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김재원·野 추미애 연속 방문해 단식 중단 호소… 정세균만 요지부동
  • ▲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2일 이틀 만에 국회 단식 현장을 다시 찾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용태를 살펴보고 있다. 김재원 정무수석은 이후 조원진 비상대책위원장을 따로 만나 강제 후송도 고려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제공
    ▲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2일 이틀 만에 국회 단식 현장을 다시 찾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용태를 살펴보고 있다. 김재원 정무수석은 이후 조원진 비상대책위원장을 따로 만나 강제 후송도 고려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제공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단식이 일주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중대한 건강 상의 위기를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은 긴급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이어 의원총회를 소집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2일로 단식 일주일째를 맞이했다. 건강은 매우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혈당과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특히 혈당이 70 아래로 떨어져 쇼크 발생이 매우 우려된다"며 "긴박한 상황으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전날은 이정현 대표의 생일이었다. 전남 곡성에 살고 있는 이정현 대표의 부모는 전날 통화를 통해 아들의 단식 중단을 호소했으나, 이정현 대표는 뜻을 꺾지 않았다. 이에 구순 나이의 부모도 "아들이 단식을 하고 있는데 밥이 넘어가질 않는다"며 사실상 곡기를 끊는 등 망연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과 시민사회계의 일반적인 단식 사례와 달리 이정현 대표가 단식 일주일 만에 이처럼 위중한 상황에 처한 것은 기본적으로 이정현 대표가 생수와 식염만 섭취하는 등 이른바 'FM'대로 단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전에 단식 경험이 없는 이정현 대표가 단식에 돌입한 이후에도 방송기자클럽토론회와 규탄대회 등에 참석하는 등 무리하게 외부 활동을 했기 때문에 기력 쇠약이 더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위해 11일간 단식했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친박연대에 대한 정치탄압에 저항해 20여 일간 단식해본 경험이 있는 서청원 전 대표는 이정현 대표의 일정을 접하고 애초부터 이 점을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염동열 수석대변인도 "단식 후에도 당대표 일정을 참석했던 것이 탈진 상태에서 단식이 진행되게 해 더욱 급격히 상태가 나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단식 현장을 찾아 손을 꼭 잡고 단식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단식 현장을 찾아 손을 꼭 잡고 단식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집권여당의 대표가 사경을 헤메는 사상 초유의 국면에 청와대는 김재원 정무수석을 이틀 만에 다시 국회로 급파해 상황을 살폈다.

    이날 단식 현장을 찾은 김재원 정무수석은 "고집 좀 그만 피우라"며 재차 단식을 만류했으나, 이정현 대표는 "(상황 변화가 없다면) 내가 죽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재원 정무수석은 조원진 비상대책위원장과 따로 만나 "어지간하면 강제로라도 (병원으로) 옮기라"며 "자칫 잘못해서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현 대표의 단식 돌입에 즈음해 "대통령이 '잘했다' '장하다' 하면 (곧바로) 끝날 일"이라고 평해 빈축을 샀던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이날 이정현 대표의 단식 현장을 전격 방문했다.

    이날 오후 현장을 찾은 추미애 대표는 이정현 대표에게 "다들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며 "단식을 중단해주면 국회에서 논의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라고 권했다.

    추미애 대표는 지난달 28일 의원총회에서 "인내심도 가져야 하고 자칫 한 마디가 자극이 될까봐 언행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자신의 이전 발언에 대한 후회의 기미를 내비친 적이 있다. 이날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보도를 보니 건강이 빨간불이라는데, 인간적으로 단식 중단을 호소하는 게 국정운영 파트너로서 도리가 아니냐"고 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4시부터 긴급 비상대책위원회의에 돌입한데 이어, 5시부터 의원총회를 열고 이정현 대표의 건강 상태를 공유한 뒤 단식 중단 호소 등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한편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사태를 풀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정세균 국회의장은 요지부동인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의장은 전날 국군의날 기념행사가 열린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함께 요구하고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에 대해 "이미 여러 번 입장을 밝혔다"며 "번복하지 않겠다"고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하고 싶지만, 모든 일에는 순리가 있다"며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해외) 출장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마치 3일로 예정돼 있는 호주 출국 일정마저 취소한 채 파행 장기화를 대비한 배수진을 칠 수 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