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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수용소에는 '레밍'이 있다
     
    신준식 기자 /뉴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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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밍'은 북유럽에 서식하는 설치류(쥐)다. 레밍은 집단 자살로 유명하다.
    서식지를 찾아 옮겨다니는데 낭떠러지를 만나면 그대로 떨어져 죽음을 맞이한다.
    '비이성적인 본능'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북한 수용소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비사회주의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범 수용소에 갇혔던 이민혁 씨는
    2013년 북한을 탈출했다.
    그는 뉴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

    이 씨는 "수용소 보위원들은 수감자가 죽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오히려 수감자가 겪는 고통을 즐기는 보위원들이 더 많다.
    그들은 스스로 양심이 있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긴다"고 운을 떼었다.

    이어 "실례로 큰 나무 하나에 쇠줄을 감아 각각 다른 수감자의 발을 묶는다.
    이 후 몇 km 씩 뛰게 한다. 이 후 음식을 주지 않는다.
    보위원들은 낭떠러지 끝에 옥수수떡을 걸어놓고
    '먼저 입에 가져가는 사람만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장난 삼아 말한다.
    그러면 너나 할거 없이 배고픔에 눈이 멀어 뛰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먼저 도착해서 옥수수떡을 입에 물어도 그 다음이 문제다.
    뒤에서 계속 밀치고 오다보니 그 중 한 명이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진다.
    그러면 같이 발이 묶인 수감자들도 그 밑으로 떨어져버리고 만다.
    낭떠러지의 높이가 높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연이어 떨어져서 압사 당하기도 하고,
    통나무에 찍혀 죽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씨와 함께 탈북한 김진연 씨는
    "보위부원들은 그런 광경을 보면서 자기들끼리 재밌다며 구경거리로 삼는다.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거나 굴러서 부상을 당해도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해주지 않는다.
    지금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이 굉장한 이슈가 되어가는 추세인데,
    알려진 북한 인권 실상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상상도 못 할 일들이 2015년인 지금도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다.
    떠밀리고 떠밀려서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걸 보위부나 수감자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너무 굶주리다 보니까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전에 몸이 앞으로 나간다.
    사람이 배고픔에 눈이 멀면 그 상황에서는 단순히 옥수수떡 밖에 보이지 않는다.
    본능을 이용해 비이성적인 행동을 시키고, 그것을 재밌다고 관찰하는 것이 사람이 할 짓인지.
    북한은 미쳐가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북한 내 수용소는 죽음마저도 보위원들의 '재미있는 놀이'가 되는 곳이다.
    수감자들 스스로 옥수수떡이 먹고 싶어 앞으로 달려가지만 이는 고의적인 타살이다.
    행여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져서 목숨을 부지했다 하더라도 보위원들은 '살인미수'다.
    사소한 이유로 수용소에 갇힌 수감자보다 오히려 그들을 관리하는 보위원의 죄명이
    더 많은 곳이 북한 수용소인 것이다.
    [뉴포커스 = 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