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시설 예산 삭감으로 학생들 안전 위협, 학습력 저하 영향도
  • ▲ 올해 안으로 혁신학교를 10곳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데일리=유경표 기자
    ▲ 올해 안으로 혁신학교를 10곳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데일리=유경표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심각한 재정결손을 이유로 학교운영비를 평균 500만원 삭감하기로 하는 등 학생들에게 고통분담을 떠넘기고 있다.

    시교육청이 무상급식, 혁신학교 확대정책, 전교조 지원금 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예산부족의 원인을 정부로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서울교육청은 지난달 30일 초·중·고등학교의 학교운영비를 삭감하겠다고 통보했다.
    지난 1월 통보한 예산안에 비해 각 학교당 평균 500만 원 정도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의 각 일선학교들은 갑작스러운 시교육청의 결정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손을 대고 싶어도 할 없는 경직성 경비인 인건비와 이미 시행 중인 교육프로그램을 제외하면 결국 학교시설예산과 냉난방비용을 줄여야하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의 학교운영비 삭감 방침을 놓고 헉교현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교시설예산이 부족할 경우, 교육시설 낙후로 이어져 안전사고의 위험이 그만큼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쓴소리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갑작스런 학교운영비 삭감은 서울시의회의 파행적인 교육예산 심의에 원인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장악한 서울시의회는 혁신학교 지원 예산을 줄이려는 문용린 전 교육감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이로 인해 서울시의회의 올해 서울교육예산안 심의는 파행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의회는 혁신학교 지원예산 부활을 주장하면서, 학력평가 비용 12억원 등 다른 교육예산을 삭감하는 무리수를 뒀다.

    교육에 대한 서울시의회의 몰이해 못지 않게 서울교육청의 이중적 행태도 문제다.

    조희연 교육감은 취임 이후, 후보시절 공언한대로 혁신학교 정책을 확대추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하고 있다. 

    세수 부족과 교육복지비용 증가로, 학교운영비마저 줄이겠다는 서울교육청이, 상당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한 혁신학교 정책을 확대추진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달 7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혁신학교를 확대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2학기에는 최대 10곳 정도 늘릴 예정이다. 지원예산을 1억원씩 잡으면 10억원 정도이기 때문에 시교육청 예산은 크게 압박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선 직후 인터뷰에서는 “임기 중 혁신학교를 200곳으로 늘리고 현재 6,000만원 수준인 혁신학교 지원액을 1억원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이와 별도로, 조희연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에게 1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당근책도 제시했다.

    조희연 교육감의 구상대로 정책이 시행된다면, 서울교육청의 예산 부족 현상은 훨씬 더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일반학교 허리띠는 졸라매면서 혁신학교에만 퍼주는 것이 진보교육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조희연 교육감 취임 이후 서울교육청은 예산 부족의 이유를 [정부 탓]으로 돌렸다.
    국책사업인 누리과정과 초등돌봄교실 운영 때문에 예산부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서울교육청의 설명이다.

    그러나 취재결과 전국의 시도교육청 가운데, 예산 부족을 이유로 각급 학교의 운영비를 삭감한 곳은 서울을 제외하고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인수위 때부터 약3,100억원이 모자란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서울을 제외한 다른 시도교육청들의 경우 아직까지 예산을 삭감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서울교육청이 학교운영비 삭감에 나서면서, 학교 안전사고의 위험성은 증가한 반면, 학생들이 누려야 할 교육의 질은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

    이런 사실은 공교육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자사고 폐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조희연 교육감의 태도에 비춰볼 때, 분명한 모순이다.  

    조희연 교육감 취임 한 달. 그 사이 조희연 교육감의 일방통행식 자사고 폐지에 맞서 교장과 학부모 등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학교운영비 삭감은 서울교육이 겪는 혼란의 또 다른 모습이다.

    “혁신학교 확대-자사고 폐지에 몰두하기에 앞서, 이들 정책들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순서”라는 목소리에 이제는 조희연 교육감이 응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