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사각지대 캐낸 새누리, 정부-청년 거리 좁혔다
  • ▲ 지난 7일 청년 일자리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뒤로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같은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보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7일 청년 일자리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뒤로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같은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보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20·30대 취업준비생, 청년기업가, 대학생 등이 청년 일자리 정책에 대한 푸념을 쏟아냈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진땀을 흘렸다.

    새누리당은 7일 홍대에 있는 한 스터디 카페에서 청년고용정책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 취업준비생, 청년 기업가 등 등 청년들을 초청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였다.

    현장에 참석한 청년들은 새누리당 의원들과 정부 부처 관계자들을 벼른 듯 현장에서 느낀 체험담을 가감없이 전했다.

    한 취업준비생은 "한국 대학 출신 학생들이 해외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면접을 실시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는가 하면, 다른 취업준비행은 "직무분석 프로그램이 없는 것 같아요"라면서 정부 정책의 부재를 질타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은 "정부의 기조가 청년 인턴을 줄이는 방향이라는 기사를 많이 봤다. 직무 경험을 쌓을 경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면서 "사회생활에서 직무 경험을 많이 중시하는 게 현실인데, 정부 관련 프로그램조차 강사의 수준에 따라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했다. 청년들은 취업알선을 기대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교육만 받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볼멘 소리도 이어졌다.

    청년들은 주로 정부의 정책 부재를 질타했다. 각 부처별로 청년 정책들이 따로 놀다보니 종합적인 서비를 받을 수 없고, 실제로 프로그램의 갯수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당직자와 함께 있던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진땀을 흘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부처가 청년 취업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수강생들이 진짜 취업을 할 건지 취미생활을 위한 것인지 의심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면서 "역발상을 해서 당연히 취업한다고 생각하고 접근을 해야할 것 같다. 여러 기회를 탐색하고 길을 열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몸을 낮췄다.

    다른 관계자는 "제도의 설계상 교육기관은 교육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문제는 내가 바라는 기업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줘야 한다는 것인데, 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책이 모든 사람들을 맞추기는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 ▲ 새누리당 신보라 의원. 그는 국회 환노위원회 소속으로, 청년 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신보라 의원. 그는 국회 환노위원회 소속으로, 청년 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청년들의 목소리에 정부관계자들이 쩔쩔매는 반면, 함께 동석했던 새누리당 신보라 의원은 청년 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드러내며 눈길을 끌었다.

    신보라 의원은 'K-Move', 'K-Start Up' 등 청년들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사업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청년들을 위한 정부 정책이 준비는 돼 있지만 홍보 부족으로 인해 청년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우리나라 청년들이 해외에 취업할 수 있도록 면접을 실시하는 프로그램이 고용노동부 주도하에 실시중이다"라면서 "전세계 기업이 한국의 학생들과 면접을 볼 수 있도록 연계시켜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중소기업청·미래창조과학부 등의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는 사업들을 원스톱으로 볼 수 있도록 정부 부처에서 하는 것들을 총망라해 알려주는 사이트가 있다"면서 "홍보가 부족해 청년들이 관심이 있어도 어디서 어떻게 할지 몰라 해메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신보라 의원의 설명이 계속되자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던 한 취업준비생은 신 의원의 설명을 듣고는 "아 몰랐네요"라고 하면서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했다.

    신보라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청년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20대 국회 입성, 청년특위부위원장 직을 맡고 있다. 이날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 본인의 전문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셈이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자 현장에서 간담회의 사회를 직접 보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도 "언론에는 다 홍보해 놓고 실제 현장에서 적용이 안 된다는 건 문제"라면서 "우리가 반드시 점검해서 방안을 찾은 다음에는 차관, 장관 모시고 꼭 한번 합동으로 점검회의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약속했다.

    기자간담회 직후 이 대표는 기자에 "9월 정기국회가 열리는 도중이기 때문에 오히려 민생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반영하기에 적기라 판단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특히 오늘 청년들의 이야기는 너무너무 현장 이야기여서 아주 와 닿았다. 오늘 들은 불편함과 건의는 정책의 사각지대의 이야기여서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유창수 청년최고위원과 대화하면서"오늘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가 청년고용정책이 140가지나 있다는거 아닌가"라면서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케이스를 쭉 놓고 전체 프로그램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예산은 어떻게든 마련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신보라 의원은 "모든 청년들이 겪고 있는 것 중 정부 정책들이 굉장히 많은데 여전히 많은 청년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자리"라면서 "오늘 자리에서 봤듯, 현금을 지원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청년들이 성장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하는데 다만 아직 그게 잘 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홍보예산만 늘어난다고 해결될 문제는 분명히 아니"라면서 "청년에 도입된지 얼마 되지 않은 정책들의 디테일을 가다듬고 내실을 다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