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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홍길동은 악당을 물리치고 사람들을 도와주는 전형적인 영웅에 가깝다.

    하지만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감독 조성희)에 등장하는 홍길동은 단순히 의적을 넘어선 특별한 것이 있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범죄자들의 손가락을 잔인하게 절단하는 그의 모습은 조성희 감독만이 선보일 수 있는 신선한 충격에 가깝다.

    조 감독은 미적 감각을 스크린에 표현해 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2009년 8회 미쟝센 단편 영화제 대상작 '남매의 집'으로 역량을 인정받은 그는 이후 '짐승의 끝', '늑대소년'을 통해 본인만의 스타일을 여과 없이 나타냈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단편 영화에서 상업 영화로 넘어올때 생기는 간극의 차이는 조 감독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동안 연출한 작품이 보는이의 시각에 따라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었다면, '탐정 홍길동'은 그런 모호함 마저 완전히 흡수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조 감독은 정의 구현을 위해 싸웠던 홍길동이 기괴하고 독특한 성격의 탐정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부모가 없다는 공허함에서 찾아냈다.

    전작 '늑대소년'이 맑은 자연 속에서 나오는 순수하고 깨끗한 그림을 그려냈다면, '탐정 홍길동'은 짙고 어두운 색감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토록 극과 극의 영상을 표출하고 있지만, 두 작품이 조성희의 세계라는 점이 확실한 이유는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그래서 더욱 짜릿한 이질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트렌치코트에 중절모를 쓴 홍길동은 외적인 요소 뿐만 아니라,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의 틈새를 비집는 조성희 감독 특유의 기술이 묻어난다.

    또한, 갈수록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시대와 혼재된 영상 속에서 이제훈이 홍길동으로 선택받을 수 있었던 건 한가지 이미지로 고정할 수 없는 무궁무진함에서 나온다.

    악당보다 더 교활한 웃음을 짓는 모습에서는 '파수꾼'의 기태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갈때는 '시그널'의 박해영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최소의 도구만으로도 다양한 색을 표현해내는 이제훈이야말로 정해진 틀을 벗어나는 조성희 감독의 세계관에 부합한다.

    단 두 편의 영화를 통해 확고한 브랜드를 정착시킨 그의 작품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