로의 큰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보인 노무현 대통령이 보수 아젠다인 한미FTA를 치고 들어갔을 때는 국가적 갈등이 없었던 반면, 진보적 포지션인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하니 '빨갱이' 소리를 들었다"며 "기반이 다른 상대방에게 아젠다를 맡겨야 사회가 적은 갈등 비용을 겪게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심지어 (집권여당) 안에서도 친박과 비박을 나눠 친박끼리만 해먹었으니, 시키면 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 같은 것은 만들 수 있었지만 노동개혁은 절대로 할 수 없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연정"이라고 역설했다.

    연정(聯政)은 주로 의원내각제 통치구조에서 이념과 정책이 다른 정당들이 최소공배수를 가지고 함께 내각을 구성하는 정부 운영 형태를 가리킨다.

    주로 우파와 좌파의 큰 부분을 점유하는 양당(兩黨)이 자리잡고 있고, 그 사이에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진 중소 정당이 있어, 연립을 통해 집권 내각이 보다 넓은 계층의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할 수 있게끔 한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은 우파 정당인 자민당과 중도우파인 공명당이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있다. 공명당은 중도우파이지만 이른바 '평화헌법' 개헌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집권 자민당의 폭주를 제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영국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우파 보수당과 중도좌파 자유민주당이 연립해서 내각을 꾸렸다.

    특히 강력한 정책 추진 동력이 필요한 국면에서는 거대 정당끼리도 대동단결해 내각을 구성하기도 한다. 이를 거국내각(영국) 또는 대연정(독일)이라고 하는데, 영국은 1940년에 보수당~노동당~자유당 3당이 전부 내각에 참여하는 거국내각을 구성했고, 독일은 지난 2013년부터 우파 기민당과 좌파 사민당이 대연정해서 내각을 구성하고 있다.

  • ▲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청년·대학생과의 좌담회를 진행하던 도중, 한 대학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청년·대학생과의 좌담회를 진행하던 도중, 한 대학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실제 남경필 지사도 최근의 독일 방문에서 '대연정 모델'에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술회하며 △'포데모스' 형태의 신당 창당을 통한 정당구조 개혁 △연정이 가능한 형태로의 정치구조 개혁이 우선 순위임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남경필 지사는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남경필 지사는 이날 "과거에는 자다가 깨면 '대통령' 할 정도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했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생각을 바꿨다"며 "정치적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대통령은) 되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정치적 결단은 오랜 고민 끝에, 최근 독일을 방문한 자리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öder) 전 총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 끝에 굳혔다고 설명했다.

    남경필 지사는 지난달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슈뢰더 전 총리 및 현재 내각에서 사민당을 대표하고 있는 시그마 가브리엘(Sigmar Gabriel) 부총리를 만나, 슈뢰더 전 총리의 노동개혁을 화두로 대담했다.

    좌파 정당인 사민당 출신의 슈뢰더 전 총리는 임기 중 핵심 지지 기반인 노동계층에 인기가 없는 노동개혁과 연금개혁을 강행하는 '정치적 자살행위' 끝에 2005년 내각불신임 결의를 받고 결국 하원을 해산했다. 이어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는 우파 기민당이 제1당이 되면서 결국 슈뢰더 전 총리는 실각하고 정계를 은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후 유럽 각국의 실업난과 재정 여건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독일만 유난히 튼튼한 경제적 펀더멘탈을 유지하면서 슈뢰더 전 총리의 개혁은 재평가를 받고 있다.

    남경필 지사는 이를 화두 삼아 진반농반으로 정계 복귀를 권유하자, 슈뢰더 전 총리는 "나도 인간인데 (나라를 위한 개혁을 했는데 국민들의 인정을 받지 못해 실각했으니) 왜 섭섭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시간이 지나 국민들이 '슈뢰더 당신이 정권을 빼앗겨도 좋다는 생각으로 개혁했기 때문에 독일이 아직까지 이렇게 튼튼하다'는 말을 해주는 것으로 족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나는 독일 정치사에 '국가를 위해 나와 내 정당의 이익을 포기했던 사람'으로 한 줄만 기록되면 족하다"고 전했다고 소개한 남경필 지사는 "이야말로 진정한 정치인"이라며 "나도 그런 정치인으로 남고 싶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남경필 지사가 이날 좌담회에서 대선 출마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에서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심이 될 대권주자의 존재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데모스' 신당의 대권 주자로서 남경필 지사의 대선 출마 가능성은 상수에 가까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당구조와 정치구조를 혁신하기 위해 에스파냐 '포데모스' 형태의 신당을 내달 중 창당하겠다고 밝힌 남경필 지사는 창당을 앞두고 각계 각층의 국민과의 대면 접촉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남경필 지사는 이날 청년·대학생과의 좌담회를 시작으로 향후 노년층·여성·학부모·직장인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계층의 국민들과 연쇄 좌담회를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