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로봇,소리' 스틸컷 제공
    ▲ ⓒ'로봇,소리' 스틸컷 제공
    “미친 소리 같겠지만, 이 녀석이 제 딸을 찾아줄 것 같습니다.” 
    배우 이성민이 잃어버린 딸을 찾으려 절규를 토해낸다. 영화 ‘로봇, 소리’(감독 이호재)는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던 아버지 해관(이성민 분)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을 만나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감동 로봇 영화다. 
    일단 이 영화는 일반적으로 일컬어지는 ‘한국식 억지 감동’을 자아내려 발악하지 않는다. 로봇인 ‘소리’와 해관의 발걸음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밀려오는 저릿함이 있다. 보통의 로봇 영화가 선보였던 인간화의 모순으로부터 오는 슬픔의 극화 또한 완전한 핵심 요소로 다루지 않는다. 
    보통의 휴먼 드라마 장르가 추구하는 느린 호흡으로만 진행되지 않는 점도 흥미롭다. 그렇다고 액션 영화만큼의 질주하는 속도는 아니지만 딸을 추적하는 과정이 찬찬하면서도 꽤나 속도감 있다. 이러한 흐름으로 꾸준하게 감정선을 유지해 가는 연출과 각본, 배우의 연기가 인상 깊다. 
    2013년 ‘방황하는 칼날’(감독 이정호)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바 있는 이성민은 이번 ‘로봇, 소리’에서 완전히 단독 주연으로 나서며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어나간다. 시종 그의 호소력 넘치는 발성과, 상실감으로 가득한 애처로운 눈빛은 강한 흡입력을 지닌다. 과연 믿고 보는 배우다운 성공적인 연기를 펼치며 나이 대에 선보일 수 있는 부성애의 최대치를 발산한다. 
    로봇 이야기 역시 빼놓을 수 없겠다. ‘소리’는 사람 이름이 붙을 값어치가 있을 정도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써 감정 표현을 충실하게 표현해냈다. 기존 로봇들의 액션을 능가하며 ‘소리’는 귀여움을 한껏 뿜어내 해관의 부성애뿐만 아니라 여성 관객들의 모성애까지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리’는 해관의 모습을 머리의 움직임과 시선으로 따라다니기도 하며 부끄러운 상황에서는 목을 움츠리기도 해 생물적인 느낌을 최대한 자아낸다.  
    나이 지긋한 아저씨와 로봇의 만남은 얼핏 매치가 불가능한 키워드지만, 이 영화에서는 ‘잃어버린 딸’이라는 소재가 연결고리로 작용해 새로운 감각의 조화로 거듭난다. ‘로봇, 소리’는 두 캐릭터가 중심이 돼 극을 이끌어가지만 결국 세 사람의 이야기로 재탄생되며 마무리 지어진다. 영화는 이 과정을 세련되게 풀어나간다.  
    주변 배우들의 역할도 주인공들의 감성선을 유지하는 데 충실히 역할 한다. 이희준은 에너지 넘치게 이들을 추격하는 국정원 직원으로, 이하늬는 해관의 상황에 동감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의 과학자로, 심은경은 오로지 목소리 하나로 귀여운 로봇 ‘소리’의 캐릭터를 강조했다.
     
    1월 극장가는 ‘감동’ 코드로 물들고 있는 중이다. 저마다의 영화가 다양한 이야기로 감동을 유발하지만, 일반 관객들에게 ‘감동은 뻔한 이야기’라는 공식이 있다. 하지만 ‘로봇, 소리’는 세련된 가공법으로 충분히 심금을 울리는 영화다. ‘소리’를 통해 듣는 ‘감동의 소리’는 분명 그 결이 다르다. 오는 2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