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 작심 반격에 당황한 친박계 "새누리 망칠 작정인가" 대응책 고심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뉴데일리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뉴데일리

    새누리당 20대 총선 공천 작업과 관련, 친박계의 공세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오던 김무성 대표가 막판에 최악의 히든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승민 의원의 대구 동구을 등 5개 지역구 대한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것.

    당의 총선 일정 차질은 물론 가뜩이나 불리한 여권 형세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김 대표는 지난 2월 17일 우선추천(공천) 확대 방안과 관련해 "선거에 지는 한이 있어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당 대표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김 대표가 실제 막판에 '함께 죽자'는 식의 막장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김 대표가 공천 심사를 추인하고 직인을 찍지 않을 경우 해당 지역은 무공천 지역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질 전망이다.

    김 대표는 24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서울 은평을, 송파을, 대구 동을, 달성군 등 5곳에 대한 공관위 결정에 대해서 의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후보등록이 끝나는 내일까지 최고위도 열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공천에 문제가 있는 지역구의 경우 공천장에 당 대표 직인을 찍어주지 않아 후보 등록을 못하게 하는 '옥새(玉璽) 반란'을 선언한 셈이다.

    김 대표가 무공천 지역으로 선언한 5곳은 모두 진박(眞朴) 후보들이 공천된 지역이다. ▲대구 동을 이재만 ▲서울 은평구을 유재길 ▲서울 송파구을 유영하 ▲대구 동구갑 정종섭 ▲대구 달성군 추경호 후보자 지역구 등이다.

    김무성 대표는 "공천과정에서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과 정도의 길을 갔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 수없이 생겼다"며 "공천과정에서 그동안 당을 위해 헌신하고 수고 아끼지 않은 많은 사랑하는 동지들 당과 멀어졌다"고 말했다.

    전날 유승민 의원의 탈당 사태 등을 겨냥한 발언도 쏟아냈다. 그는 "당을 억울하게 떠난 동지들이 남긴 '이건 정의가 아니고 민주주의가 아니다. 불공정하기 짝이 없는 공천, 사천, 밀실공천에 불복하겠다"는 말씀이 제 가슴에 비수로 꼽힌다"고 했다. 친박계를 향한 작심의 발언을 뒤늦게 한꺼번에 쏟아낸 것이다.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뉴데일리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뉴데일리

    김 대표는 또 "당의 공천행위가 법의 심판을 받아야하는 지경 이른 것에 대해서 깊은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며 "20대 총선에는 국민들의 분노와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정치 혁신을 이루겠다고 국민들께 수없이 약속했는데 지금 우리 모습은 전혀 그렇지 못한다"고 친박계를 비판했다.

    비박계에서는 김 대표의 이 같은 기자회견에 대해 "대표직 사퇴도 각오한 비장의 기자회견"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그동안 친박계의 비민주적 행태에 김 대표가 많이 참았는데, 전날 유승민 의원의 탈당을 보고 폭발한 것"이라며 "대표직 사퇴의 배수진을 치고 공천장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친박(親朴)계는 예상치 못한 김 대표의 막판 대반격에 크게 당황한 모습이다. 특히 '김 대표가 공천 도장을 찍지 않고 무공천지역으로 남기겠다고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터라 친박계 충격은 더욱 큰 모양새다.

    대부분의 친박계 의원들은 이날 김 대표 기자회견 직후 "일단 상황을 파악한 뒤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제와서 도장을 안 찍겠다니 당 전체를 망치겠다는 속셈인가"라며 "틈만 나면 말로는 박근혜 정부 성공을 외치면서 행동으로는 전혀 반대의 짓만 하고 있다"고 김 대표를 성토했다.

  • ▲ 24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채널A 방송화면
    ▲ 24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채널A 방송화면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 길이 국민과 당원동지가 제게 맡기고 내리신 무거운 명령을 받드는 길이라고 결론을 내린다"며 "이 길이 우리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김 대표의 추인 거부로 보류된 지역구의 공천안을 추인하기 위한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키로 했다. 김 대표의 불참으로 의결권이 없는 '최고위원 간담회' 형태의 회의에 서청원·김태호·이인제·이정현 최고위원과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의 추인 거부로 일단 단수추천을 받았던 유재길, 유영하, 정종섭, 추경호, 이재만 등은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려고 해도 탈당 시한이 전날로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와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모두 사퇴한 뒤, 친박계가 비대위를 구성해 공천장에 직인을 찍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앙선관위 후보자 등록기간이 25일까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몇 시간 남지 않은 시점에 비대위를 구성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친박계 지도부가 이날 중으로 어떤 식으로든 공천안을 추인할 것이고, 결국 김 대표는 논란의 공천안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는 명분 얻게 되는 선에서 정리될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