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예술 문화의 도시, 당가 대신 국악 울려 퍼진 화산체육관
  • ▲ 8.9 전당대회를 앞둔 새누리당의 호남권 합동연설회 사진. 무대 배경으로 기와집 무늬가 눈에 띈다. ⓒ뉴시스 DB
    ▲ 8.9 전당대회를 앞둔 새누리당의 호남권 합동연설회 사진. 무대 배경으로 기와집 무늬가 눈에 띈다. ⓒ뉴시스 DB

    새누리당의 3일 호남권 합동연설회는 예향(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고 예술가를 많이 배출한 고을) 전주의 멋을 한껏 뽐낸 행사였다.

    전통 예술 문화의 도시에 걸맞게 국악을 키워드로 한 요소들이 곳곳에서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면서, 영남권 합동연설회와는 또 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전북 전주 화산 체육관에서 32년 만에 이뤄진 새누리당 호남권 합동연설회는 지난 영남권 합동연설회와는 다른 분위기로 진행됐다.

    우선 당가(黨歌)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앞서 지난 31일 영남권 합동 연설회에서는 사전행사로 당가를 배우는 시간을 배치했지만, 호남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영남권에서와는 달리 호남에서 새누리당의 세(勢)가 약한 것을 고려한 탓으로 보인다.

    이날 행사의 무대 배경 역시 기와집 무늬가 주를 이뤘다. 전주 한옥마을을 상징한 것으로, 영남권 합동 연설회와 달리 전주라는 지역이 한껏 강조됐다.

    국악도 등장했다. 사전 최고위원 후보자들의 정견발표가 종료되고 나서는 서남대 교수로 재직 중인 김민숙 명창이 정선아리랑과 뱃놀이 타령, 달타령등을 열창하면서 호응을 끌어냈다. 한선교 당 대표 후보자는 적절한 추임새로, 정진석 원내대표는 한 구절을 깔끔하게 불러 흥을 돋웠다.

    청년 최고위원 후보자 정견발표 이전에 쉬는 시간을 도입한 것 역시 호남권 합동연설회가 처음이다. 지난 합동연설회에서 청년 최고위원 후보자들의 정견 발표 시간이 마치 쉬는 시간 처럼 흘러가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다. 뜻밖에 거센 장내 호응에 한복을 입은 진행 요원이 '1분'이라 쓰여 있는 피켓을 들고 다음 순서 진행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야 했다.

    행사장 오른쪽에 걸려 있었던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란 문구는 이날의 핵심 키워드였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한 말로 알려진 이 말은 본래 진주성 함락 직후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을 것이기에 호남을 잘 방어해야 한다"는 의미로 쓴 말인데, 후에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6년 10월 29일 전남 도청의 방명록에 '충무공 왈, 무호남 무국가'라는 말을 적으면서 "호남이 없었다면 국가도 없었을 것이다"라는 말로 해석됐다.

  • ▲ 전라북도 전주 화산체육관을 가득 메운 새누리당 당원들의 모습. ⓒ뉴시스 DB
    ▲ 전라북도 전주 화산체육관을 가득 메운 새누리당 당원들의 모습. ⓒ뉴시스 DB

    새누리당의 당 대표 후보자들은 이를 조금씩 틀어 본인들의 생각을 담아냈다.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새누리당 정운천 전북도당위원장은 "이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정신이 '약무호남 시무새누리'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정용기 최고위원 후보는 "약유호남 시유희망이라 바꾸고 싶다. 호남이 있으면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호남권 합동연설회의 곳곳에서 지역적 특징을 부각한 것은 새누리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호남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당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물론, 선거와 직접적 선거가 없는 당 지도부들도 정운천 전북도당위원장과 이정현 후보자에 대한 존경심을 표출했다.

    정운천 위원장은 전당대회 인사말에서 "제가 7년 동안 전북에 와서 힘들고 막막하고 어려울 때 부른 노래가 있다"면서 '된다 된다 꼭 된다'는 노래를 불렀는데, 후에 연설하면서 정병국, 한선교 후보자가 이를 인용해 다시 불렀다.

    특히 지난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친박계를 향해 화살을 쐈던 정병국 후보자는 이정현 후보를 향해 "불모지인 호남에서 특유의 열정으로 3선 고지를 밟은 이 의원에 큰 박수를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