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준 駐유엔 대사 연설, 2030세대 사이서 큰 인기…美유엔 대사 “최고의 연설”
  • ▲ "왜냐하면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북한 주민들은 그저 '아무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 준 駐유엔 대사의 즉흥 연설은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유튜브 외교부 업로드 영상 캡쳐
    ▲ "왜냐하면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북한 주민들은 그저 '아무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 준 駐유엔 대사의 즉흥 연설은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유튜브 외교부 업로드 영상 캡쳐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북한 주민들은 그저 아무나(anybodies)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수백만 명의 이산가족에겐 아직 북쪽의 가족들이 남아 있습니다.

    비록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없고 그 분단의 고통은 엄연한 현실이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겨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그곳에 그들이 살고 있다는 걸 말입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 적힌 인권침해의 참상을 읽으면서 우리 가슴도 찢어지고 탈북자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마치 우리가 그런 비극을 당한 것처럼 같이 울지 않을 수 없고, 슬픔을 나누게 됩니다.

    먼 훗날 오늘 우리가 한 일을 돌아볼 때, 우리와 똑같이 인간다운 삶을 살 자격이 있는 북한 주민을 위해 ‘옳은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인권운동가가 한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 외교관, 오 준 駐유엔 대사가 북한인권 문제가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던 22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한 즉흥 연설이다. 이 연설을 듣던 유엔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도 숙연해졌다.

    약 3분 분량인 오 준 駐유엔 대사의 즉흥 연설은 당초 써 갔던 연설문에는 없었다. 5분 길이의 연설문에는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딱딱한 표현이 위주인-입장만 들어 있었다. 주로 ‘북한 인권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인권문제를 안건으로 다뤄야 하는 당위성을 설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 준 駐유엔 대사에게 북한 주민들은 '남'이 아니었다. 그의 모친과 장인이 이북에서 월남한 실향민이자 이산가족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오 준 駐유엔 대사는 한국 정부의 공식입장을 모두 설명한 뒤 “이번 회의가 어쩌면 저에겐 마지막 임무일 것 같다”는 말로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년 전 유엔 대사로 부임했을 때 북한 미사일과 핵 문제가 의제 중 하나였다“며 소회를 밝힌 오 준 駐유엔 대사는 북한인권문제가 유엔 안보리의 정식 안건에 된 것을 ‘환영’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수백만 이산가족들, 그들의 가족이 김씨 일가 때문에 ‘인간답게 살아갈 자유’가 없는 데 불과 수백 킬로미터 거리에서 이를 지켜봐야 하는 한국 국민의 보편적인 정서를 그대로 드러냈다.

    3분이 채 안 되는 오 준 駐유엔대사의 짧은 연설은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에게 ‘아픔’을 준 것처럼 보였다. 사만다 파워 駐유엔 미국 대사는 “유엔에서 들어본 연설 가운데 최고”라고 극찬했다.

    오 준 駐유엔 대사의 즉흥 연설은 언론보도나 외교부의 공식적인 홍보가 아니라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SNS에서는 오 준 駐유엔 대사의 즉흥 연설이 게재된 유튜브의 URL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현재 유튜브에는 오 준 駐유엔 대사의 연설에 한글 자막을 단 영상들이 10여 개 가량 게재돼 있다. 영상 대부분의 조회 수가 2만 내외에 달해, 그의 연설이 유엔 안보리 이사국은 물론 한국 젊은이들의 가슴까지 울렸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