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시사회 참석 "4강 진출로 모두가 기뻐해야 순간에 뜻밖의 소식..충격 받아"
  •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2002년 6월 29일 대한민국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이날 오후 7시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터키와의 3,4위전을 응원하기 위해 오전부터 수많은 인파가 주요 경기장으로 몰려들었다.

    거리마다 붉은 물결이 출렁였다. 도로를 지나는 차들은 경적을 5번 울리며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고, 붉은 악마 티만 입으면 모르는 사람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때 하나가 됐던 국민들을 지켜준 건 사실 저희들 태극전사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그분들이었죠. 처음엔 슬프고 미안했습니다. 나중엔 화가 났어요.


    2002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천금 같은 헤딩슛을 성공시켜 대한민국을 8강으로 견인했던 안정환 MBC 축구 해설위원은 23일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연평해전' VIP 시사회에서 "우리가 마음껏 축구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장렬하게 산화한 해군 장병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 실제로 그랬다. 이날 오전 오전 10시 25분 서해 연평도 앞바다를 지키던 참수리 고속정 357호는 북한 경비정의 갑작스런 도발로 6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을 당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자칫 전면전으로 확전될 수 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수백발의 총탄을 온 몸으로 막아낸 장병들의 희생으로 더 이상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안정환 해설위원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연평해전 소식을 듣게 됐다"며 "그때 무척이나 놀랐던 기억이 난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월드컵 4강 진출로 모두가 기뻐해야 할 순간이었는데, 뜻밖의 소식으로 정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안정환 해설위원은 "이때문에 산화한 장병들의 유가족에게 빚진 것 같은 마음이 있었다"며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고 밝혔다.

    이날 안정환 위원과 함께 시사회장을 찾은 이운재 U-23 청소년대표팀 코치는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키신 분들의 애국심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동료를 지키려는 장병들의 모습과, 고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가 아들의 군복을 껴안는 장면을 보고 정말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축제의 장이 마무리 될 때 이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같은 민족의 축제에 찬물을 끼얹는 이런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또 월드컵을 위해 바다에서 목숨을 내던진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전사하신 모든 장병 여러분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 한편 이날 시사회에는 2002 한일월드컵 유치의 주역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앞서 '연평해전' 영화 제작을 위해 1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정 명예회장은 "축제 기간에 발생한 비극으로 평화가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인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며 "여섯 용사의 희생 정신이 잘 조명된 영화"라는 소감을 밝혔다.

    전사자 6명의 이름은 그분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할 이름입니다. 북한이 쏘기 전에는 먼저 발포하지 말라는 잘못된 교전수칙 때문에 장병들의 희생이 컸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 명예회장은 "북한의 도발이 의도적이라는 점에서 분노가 느껴졌고 우리 내부에서도 갈등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도 화가 난다"며 총부리를 코앞까지 겨눈 적군의 도발에도 일사불란하게 대응하지 못한 우리 측의 잘못도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화가 모두 끝난 후 제작에 도움을 준 이들을 알리는 '엔딩 크레디트'에는 이례적으로 2002년 한일월드컵에 출전했던 태극전사들의 이름이 전부 나열돼 있었다.

    당시 경기 중계 화면을 영화 속에 삽입함에 따라 선수단 모두가 카메오 출연을 한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

    그러나 이 엔딩 크레디트는 이날 산화한 참수리 357정 장병들은 '역설적으로' 결코 외롭지 않았을 것이라는 감독의 또 다른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김학순 감독은 이날 해군 장병들은 땀흘려 그라운드를 누비던 태극 전사들, 그리고 대한민국을 목놓아 부르던 국민들과 함께 있었음을 강조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