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로 주변 6개 마을서 주 3회 대민순회진료
  • ▲ 한빛부대 의무병들이 7일 진행된 말루아시아 마을 대민의료지원에서 주민에게 현지어로 복약설명을 하고 있다.ⓒ국방부 공동취재단
    ▲ 한빛부대 의무병들이 7일 진행된 말루아시아 마을 대민의료지원에서 주민에게 현지어로 복약설명을 하고 있다.ⓒ국방부 공동취재단

    한빛부대가 위치한 ‘종글레이(Jonglei)’주는 남수단 현지어로 ‘말라리아’라는 뜻을 갖고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수많은 질병이 창궐하던 지역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한빛부대는 희망로 주변 주민들에 대한 대민의료지원과 가축 수의진료로 생명의 빛을 전하고 있다. 남수단 주민 건강의 수호천사인 한빛부대 4·5진 의무대가 7일 말루아시아 마을로 대민의료지원에 나섰다.

    대민진료 인원은 군의관과 간호장교, 의무병, 현지 통역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경비대 전력으로 구성된다.

    현지어 진료·복약지도로 감동 전해“왈 디약 꾸울뚝. 샤삥? (약은 하루에 3번입니다. 이해하셨나요?)”의무병 유현철 병장이 처방전에 따라 준비한 약을 현지인 환자에게 전한 뒤 간단한 현지어로 약 먹는 방법을 설명해줬다.

    희망로 주변 6개 마을을 대상으로 월·수·금 주 3회 대민순회진료를 하고 있는 한빛부대는 주민들과의 친밀감 향상을 위해 진료와 복약지도 시 가능하면 현지어를 사용하고 있다. 신광용(소령) 4진 의무대장은 “처음 대민의료지원을 위해 각 마을들을 방문했을 때에는 촌장들을 설득해야 겨우 진료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다양한 노력 끝에 이제는 고맙다는 말도 자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주민들과 많이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문한 말루아시아 마을은 약 80가구의 주민들이 200마리 이상의 소떼를 키우며 살고 있는 곳이다. 한빛부대 의무대는 2주에 한번꼴로 이 곳을 방문해 마을 노천학교 옆에 천막을 치고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번호표를 받고 순서에 따라 진료를 받던 인원 중 오한과 두통 등 말라리아로 의심되는 증세를 보이는 소녀가 나타났다. 군의관의 말라리아 검사 권고에 따라 간호장교들이 소녀를 이동침대에 앉힌 뒤 간단한 채혈을 통한 진단킷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결과를 살펴본 김지혜(대위) 5진 간호장교는 “다행히 음성이 나와서 일반적인 감기 처방을 해줘도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소녀 외에도 한빛부대 의무대는 이날 5시간 동안 80여명의 환자를 돌봤다.

    보르지역 주민들은 위생이 좋지 않아 비뇨기과부터 피부과, 말라리아, 에이즈 등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다. 지난 2013년 말부터는 내전으로 인해 불구가 되거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도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기침이 심해 진료를 받았다는 디잉(Diing) 노인은 “여기 와서 우리 마을 사람들을 돌봐주는 젊은 한국장병들 모두 아들·딸과 다름없다”면서 깊은 감사를 표했다.  

  • ▲ 한빛부대가 7일 말루아시아 마을에서 수의진료를 진행하는 가운데 수의장교 이대용 대위가 마을에서 키우는 소를 진찰하고 있다. 목축은 주민들의 핵심 생계 수단으로 수의진료는 주민친교의 핵심수단 중 하나다.ⓒ국방부 공동취재단
    ▲ 한빛부대가 7일 말루아시아 마을에서 수의진료를 진행하는 가운데 수의장교 이대용 대위가 마을에서 키우는 소를 진찰하고 있다. 목축은 주민들의 핵심 생계 수단으로 수의진료는 주민친교의 핵심수단 중 하나다.ⓒ국방부 공동취재단

    한빛부대가 1진 전개 이후 지금까지 진료한 현지주민은 1만 3000여명이며, 4진은 약 2500명의 환자를 돌봤다. 전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수의진료주민을 대상을 한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동안 수의장교와 병사들은 마을의 핵심 생업수단인 소떼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희망로의 서쪽으로 건너갔다.

    마을 사이길을 통해 30여분 가까이 걸어나가자 수없이 많은 소떼가 백나일강가에서 물을 마신 뒤 쉬고 있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모기 등 날벌레를 쫓기위해 주민들이 피워놓은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이대용(대위) 4진 수의장교와 나웅찬(중위) 5진 수의장교가 아픈 소의 검진을 위해 소떼 사이로 들어갔다. 말루아시아 마을의 소떼를 책임지는 전사(Warrior) 똔(Thon) 씨가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며 안절부절 못하는 소에게로 수의장교들을 안내했다.

    소의 눈과 귀를 살펴보고 청진을 한 이 대위는 “소의 오른쪽 귀에 중이염이 있는 것 같다”며 관련 약을 갖고와 주사했다. 이어 영양실조로 폐렴 등 합병증을 앓고 있는 소 등 4마리의 진료와 치료가 이뤄졌다. 남수단 파견을 위해 전역까지 연기한 이 대위는 “이 지역 소들 중 많은 수가 영양실조 또는 영양 불균형, 위생관리 미비로 인한 기생충성 질병 등을 앓고 있다”며 “오늘이 4진 수의장교로서 마지막 임무수행인데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준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마을의 전사 똔 씨는 “거의 죽을 것 같던 소들도 한빛부대가 돌봐 준 덕분에 살아난 경우가 많다”면서 “항상 감사하고 소들을 진료해주는 기회가 좀 더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수단에서는 마을 젊은이들 가운데 가장 강한 이를 전사로 선발해 소떼를 맡기고 있으며, 이 전사가 차기 촌장자리를 맡게 되기 때문에 수의진료는 주민과의 우호관계를 맺는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 ▲ 한빛부대 간호장교들이 어린이들에게 피부연고를 발라주고 있다. 왼쪽부터 4진 최광선 대위, 5진 김지헤 대위, 4진 이미랑 대위.ⓒ국방부 공동취재단
    ▲ 한빛부대 간호장교들이 어린이들에게 피부연고를 발라주고 있다. 왼쪽부터 4진 최광선 대위, 5진 김지헤 대위, 4진 이미랑 대위.ⓒ국방부 공동취재단

    의무대장을 비롯해 5명의 군의관과 간호장교, 의무부사관, 의무병 등 21명으로 구성된 의무대는 응급실과 방사선실, 임상병리실, 치과진료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마취를 하지 않는 간단한 시술까지 가능하다. 한빛부대의 우수한 진료능력은 주변에도 널리 알려져 보르기지의 UN직원과 타국 파병인원들이 찾는 일도 흔하며, 보르 시장 등 지역 주요 인사들도 검진을 위해 부대를 종종 방문했다고 한다.

    디지털위장무늬의 천사 간호장교들“아기들이 기초적인 건강관리도 못 받는 모습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나곤합니다.”한빛부대 4진 간호장교 이미랑 대위는 남수단 의료여건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곳은 위생관리 부족으로 피부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많아, 진료를 보지 않아도 가려움 등을 호소하는 아기들을 위해 간호장교들이 대민의료지원을 마무리할 때마다 피부질환 연고를 발라주는 시간을 갖고 있다.

    3진으로 파병된 이후 남수단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연장까지 한 최광선 대위는 종글레이 주립병원에서 매월 1회 진행한 간호사 교육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식 간호사 자격을 갖춘 인원들은 아니지만, 보건에 대한 기초부터 심폐소생술까지 최선을 다해 전파했다”고 말했다. 

    4진 윤혜승 대위는 “이곳에는 아직 주술사가 병을 치료한다는 개념이 있어 악령을 없애야 한다고 환부를 오염된 도구로 파내는 등 병을 키우는 일이 많다”며 “앞으로 이들을 도와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 5진 간호장교 김지혜 대위는 “아프리카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보다 더욱 힘들고 열악한 곳이 남수단”이라며 “건강하게 자라나는 이곳 아이들을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