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사건의 팩트 "화재발생 원인, 농성자에게 있다"
  • ▲ 영화 소수의견 스틸컷
    ▲ 영화 소수의견 스틸컷

    최근 용산사건을 다룬 영화 <소수의견>에 대한 배급이 지연되면서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CJ E&M이 배급을 사실상 포기한거 아니냐는 의심과 함께 그 숨은 배경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영화의 원작자인 손아람 작가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CJ가 이회장 구속 이후 개봉을 1년간 연기해왔던 <소수의견>을 결국 대법원 판결을 두고 폐기처분하기로 했다는 소식. 정권에 보내는 수십억원짜리 화해의 메시지인 셈”이라고 글을 올리면서 이러한 의혹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영화 <소수의견> [강제 철거 현장에서 죽은 16세 소년의 아버지가 진압 중 사망한 20세 의경의 살인자로 체포된 후, 사건을 은폐하려는 국가권력과 변호팀의 진실 공방을 다룬 영화]라고 소개하고 있다.
    더 이상의 영화 줄거리는 알수 없지만, 대체로 지난 2009년 초경 발생한 용산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추측된다.
    원작자 손아람 작가의 소설 <소수의견> 역시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CJ는 왜 영화 <소수의견> 개봉을 연기한 것일까.
    CJ E&M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적절한 개봉 시기를 조율하다보니 벌어진 일이고, 다른 영화들도 종종 겪는 일이다. 특히 올해 같은 경우에는 세월호 사건의 여파가 있다 보니 슬픈 영화가 조금 어렵기도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화 <소수의견>은 슬픈 영화임에는 분명한 듯하다.
    아들이 죽었고 또 젊은 경찰이 죽은 영화이니 슬프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CJ 이재현 회장과 영화 <소수의견>의 개봉지연을 결부시키는 원작자의 페이스북 글과 그것에 난색을 표하는 CJ E&M 관계자의 태도에는 뭔가 이해할 수 없는 미스매치가 존재한다.
    원작자가 자신의 페이스북 글이 논란을 빚자 바로 삭제한 것 역시 의혹을 더욱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경우 우리는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다음과 같이 추측하게 된다.
    CJ는 어쨌든 이재현 회장이 구속상태에서 재판받고 있고 3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은 상황이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거야.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인거지. 용산 사건은 진보와 보수 진영간 첨예한 대립을 보였던 사안이라 이를 소재로 한 영화를 대중에게 배포해서 또 다른 이념논쟁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거야”라는 상식적인 추측.
    결국 손아람 작가의 말이 전혀 틀린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 ▲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밤샘 농성중인 한강대로변 재개발지역의 한 건물에 경찰의 강제진압이 시작되자 화염병 새총을 쏘며 저항하고 있다 2009.1.20.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밤샘 농성중인 한강대로변 재개발지역의 한 건물에 경찰의 강제진압이 시작되자 화염병 새총을 쏘며 저항하고 있다 2009.1.20.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예술로서의 영화가 또 다른 이념논쟁을 불러일으킨다고 하여, 그러한 현상 자체를 거부하면 안된다.
    다만, 용산사건과 관련하여 확정된 팩트, 즉 용산 국제빌딩 주변 제4구역 재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보상금에 만족하지 않은 상가세입자들과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 회원들이 철거 예정 건물에서 망루를 짓고 농성하던 중, 이를 진압하려던 경찰특공대를 향해 인화물질을 붓고 화염병을 투척하다가 화재를 발생시켜 경찰특공대원 1명과 농성자 5명이 사망하고, 경찰특동대원 13명이 상해를 입었던 사건.
    이것이 용산사건의 팩트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철거민 대표 이충연과 전철연 대표 김주환 등 관련자 9명은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 건조물 침입, 업무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이충연 및 김주환에게 징역 6년의 중형이 선고되었다.
    대법원은 “농성자들이 던진 불붙은 화염병 때문에 망루 계단 부근의 유사휘발유에 불이 옮겨 붙어 큰 화재로 번졌다고 본 원심에는 위법이 없다”고 판결하면서 화재발생의 원인은 철거민 대표 등 농성자에게 있다고 사실관계를 확정하였다.

    영화 <소수의견>은 이러한 용산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니 공권력과 이에 저항하는 철거민 사이의 대립구도를 중심으로 영화를 전개해 나갔을 것임이 분명하다.
    불법적인 공권력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일수 있다.
    용산사건에서 경찰의 농성진압이 위법절차에 기한 것이었더라면, 농성자들의 저항은 합법적이었을 여지가 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농성자들이 건물을 점거한 2009년 1월 19일부터 인근 건물과 한강대로변에 벽돌, 화염병, 염산병 등을 투척하여 이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였으며, 이러한 농성으로 인해 한강대로를 지나는 차량 등 일반인의 통행에 위협이 되고 있었을 뿐 아니라, 경찰은 2009년 1월19일부터 전철연 간부를 접촉하여 농성자들과의 대화를 시도하였지만, 농성자들의 강경태도로 인해 대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었기 때문에 불가피하지만 경찰력에 의한 진압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경찰의 농성진압은 합법적이었던 것이었으며, 이에 대한 불법적 대응, 즉 화염병 투척으로 인한 사망 사건의 책임은 농성자들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영화 <소수의견>이 이러한 팩트에서 벗어난 것이라면 또 다른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원작자인 손아람 작가는 자신의 소설에 대해서 “사건은 실화가 아니다. 인물은 실존하지 않는다”고 강한 부정을 하고 있지만, 이것은 곧 실화를 바탕으로 했을 것이라는 더욱 강한 긍정으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다시 돌아가 CJ 이재현 회장을 십분 이해해 보자. 그는 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하는 기업인이다. 예술작품을 상업화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기는 하나 그가 예술인들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후원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는 이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예술, 그리고 예술로서의 영화, 영화가 가져야 할 상품성 등등 끊임없는 고민하에 문화예술기업을 키워 온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건 소설이건 그 예술작품 자체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기에 더 이상의 구태의연한 의혹제기와 이념적 대립구도를 만들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영화 <소수의견>의 배급은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여진다.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대중들은 영화 <소수의견>을 보면서 다시 용산 사건을 떠올리게 될 것이고 그 추억과 함께 또 한번 논쟁이 불붙을 것이다.

    용산사건, 영화 <소수의견>, 판결로서 확인된 용산사건의 진실, 예술영역으로 다시 한번 던져진 진실, 그리고 이를 영화로 만든 기업. 이 영화가 개봉되는 날, 그날부터 이들 삼자간 한판승부가 크게 벌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