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도 방문한 가뭄 현장, 문재인은 교과서 국정화 반대하느라 관심 밖
  • ▲ 미증유의 가뭄으로 인해 충남 보령댐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낸 가운데, 충남 서부에는 강제 단수가 검토되고 있어 도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전망이다. ⓒ뉴시스 사진DB
    ▲ 미증유의 가뭄으로 인해 충남 보령댐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낸 가운데, 충남 서부에는 강제 단수가 검토되고 있어 도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전망이다. ⓒ뉴시스 사진DB

    극심한 가뭄으로 충남 서부에 강제 단수 조치까지 검토되는 가운데 4대강 사업을 통해 저장된 금강의 물로 국민의 고통을 해갈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예산마켓에서 '4대강 보를 철거하자'는 제안을 구매해, 가뭄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새정치연합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확대간부회의에 앞서 국민예산마켓을 통한 2016년도 핵심 예산 발표회를 가졌다.

    국민예산마켓이란 국민이 직접 제안한 예산·정책안을 새정치연합이나 소속 의원들이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일종의 '예산 아이디어 온라인 장터'라고 할 수 있다. 민생 현장에 있는 국민이 개선책을 가장 잘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살아숨쉬는 아이디어를 예산 정책에 반영할 수 있고, 국고에서 지원되는 정책개발비의 일부를 국민에게 되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민예산마켓을 담당하는 새정치연합 홍종학 디지털소통본부장도 "국민예산마켓에는 민생 문제와 연관된 많은 제안들이 올라와 있다"며 "(국민예산마켓은) 국민 곁에서 국민의 생각을 듣는 소통정당, 국민의 생활과 함께 하는 민생정당의 모습을 알리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예산마켓을 통해 선정된 100대 국민예산 중 정작 국민의 고통을 도외시한 제안도 있어 문제다. 100대 국민예산 중 70번인 최모 씨의 '4대강 보 철거' 제안이 그것이다. 이 제안은 새정치연합이 직접 구매했다.

    최모 씨는 제안 설명에서 "현재 4대강 사업의 결과로 (강이) 일명 녹조라떼 강으로 변하고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보를 철거해서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 자연을 살리고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변했다.

    구체적인 근거는 없이 '녹조라떼' 운운하는 선동적 단어를 사용한 우중(愚衆)의 제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하는 것은 에너지 낭비다. 문제는 이걸 좋다고 구매하는 정당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원내에 128석의 의석을 가지고 있는 제1야당이다.

  • ▲ 극심한 가뭄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통해 금강의 물을 가둬둔 백제보에는 물이 풍부하게 들어차 찰랑거리고 있다. 이 수자원은 도수관로 공사를 통해 가뭄 피해를 겪고 있는 충남 서부의 보령댐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뉴시스 사진DB
    ▲ 극심한 가뭄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통해 금강의 물을 가둬둔 백제보에는 물이 풍부하게 들어차 찰랑거리고 있다. 이 수자원은 도수관로 공사를 통해 가뭄 피해를 겪고 있는 충남 서부의 보령댐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뉴시스 사진DB


    국민예산마켓에는 직접민주주의적인 요소가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선진 민주 국가에서 대의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일부 직접민주주의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있는 것은, 개개의 국민들이 정책이나 의제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칫 선동에 휩쓸려 중우정치로 흐르기 쉽기 때문이다.

    일부 어리석은 국민이 선동에 휩쓸려 잘못된 주장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나, 이를 공당이 구매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충남 서부 지역은 '100년 만의 가뭄'을 맞았다. 보령댐이 쩍쩍 갈라진 밑바닥을 드러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당국은 강제 단수까지 검토하고 있다. 강제 단수가 현실화되면 도민들의 삶의 고통은 극한까지 치달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4대강 사업을 통해 저장된 수자원이 풍족한 금강의 백제보로부터 도수관로를 파서 보령댐으로 연결하는 공사가 예비타당성조사조차 생략한 채 긴급히 시작됐다. 저수용량이 위험 수위에 다다른 예당저수지와 공주보를 연결하는 공사도 예비타당성조사를 생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정치연합 소속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가뭄 극복이 중요한 것이지 정치적 쟁점에 대한 논란은 뒷전"이라고 '4대강 옹호론자'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 소속 정당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현재 충남 서북부 등 우리나라 가뭄 상습지역과 물그릇(4대강 사업 지역) 위치가 잘 안 맞기 때문에, 속이 타들어가는 가뭄지역에 4대강 수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水)은 사람이 살아가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국민의 물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정치는 정치라고 말할 수 없다. 4대강 사업을 통해 16개의 크고 작은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둬놓지 않았더라면 100년만의 가뭄을 맞아 수자원이 지금까지 남아날 리가 있었겠는가. 진작에 다 흘러가 버렸을 것이다.

    금강의 백제보·공주보 등에 저장된 물이 충남 서부 가뭄 해갈의 마지막 카드로 부상하고, 섬진강댐의 수위가 위험 수위에 다다르는 등 역시나 가뭄 피해를 겪고 있는 전남 동부와 경남 서부에서는 "왜 4대강 사업을 5대강 사업으로 해서 섬진강도 하지 않았느냐"는 국민의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는데, 정작 새정치연합은 4대강 보를 철거하자는 제안을 천연덕스럽게 구매한 것이다.

    보를 통해 저장된 물이 없었더라면 국민의 고통이 비단 충남 서부에 국한됐겠는가. 기껏 수자원을 저장하고 있는 4대강 보를 때려부수고 전 국민이 다함께 가뭄 고통을 겪어보자는 '고통 분담'의 차원인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은 지난 28일 가뭄 피해가 극심한 충남 서부를 찾아 보령댐과 예당저수지를 돌아보고, 현지에서 안희정 지사를 만나 가뭄 피해 극복을 위해 4대강 수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의견을 교환했다. 반면 문재인 대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겠다며 버스를 타고 천지 사방을 돌아다닐 뿐 아직도 가뭄 피해가 극심한 충남 서부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가) 당내에서는 공천, 당외에서는 이념 문제에 매몰돼 국민이 민생 현장에서 겪고 있는 고통에 무감각한 일이라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