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식 여론재판에 휩쓸린 해경 해체,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 ▲ 61년 만에 깃발을 내리는 해양경찰. 지난해 11월 18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해양경찰청 본부에서, 해경 대원들이 마지막 해경 깃발을 내리는 모습. 해경은 같은 해 5월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조직 해체를 선언한 이후, 6개월만인 이날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 조선닷컴
    ▲ 61년 만에 깃발을 내리는 해양경찰. 지난해 11월 18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해양경찰청 본부에서, 해경 대원들이 마지막 해경 깃발을 내리는 모습. 해경은 같은 해 5월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조직 해체를 선언한 이후, 6개월만인 이날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 조선닷컴

    군대가 존재하는 근본 이유는, 외세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에 있다. 강군(强軍)의 존재는 주변 국가들의 침략 야욕을 사전에 꺾는 예방적 기능도 가진다.

    군대만이 아니다. 한국과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상존하는 국가에서는, 경찰력 또한 군대 못지않게 국가안보의 한 축을 담당한다.

    3면이 바다로 통한 반도국가인 대한민국의 지리적 여건을 생각한다면, 군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지난해 5월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해양경찰의 해체를 선언했다. 이 선언을 계기로 60여년간 대한민국의 해양안보와 안전, 해양구조, 해상교통로 경비 등의 역할을 수행한 해양경찰은 간판을 내렸다.

    과거의 해양경찰은 이제 ‘경찰’이라는 이름이 빠진 채, 국민안전처 소속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거듭났다.

    해체 전과 비교할 때, 전체 인력규모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조직의 심장부인 본부인원은 426명에서 257명으로 사실상 반 토막이 났다. 더 큰 문제는, 인력은 40% 가까이 줄었으나 본부가 하는 업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해경본부 직원들의 신분도 ‘경찰공무원’ 그대로이다. 조직의 모든 명칭에서 ‘경찰’이 빠지고, 본부인력도 절반으로 줄었지만, 담담업무와 신분은 그대로인 기형적 조직으로 전락한 것이다.

    한국의 해경은 미국과 캐나다, 유렵 각국의 코스트가드(Coast Guard)와 역할이 비슷하다. 다른 점은 다른 나라의 코스트가드와 달리, 해양경비 업무 외에 해양안보, 주변국간 영유권 분쟁 대응 등의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북 군사대치 상황에서 NLL(북방한계선) 주변의 황금어장을 지키는 국가기관도 바로 해경이다.

    2010년 3월 북한의 어뢰공격에 폭침된 천안함 장병들을 구조한 당사자도 바로 해경이었다. 당시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해안경비정은, 천안함 승조원 104명 가운데 58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해냈다.

    해경 해체와 해양경비안전본부로의 재편은, 해양주권 보호와 해상문명 진흥이라는 대명제를 고려할 때, 현 정부 최대의 패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로지 중국만을 쳐다 본 조선시대의 폐쇄적 풍토 속에서 국가의 주권마저 일본에 뺏긴 우리 민족이, 오늘과 같은 눈부신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다 즉 해양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있다.

    대한민국을 건국한 National founder(國父)들은 일찍부터 바다로 눈을 돌렸다.

  • ▲ 1952년 1월 18일 이승만대통령이 선언한 ‘평화선 및 어업보호수역’ 지도. ⓒ 출처 국가기록원
    ▲ 1952년 1월 18일 이승만대통령이 선언한 ‘평화선 및 어업보호수역’ 지도. ⓒ 출처 국가기록원

    국가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었던 1952년, 6.25 전쟁 와중에 나온 ‘이승만 라인’은 대한민국 國父들의 해양에 대한 시각이, 얼마나 앞서 있었는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른바 ‘평화선’으로도 불리는 ‘이승만 라인’은, 1952년 1월 18일 이승만 대통령의 발표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 인접해양에 대한 대통령선언>을 발표하고, 독도 동쪽 30해리까지를 한국의 해양 영토로 선언했다.

    이승만 정부는 이 평화선을 국내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이듬해인 1953년 ‘어업자원 보호법’을 제정, 평화선을 넘어오는 일본 어선을 나포하는 등 외국선박의 불법어로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했다. ‘이승만 라인’은 우리 역사상 처음 나온 해양주권선언이었다.

  • ▲ 1952년 국무회의 부의 안철. 인접해양의 주권에 대한 대통령 선언에 관한 건(1952). ⓒ 출처 국가기록원
    ▲ 1952년 국무회의 부의 안철. 인접해양의 주권에 대한 대통령 선언에 관한 건(1952). ⓒ 출처 국가기록원

    미래를 내다본 國父들의 혜안을 생각할 때, 오늘 한국이 처한 현실은 비루(鄙陋)하다.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돼,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60년 동안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켜온 해경을 하루아침에 와해시킨 정부와, 이런 결정을 뒷짐진채 구경한 졍치권은 너나 할 것 없이 역사의 혹독한 평가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해양경찰을 까닭 없이 두둔하거나, 이들을 비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해경의 해체는, 국가의 미래를 해양에서 찾고 있는 세계사적 흐름을 읽지 못하고,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세월호 침몰과 관련돼, 수사를 통해 드러난 해경의 책임은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엄히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조직 전체를 와해시키자는 결정은, ‘군의 기강이 문란하니 군대를 없애자’라는 말과 다름이 없다.

    대한민국의 영해는 영토의 4.5배가 넘는다. 배타적 경제수역까지 생각한다면 그 범위는 훨씬 더 광범위하다. 일본과 중국의 해양주권 위협과 북한의 해상 도발, 갈수록 늘어나는 중국어선들의 불법 어로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해경이 제자리를 잡아야만 한다.

    해경 해체선언 1년, 이름도 낯선 ‘해양경비안전서(구 해양경찰서)’가 지키는 우리의 바다 위와 아래에서는 국가안보와 해양주권 확보를 위한 동북아 각국의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