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기억 안나는 듯... 정치권 내 포퓰리즘 지적에도 '국민투표' 재차 강조
  •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김수민-박선숙 의원에 대한 질문 공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김수민-박선숙 의원에 대한 질문 공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을 이끌었던 안철수·문재인 전 대표가 최근 당내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침묵하는 반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주저 없이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둔 김수민-박선숙 의원에 대한 질문 공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수민·박선숙 의원의 영장실질심사 관련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회의장으로 입장했다. 

    회의장에서 나올 때도 '김수민 박선숙 두 의원에 대한 보고를 계속 받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자들) 식사하셔야죠"라고 말하며 의도적으로 대답을 피했다. 

    이틀 전 네팔에서 귀국한, 차기 대권에서 맞붙을 예정인 문재인 전 대표와 그가 꺼내 든 '국민행복론', '손학규 전 고문에 대한 러브콜'과 관련된 질문에도 가만히 미소로 답했다. 

    반면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과 관련해 전날 성명서를 통해 주장한 '국민투표'나 교문위 결산심사 등에 대해선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사드배치와 관련 "사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며 "국민투표는 대통령이 국면을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국민투표의 필요성을 재차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드 문제는 그 자체가 안보 이슈가 아니다. 오히려 경제나 외교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큰 이슈"라며 "사드 배치를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이고 잃는 것은 무엇인가, 그걸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제 주장"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투표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때 이뤄진 국민투표처럼 '포퓰리즘'으로 기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안철수 전 대표는 "같은 달에 스위스 국민투표가 있었다"며 "우리나라 국민 민도가 스위스 국민보다 낮다는 얘기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교문위 결산심사에 대해선 "이틀 만에 교육부·문화부 결산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상임위에서 제대로 안 하고 넘기면 예결위에서 뭘 하겠나. 이렇게 부실하게 하다니. 요식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당내 민감한 현안에는 침묵하는 반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같은 안철수 전 대표의 행보가, 정작 자신이 새정치민주연합 시절부터 '구태 정치'라고 비판을 아끼지 않았던 문재인 전 대표를 따라가고 있다는 정치권 일각의 지적이 나온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9일 네팔에서 귀국해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9일 네팔에서 귀국해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지난 9일 네팔·부탄 일정을 마치고 26일만에 귀국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자당 서영교 의원의 '가족채용 논란'이나 조응천의 허위고발, 표창원 의원의 '잘생긴 경찰' 발언 등에 대해선 "그런 정치현안은 차차..."라며 웃으며 답을 피했다. 

    다가올 전당대회와 관련해서도 "지난 원내대표나 국회의장 후보 선출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현(現) 정부에 대한 비판은 아낌없이 쏟아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멀리서 보니 우리 정치가 어떻다는 느낌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정치가 국민에게 행복을 주지 못한다면 존재가치가 없다"며 "그런 점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철저하게 실패했다"고 맹비난했다.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된 영남권 신공항 논란에 대해선 "지자체 간 갈등을 일으킨 게 바로 이명박-박근혜 정부"라며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비록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안철수 전 대표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달리 원내(院內) 의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져야할 책임의 크기도 다르다. 

    '리베이트 파동'에서 보인 안철수 전 대표와 지도부의 미숙한 대처로 정치적 슬로건인 '새 정치'는 일정부분 훼손됐다는 평가다. 

    '욕하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차기 대권주자로서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와 차별성을 보이고 싶다면 민감한 현안에 대해 피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비판어린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