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vN '피리부는 사나이' 홈페이지
    ▲ ⓒtvN '피리부는 사나이' 홈페이지

    시작은 화려했다. ‘일촉즉발 협상극’이라는 공중파 드라마에서 다루기 힘든 스케일과 탄탄한 스토리. 여기에 믿고 보는 배우 신하균,유준상까지… tvnN 월화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는 이렇듯 기대감이 가득한 요소를 가지고 힘차게 출발선을 끊었다.

    첫회의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천재 협상가 주성찬(신하균 분)이 그려내는 긴장감 넘치는 협상극과 그의 가슴 아픈 과거 .그리고 성찬과 교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앵커 윤희성(유준상 분). 이제는 tvN 드라마의 상징처럼 된 영화 같은 영상과 잘 짜여진 구성은 2016년을 빛낼 웰메이드 드라마의 탄생을 기대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처음에 너무 많은 것을 쏟아부었던 것일까? ‘피리부는 사나이’는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서서히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첫회 부터 3%를 넘었던 시청률은 어느덧 절반인 1%대에 그치고 말았다. 

    드라마는 매회 극한의 테러 상황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협상가와 경찰. 더불어 이 모든 사건의 주체인 ‘피리부는 사나이’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다소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미비한 위기협상팀의 영향력은 극의 몰입도를 떨어트리게 하는 방해요소가 됐다. 이들은 주성찬의 절대적인 능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선택에 그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조연의 위치에 머물렀다.

    또한, 협상가임에도 어눌한 말 주변을 가진 여명하(조윤희 분)의 캐릭터 설정은 보는 내내 답답함을 자아낼만큼 특별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인 조윤희의 열연은 충분히 빛을 발휘하며 신하균, 유준상 두 남자 주인공 틈 속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나타냈다.

    독일의 고전 동화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권력에 복종할 수 밖에 없는 사회의 약자들을 선동하는 자의 등장. 이런 움직임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드라마의 전반적인 흐름을 좌지우지 할만큼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피리부는 사나이’가 누구로 밝혀질지는 드라마의 최대 관심사였다. 

    스포일러까지는 아니었지만 드라마는 ‘피리부는 사나이’의 등장을 조금 쉽게 노출시킨 감이 없지 않다. 윤희성은 마치 사건이 있는 곳을 미리 알고 직접 찾아 나서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의 정체를 의심하게 할만한 장면들이 자주 배치됐다. 

    실제로 방송 초반인 3월 중순부터 시청자 게시판에는 피리부는 사나이가 유준상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올라왔고, 결국 그가 피리부는 사나이로 밝혀지면서 예상외의 반전이 아닌,예상되는 반전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이런 점들을 덮고도 남을 수 있을만한 명품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이를 커버해 나갔지만 종영을 앞두고 표절시비 논란이라는 악재가 터졌다. 

    지난 20일 고동동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피리부는 사나이는 2014년 시나리오 공모전에 응모했으나 탈락했던 작품이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분이 1년 3개월 후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드라마의 극본을 썼다”라며 작품이 표절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리부는 사나이’ 류용재 작가는 “고동동 작가의 시나리오 심사를 맡은 것은 맞지만, 두 작품은 소재 및 설정 자체가 아예 다르다”며 표절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직 표절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 확실하게 드러난 부분은 없지만, 방영중인 드라마가 이런 논란을 겪고 있다는 점 자체가 ‘피리부는 사나이’ 제작진에게는 상당히 껄끄러울 수 밖에 없다.

    이제 마지막 1회를 남겨 놓은 드라마는 그동안 펼쳐놓았던 이야기들과 ‘피리부는 사나이’가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그려내느냐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사회의 정의 구현을 위한 뻔한 메시지에 그칠지. 아니면 단순한 사회 비판을 넘어서고 ‘치유와 힐링’이라는 초기의 기획 의도를 살려내며 매끄러운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지. 여러가지 악재를 뚫고 그려낼 마지막 휘파람 소리는 26일 오후 11시에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