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뉴데일리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뉴데일리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분들은 기억할 것이다. 바로 그 유명한 데모곡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이 노래를 5·18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해 달라는 요구가 있다. 국회에선 이미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는데 뒤늦게 웬 딴지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노래 한 곡의 문제가 아니다. 그 노래 뒤에 빙산처럼 숨은 `의도', 불편한 진실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지정된 기념곡이 없다. 애국가도 물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국가에 앞서 다른 기념곡을 지정하려는 사람들은 애국가를 그다지 존중하지 않는다.

    2004년 당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청와대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그 일을 전후해 좌파들은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를 대표적 친일파로 규정했고 이 기회에 애국가도 바꿔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유시민은 “애국가를 부르게 하는 것은 군사독재와 일제잔재가 청산되지 않아 생긴 파시즘의 잔재”라고 한 적도 있다.

    그 한참 뒤인 2012년 통진당 이석기가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므로 차라리 아리랑을 부르자”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음정을 3도 낮춘 `맥빠진' 애국가를 보급하려고 했던 것은 결코 우연이라 할 수 없다. 반(反)대한민국 정서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느낌이다. 더구나 이 노래는 북한에 의해 선전선동의 도구로 이용당해 왔다.

    '장길산'으로 유명한 작가 황석영은 다섯 번을 방북(訪北)해 김일성을 일곱 번 만나면서 25만 달러를 받아 5·18 선동영화 `임을 위한 교향시'의 시나리오를 썼다. 그는 김일성이 을지문덕, 이순신, 세종대왕과 같은 위인이라고 했던 사람이다. 이 영화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삽입됐다.

    음악을 담당한 사람은 역시 김일성을 존경해 마지않던 윤이상이었다. 북한이 반미선동을 위해 만든 영화에 들어간 노래를, 조국을 배신한 사람들의 손때 묻은 노래를 굳이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해야 할까? 

    물론 이 점에 대해선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하 모 의원은 이 노래가 북한에서도 금지곡이므로 우리가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필자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북에서 금지곡인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게 없다.

    오히려 이 노래는 북에서 발간한 `통일노래 100곡선'에 수록돼 있다. 백 보를 양보해 설사 하 의원의 주장이 맞다 하더라도 북에선 이 노래를 장려하기도 했고 금지하기도 한 것이다. 북에서 현재 이 노래를 부르느냐 안 부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의도, 목적을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북은 이 노래를 기념곡으로 지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면서 속으로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론이 분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군부독재의 잿빛 하늘 아래 부르던 이 노래와 지금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 노래는 사뭇 다르다. 시대적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노래로 봐야 한다. 민주화에 대한 열정, 때론 낭만적 추억으로 이 노래를 기억해선 곤란하다. 이 노래를 부른다고 통일이 될 것 같으면 백번이라도 부르겠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훼손된 채 찾아오는 통일은 우리가 원하는 자유통일이 아니라 적화통일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건 불편한 것을 넘어 매우 아픈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