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의 승리
    침묵의 다수가 일어선 미국 혼(魂)
                                     정일화(한미안보연구회 이사)

    2년 가까운 긴 미국대통령선거여정에서 트럼프는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종주의자, 여성차별주의자, 폭력주의자, 기괴한 성범죄자, 자제할 줄 모르는 과격론자 등으로 언론과 여론기관에 의해  매도되었다.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부인까지 나서서 만일 트럼프가 차기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그것은 오바마대통령과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고까지 선언하면서 힐러리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당선되었다.
  • ▲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의 주먹ⓒ연합뉴스
    ▲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의 주먹ⓒ연합뉴스
CNN, 뉴욕타임즈같은 전통있고 영향력있는 언론도 트럼프후보를 멸시하고 클린턴후보를 지지하고 나서는 인사가 있으면 신문1면 또는 방송의 프라임타임의 많은 시간을 할애해 트럼프비난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보도했다. 한국언론들도 이런 매우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보도내용을 옮겨 실으면서 트럼프라는 인물이 미국대통령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들어가기보다도 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고 그렇게 보도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아닌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트럼프를 그렇게 끈덕지게 물고 늘어진 언론과 여론조사기관, 월가의 경제지배층들과
수백만달러씩 투자하여 미국의 이익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되는 후보에게 거금을 건네는
수퍼팩 구성원들에 대해 트럼프는 과연 복수전을 펼칠 것인가. 

 2016년 미국대통령선거의 내용과 모양이 지난 선거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분석해 봄으로써 왜 가당치 않은 이런 상황이 전개되었는가와 예상되는 추후사태를 추려볼 수 있다.

트럼프의 선거는 첫째 모양 면에서 지금까지의 선거와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었다.
미국대통령선거는 1960년의 케네디-닉슨대결이후 민주당과 공화당 또는 보수파와 진보파가
49대 51 또는 50.5대 49.5 등의 팽팽한 대치상황을 보이면서 접전하다가
불과 1~5%의 중간계층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서 보수파나 진보파 중의 한쪽, 공화당과 민주당의 한쪽 후보가 당선되었다. 중간계층, 소수민족, 특정이익단체가 숫자는 적지만 선거확정의
중대한 역할을 했다. 선거의 마지막 결정자였다. 

그런 소수의 결정적 역할은 점점 커졌다.
아일랜드계, 유대계, 흑인계, 라틴계 등의 인종적 소수집단이 투표행위의 결정권자로 차츰 부각되다가 뒤에는 여성인권운동단체, 동성결혼지지단체, 심지어 AIDS환자모임같은 특정이익단체까지도 선거에 막중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미국은 이런 소수민족집단 또는 특수이익단체의
주장이나 철학이 마치 미국의 최고선이거나 최우선정책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착각되었다. 
인종적으로 볼 때 미국의 흑인인구는 12%내외이고 라틴계통은 20%가량으로 올라있다.
오바마대통령은 첫 임기와 둘째 임기에서 거의 흑인표의 향방에 의해 당선되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49대 51 또는 51대 49로 맞선상황에서 10%이상을 차지하는 흑인의 절대 지지를 받으면 당선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게 된다. 오바마의 재선과정에서는 그의 인기가 약간 하락하자 100세가 넘은 흑인할머니가 휠체어에 의지하여 생애 첫 투표를 하려 나오는 현장이 언론이 포착되기도 해 그의 당선이 확정적인 것으로 결론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그 소수민족집단에 대한 힐러리와 도날드의 선거캠페인 내용은 전혀 대조적이었다. 트럼프는 흑인청년이 수시로 경찰의 총에 맞아 죽는 경우를 설명하면서 법과 질서를 회복하지 않고는 미국의 장래가 없다고 말했고, 힐러리는 흑인을 대화를 통해 더 이해하고 이해시키는 방법으로 나가야 한다고 유화적인 태도를 취했다.

트럼프는 마약근절대책을 설명하면서 미국-멕시코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세워서라고 그런 마약행렬이 국경을 뚫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고, 테러를 일삼고 있는 중동회교도들은 아예 입국을 통제하겠다고 말했다. 힐러리측은 이것을 흑인과 라틴계 및 회교도에 대한 비하라면서 소수민족집단의 호의를 잃지 않으려 했다. 

소수민족집단에 대한 이런 도전을 과거의 선거공식에 이를 대입해 보면 트럼프의 패배는 확실해 보였다. 섶을 지고 이글거리는 불에 뛰어드는 격으로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본래 언론과 여론은 약자에 잔인하다. 질것이 뻔한 트럼프에 애정을 보내지 않았다.
10년전 스포츠 락커룸에서 남자들이 흔히 지껄이는 말이라도 꼬투리가 잡히면 기괴한 성적도착환자인 것처럼 사정없이 비판했다.  
 분명히 이런 사정없는 언론과 여론의 반(反)트럼프 캠페인은 소수민족집단 또는 특수이익집단의 사기를 돋우고 이들을 결집하는데 큰 보탬이 되었다. 선거 마지막 까지 언론과 여론이 트럼프의 패배를 예상하는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내용은 달랐다.
트럼프의 선거는 겉모양이 아닌 내용을 겨냥한 것이 특징이었고 그런 특징이 처음부터 이번 선거를 반(反(반)클린튼 쪽으로 선거분위기를 옮겨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소수민족집단, 특정이익집단의 이익을 자유민주주의의 원칙과 약자의 우선대우라는 휴매니스트적 관점으로 받드는 것은 확실히 미국의 위대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런 위대한 사상도 미국의 위대성을 해치는 수준이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위대한 국가로 다시 서야한다고 말했다. 자유와 우선정책이 자유의 본질을 파괴해서는
안되며, 침묵하는 다수의 기본권리가 침해되고, 종교자유라는 무기로 삼아  미국의 정신인 프론티어리즘이 훼손되어서는 안되다고 트럼프는 개탄하면서 침묵하는 미국의 다수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된다고 나섰던 것이다. 

소수민족이나 특정이익단체를 끌어들이기 보다는 위기에 처한 다수가 일어서야 한다고 외쳤다.
2016년 선거는 소수를 누가 많이 끌어들이느냐가 아니고 침묵하는 다수의 시위와 떠들썩한 소수의 단결로 압축되었다. 

미국은 도날드 트럼프의 2016년 대통령당선으로 미국의 가치, 미국의 혼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설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것은 기독교정신이라고 할 수도 있고 2차대전 후 그 정신을 담아 유엔이라는 국제기구를 만들었던 “전쟁없는 평화와 번영의 세계”라는 거대한 국제정신일 수도 있을 것이다. 
침묵하는 다수의 혼을 일깨운 트럼프의 선거는 자유를 파멸시키려는 자유까지 허용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깨닫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