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양의 김일성동상 앞에서 저런 포즈를 취할 ‘통일의 날’은 꼭 옵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간절한 염원이고 소원이겠죠. 사진은 2014년 9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렸던 제80차 국제펜대회에 참가하고 대회장 주변에서 모 축제 연습 중인 현지 여학생들과 찍은 것입니다. [사진 = 림일 기자]
    ▲ 평양의 김일성동상 앞에서 저런 포즈를 취할 ‘통일의 날’은 꼭 옵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간절한 염원이고 소원이겠죠. 사진은 2014년 9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렸던 제80차 국제펜대회에 참가하고 대회장 주변에서 모 축제 연습 중인 현지 여학생들과 찍은 것입니다. [사진 = 림일 기자]

    김정은 위원장! 지난 4일 조선중앙통신은 당신이 새로 개보수 준공한 만경대소년단야영소를 시찰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당과 국가의 최고지도자인 당신에게는 수많은 현지지도 단위 중 어느 한 곳이고 뭇사람들에게는 별로 관심도 없는 곳이겠지만 저에게는 유년시절 추억이 어려 있는 아름다운 곳이랍니다.

    제가 14살 때인 1981년 11월(평양대동강남자고등중학교 2학년 시절) 모범학급의 학생으로 일주일간 평양시 교외 룡악산기슭에 위치한 만경대소년단야영소(당시 이름은 평양룡악산소년단야영소, 1963년에 설립)에 입소하여 야영생활을 했었지요.

    빨갛게 물들었던 룡악산의 단풍이 떨어지는 늦가을의 한 주간 만경대소년단야영소에서의 야영생활은 김일성 수령님의 혁명사상 학습, 김정일 장군님께 충성결의, 룡악산 등산 및 순화강 뱃놀이, 노래 및 장기자랑 등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솔직히 말해 유년시절, 유럽의 스위스에서 비밀리에 유학생활을 마친 당신에게는 만경대소년단야영소 입소생들의 야영생활이 촌스럽고 미개한 수학여행으로 밖에는 안 보일 겁니다. 봉건왕조국가와 다름없는 공화국에서 세상 밖으로 나와 자기만의 폼 나는 유년시절 해외유학생활을 경험한 당신에게 말입니다.

    김 위원장! 만경대소년단야영소를 시찰하면서 “후대들을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도 따와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행복을 마련해주어 ‘세상에 부럼 없어라’의 노랫소리가 영원히 높이 울려 퍼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참 웃기는 소리입니다.

    제가 35년 전 만경대소년단야영소를 방문했을 때에도 야영소 관계자들이 그런 말을 하더군요. “나라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도 따다주시는 경애하는 아버지 김일성 원수님의 바다보다 깊은 사랑을 받고 사는 조선의 소년단원들(10살부터 14살까지의 학생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어린이들”이라고.

    공화국의 학생들이 세상에 부럼 없이 산다고요? 하긴 세상을 바로 알아야 부러움이 뭔지 알겠지요.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아버지 김일성 수령’을 배우며 자신들이 겪는 시련과 고난은 전부 미국과 남조선 때문인 것으로 잘못 아니 말이죠.

    TV와 신문, 잡지에서 남조선과 외국의 어지러운 경제적인 환경, 교육계의 시위투쟁, 특히 자본주의나라 학생들의 일부 불량적인 생활모습을 보다가 밝고 깨끗한 만경대소년단야영소의 고급시설을 보니 어찌 감격을 안 하겠습니까?

    김정은 위원장! 제가 이곳 서울에서 20년째 살면서 만경대소년단야영소와 같은 학생전용 캠프시설은 보지 못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시설이 없지요. 대신 여기에 사는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이런 것은 있답니다. 태어날 때부터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갖고 자기가 원하는 지역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만끽하면서 살지요.

    11살짜리 제 아들이 초등학교에서 두 번이나 반회장선거에 출마, 당선되면서 남조선 대통령 에 대한 충성맹세를 전혀 안 하더군요. 학생들이 정부정책을 비판해도 경찰이 잡아가지 않으며 수학여행으로 비행기를 타고 외국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그에 비하면 평양의 학생들에게는 세상에 부러운 것이 너무나 많겠죠.
     

    2016년 6월 13일 - 서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