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사퇴 이후 모락모락, 김미희 "박 대통령이 뭔데 자르냐, 본때 보여줘야"
  • ▲ 옛 통진당 김미희 전 의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옛 통진당 김미희 전 의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4.29 재보궐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기 성남중원의 후보간 야권연대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옛 통진당 전 의원이었던 김미후 무소속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서로 "사퇴하라"고 기싸움을 벌이면서, 후보간 꼼수 연대 성사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남 중원의 야권연대 논란은 선거 초반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다. 김미희 후보가 종북 논란 세력으로 심판받은 마당에 야권표 분열을 야기하며 선거를 완주할 명분이 있겠냐는 것이다.

    야권연대 논란은 지난 20일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옛 통진당 이상규 전 의원이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재점화됐다. 당시 이상규 후보는 "정권의 종북몰이에 주눅들어 스스로 야권연대 주저하는 정치세력은 야권 자격이 없다"며, 새정치연합을 향해 마지막까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새정치민주연합 이용득 최고위원이 나서 "성남 중원의 김미희 후보도 사퇴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후보간 야권연대론에 또다시 군불을 때고 나선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당시 경기 성남중원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에서 "관악구의 이상규 후보가 어제 그만뒀다고 한다. (성남중원의 김미희 후보도) 그렇게 해야 맞는거 아닌가. 깊이있게 생각해보길 바란다"며 김 후보의 사퇴를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 ▲ 옛 통진당 이상규-김미희 전 의원.ⓒ뉴데일리
    ▲ 옛 통진당 이상규-김미희 전 의원.ⓒ뉴데일리

김미희 후보는 재보선 사전투표일을 이틀 앞두고 '사퇴' 혹은 '완주' 카드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출마 목표로 계획했던 '전열 재정비', '정부 맹비난' 속셈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고, 이상규 후보마저 사퇴한 마당에 사퇴할 만한 분명한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11%의 적지 않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상황임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선거 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점도 오히려 김미희 후보 나름의 출구전략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다급한 김미희 후보는 뒤늦게 반정부 발언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또 "이번엔 새정치민주연합이 양보할 차례"라며 정환석 후보의 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21일 ABN에서 이뤄진 '성남 중원 재보궐 선거 후보자 토론회 생방송'에서 "금광동 황송마을에 사시는 한 주민은 '박근혜 대통령이 뭔데 중원구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자르냐? 중원구민이 나서서 본때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저도 이 말씀에 적극 동의하는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냐"고 했다. 한 주민의 발언을 앞세워 대통령과 정부를 힐난한 것이다. 

김 후보는 또 20일 기자회견에서 "이상규 후보의 고심에 찬 사퇴 결단을 존중한다. 이번 재보궐 선거의 직접적인 당사자로서 그 어느 때보다 내리기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라면서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 단순히 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자신이 한 알의 밀알이 돼 기어이 거대한 진보정치의 물결을 새롭게 일구어 보겠노라는 그의 진심을 이해하며 존중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난 2012년 야권단일후보로서, 재선 출신의 집권여당 후보를 당당하게 누르고 당선되었던 저 김미희가,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에 맞서 다시 일어서 달라는 것이 바로 우리 중원구민들의 판단이고 일치된 목소리"라면서 "정환석 후보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일각에선 김미희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의 '사퇴' 신경전을 두고 "야권연대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미희 후보가, 후보직 사퇴를 앞두고 야권연대를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여당 관계자는 "김미희 후보가 정권심판론을 앞세우며 야권의 단일화 목소리를 강조했는데, 이는 자신의 사퇴를 앞둔 일종의 명분 쌓기로 보인다"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김 후보가 조만간 정부 맹비난 발언을 쏟아내며 사퇴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역에선 김 후보가 선거를 완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상진 후보 측은 "지역 여론을 고려할 때 김미희 후보는 사퇴하지 않고 완주할 가능성도 있다"며 "사전 투표일인 이틀 후면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정환석 후보는 야권연대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고수했다. 종북 논란의 세력과 손을 잡는 모양새로 비춰지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깔린 셈이다.

정 후보는 22일 KBS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선거 공학적인 연대는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김미희 후보가 영향력이 있어 야권의 분열로 표가 분열될 수가 있지만, 중원구의 현명하신 야권 지지자들이 막판에 가서는 저로 표가 몰리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원칙적으로 야권연대는 없지만 통진당 지지표는 받겠다는 뜻으로, 선거 막판 통진당 세력을 끌어들이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는 "제가 (김미희 후보에게) 직접 사퇴할 것 아니냐고 물어봤다"며 "본인은 끝까지 간다고 하는데, 구 통합진보당과 새정치연합은 언제든지 투표를 위해서 선거연대나 야권연대를 할 수 있는 세력"이라고 꼬집었다. '묻지마 연대'를 통해 종북세력을 국회에 들인 야권의 전력에 비춰보면, 이번에도 충분히 야권연대를 성사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염두해 두고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에 새정치민주연합이 인용해 언급한 여론조사는 CBS 노컷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7일,18일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신상진 의원은 43.0%, 정환석 후보는 38.5%, 김미희 후보는 11.3%를 기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4%로 경기 성남 중원구에 거주하는 만 19세 남녀 603명에게 실시, ARS유선전화 조사로 2.66%의 응답률,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금의 판세라면, 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지만, 야권의 두 후보 중 한 후보가 사퇴하는 방식으로 선거연대를 꾀할 경우, 50%에 가까운 지지율로 신상진 후보를 훨씬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김미희-정환석 후보가 후보간 야권연대 카드를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이유인 셈이다. 

김미희 후보가 선거를 끝까지 완주해 야권과 공멸할지, 아니면 꼼수 연대로 새정치민주연합과 또다시 한 몸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