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공감대에 맞춰 제한적으로 행사할 것" 朴대통령 의지 반영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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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35회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광복 70주년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을 확정했다.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 대상에는 최태원(55) SK 그룹 회장, 김현중(65) 한화그룹 부회장, 홍동욱(67) 한화그룹 여천NCC 대표이사 등 경제인 14명이 포함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사면을 제한적으로 행사했었는데,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민화합과 경제활성화를 이루고 또 국민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특별사면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생계형 사면을 위주로 하여 다수 서민들과 영세업자들에게 재기(再起)의 기회를 부여했고 당면한 과제인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건설업계, 소프트웨어 업계 등과 일부 기업인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모쪼록 이번 사면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함으로써 새로운 70년의 성공 역사를 설계하는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후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6,527명에 대한 특별사면 계획안을 발표했다.

    특별사면·감형·복권된 형사범 6,422명은 대부분 초범 또는 과실범이었다. 불우수형자 105명도 특별사면·감형 조치를 받게 됐다. 70세 이상 고령자 중 강력사범 등을 제외한 모범 수형자가 혜택을 받는다. 아울러 모범수 588명이 가석방, 모범 소년원생 62명이 임시퇴원 조치, 서민 생계형 보호관찰대상자 3,650명이 보호관찰 임시해제 조치를 받게 됐다.

    운전면허 취소·정지·벌점, 건설분야 입찰제한, 소프트웨어 업체 입찰제한 등 행정제재자 총 220만6,924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감면 조치도 이뤄졌다.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인한 벌점을 받은 204만9,469명의 벌점이 일괄 삭제되고 6만7,006명의 면허 정지·취소처분 집행철회 잔여기간도 면제됐다.

    건설분야에서는 영업정지 등으로 입찰참가가 제한된 2,200개 건설사의 행정제재가 사라진다. 영세 운송사업자와 자가용으로 불법 운송업을 한 43명에 대한 처분도 면제됐다.

     

  •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참여정부의 두 차례 특별사면 배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씨가 있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조선일보 DB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참여정부의 두 차례 특별사면 배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씨가 있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조선일보 DB

     

    반면, 경제인에 대한 사면은 소규모에 그쳤다.

    재계 총수 가운데 사면 대상에 포함된 이는 최태원 SK 그룹 회장 뿐이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본상 전 LIG 넥스원 부회장 등 사면 대상으로 거론된 재벌가(家) 인사는 모두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승연 회장의 경우, 이미 1995년과 2008년 두 차례 사면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김 회장은 2014년 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번에 사면과 복권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김 회장은 5년간의 집행유예 종료 후 2년 뒤인 2021년 2월까지도 계열사의 등기임원이 될 수 없다.

    수감 중인 LIG그룹의 구본상·구본엽 형제는 1,800억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등으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음에 비춰 국민정서를 고려해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웅 장관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절제된 사면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민생사면과 경제인사면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앞서 재계와 정치권에서는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기업 총수가 사면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공개 요구가 잇따랐다.

    하지만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가동돼 사면대상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이런 기대는 점점 희박해졌고, 지난 10일 사면심사위가 대통령 보고용 사면안을 의결한 이후에는 '기업인 사면 최소화'로 기류가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이는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권을 국민적 공감대에 맞춰 제한적으로 행사하겠다고 공언해 온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 제한'을 내걸었었다.

    아울러 올초 정치권을 들썩하게 했던 '노무현 정권의 성완종 비리사면' 논란과 최근 '롯데 사태로 촉발된 재벌개혁 움직임'도 기업인 사면 축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