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죽음 당하기 싫다”는 장교들

    밤과 새벽, 칼과 평화, 죽임과 살림의 분계선(分界線)

  • 金成昱  /한국자유연합 대표, 리버티헤럴드 대표  
      1.
       “추악한 방산비리 때문에 헛된 훈련하다가 개죽음 당하고 싶지 않다”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이 사기(詐欺)쳐 납품한 장비로 훈련한 공군조종사들의 울분이라는 조선일보 기사 인터뷰 중 일부다. 이규태 회장은 1,100억 원대 방산비리 관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사기(詐欺)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이다.
     
      ‘조선일보’기사에 따르면, 이회장이 납품한 물건은 ‘엉뚱한’ 것이다. 이른바 공군전자전 훈련장비는 전투기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당하면 회피(回避)하는 시뮬레이션 장치다. 현재 북한 주력 지대공 미사일은 SA-2, 새로 배치된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은 SA-5인데, 李회장이 납품한 장비엔 SA-3, SA-6, SA-8, Gun Dish 미사일 프로그램만 탑재돼 있다고 한다. B소령 인터뷰다.
     
      “이 정도 장비가 1100억 원이라니 기가 막힌다. 고장도 잦고 정비도 자주 해서 훈련을 못할 때도 많다. 한 달 전에도 훈련하러 왔더니 29전대(정비전대)로 정비 들어갔다고 해 훈련을 못했다. 북한은 매년 새로운 미사일을 쏘고 있는데 우리는 5년째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훈련하고 있는 것도 솔직히 불안하다.”
     
      압권은 채점기(採點器). TOSS(TV Ordnance Scoring System)라 불리는 이 장비는 감시 카메라 2대와 채점 카메라 6대, 녹화·전송장비로 이루어져 있다. 조종사들이 미사일을 쏘는 사격장 표적판을 비추고 있다가 촬영해 전송하고 얼마나 정확하게 사격했는지 자동으로 채점하는 수준이다. 기사 중 일부다.
     
      <방위사업청은 이 장비를 70억 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이규태 회장이 싱가포르 업체에서 40억 원에 구입해 국산화한 것처럼 속여 가격을 부풀린 장비. 한 정보통신장교는 “70억 원은 터무니없고, 40억 원도 비싸다. 카메라 8대로 녹화하고 채점하는 게 이 장비 기능의 전부”라면서 “그렇다고 녹화나 채점이 정교하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2.
      이규태 회장의 범죄는 처음이 아니다. 2009년 3월 李회장은 자신의 회사인 일광공영 ‘탈세 및 횡령’ 혐의로 고발됐고 2012년 7월 징역 3년, 집유 4년을 받았었다.
     
      李회장은 국세청 고액체납자 명단에도 올라있다. 李회장 체납액 규모는 164억 원, 고액체납자 순위 90위. 일광공영의 체납액은 213억 원이다. 현재 이 사건은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일광그룹 측은 “세금을 체납한 것이 아니라 법에 정해진 불복절차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사정당국 관계자는 “최근 국세청이 李회장 것으로 추정된 미국 계좌 3개에 대해 미국 국세청(IRS)를 통해 명세서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주간동아 인터뷰).
     
      놀라운 것은 번번이 물의를 일으킨 이규태 회장의 독한 생명력이다. 여기는 수십 년 다져온 두터운 인맥(人脈)이 있다. 李회장은 아·태평화재단 운영이사를 지냈었다. 이후엔 노무현 정권의 핵심 안보관련 인사들을 일광그룹에 끌어들였다. 일광공영 고문은 노무현 정권 때 초대 방위사업청장을 지냈던 김정일씨,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일광 폴라리스 대표는 盧정권 기무사령관을 지냈던 김영한씨, 일광 복지재단 이사장은 盧정권 국정원장을 지냈던 김만복씨, 일광 청소년재단 ‘포사랑’ 이사장은 노무현 정권 당시 韓美연합사부사령관 이희원씨(그는 MB정권 안보특보까지 지냈었다). 김영한, 김만복, 이희원 등은 李회장이 사실상 꾸려온 대종상영화제조직위원회에도 이름이 올라 있다.
     
      특정 정권의 국정원·기무사 대표를 맡았던 안보수장들이 연예·영화계에 얼굴을 들이민 것은 당혹스럽다. 공교롭게도 일광공영은 이회장의 탈세·횡령 사건으로 2009년 말 기무사에 의해 무기중개업 자격등록이 취소됐었다. 그러나 6개월 뒤 2010년 일광공영은 기무사 테스트를 거쳐 무기중개업 자격을 재취득(再取得)했다. 그리고 다시 2개월 뒤 김영한 전 기무사령관이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일광폴라리스 대표에 취임했다.
     
      3.
      많은 이들은 방산비리 수사가 이규태 개인의 비리로 흐지부지 끝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핵을 가진 주적(主敵)의 공갈과 도발, 그들과 연합한 종북(從北)의 내란과 테러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60만 국군의 수장이 저지른 비리(非理)는 훔쳐간 국고(國庫)의 정도를 떠나 그 자체로 반역적이다. 애국과 열정에 불타는 절대다수 장교단을 욕보이는 치욕이다.
     
      용두사미(龍頭蛇尾) 수사가 될 것이란 예측이 현실이 된다면, 한국은 마지막 재건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밤과 새벽, 칼과 평화, 죽임과 살림의 분계선(分界線), 노예의 멍에를 끊을 이 절박한 기회를 대통령을 포함한 한국의 지식인 집단이 얼마나 깨닫고 있을까? 우리가 먼저 죽음을 죽이는 홰치는 우는 닭이 돼야 한다.
     
      written by (사)한국자유연합 대표 김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