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파병 50주년, “사태 해결 위한 정부 관심 촉구”
  • ▲ (사)물망초 인권연구소 주최 [월남전파병 50주년 기념 세미나]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 (사)물망초 인권연구소 주최 [월남전파병 50주년 기념 세미나]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금기시된 월남전 파병 국군포로들, 이제는 밝혀져야 한다"를 주제로 이재원 물망초인권연구소장의 발제하고 허만호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안용수 목사, 전경수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뉴데일리 이미화 기자

    북한 및 탈북자 인권실태를 알리고 있는 사단법인 물망초 인권연구소가 이번에는 [납북 월남전 파병 국군포로]들의 참상을 알리는 세미나를 열었다.

    특히 연구소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그 동안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납북 월남전 파병 국군포로]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과 해결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해 관심을 끌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조찬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납북된 월남전 국군포로 문제와 관련돼 침묵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를 거세게 비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6.25 국군포로 송환자, 납북된 월남 국군포로 피해자 가족, 관계 전문가 등  등이 참여했다.

    세미나 발제를 맡은 허만호 경북대교수는 베트남 전쟁 당시 일부 국군포로가 베트콩에게 억류된 뒤 북송을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납북 도중 탈출에 성공한 박정환 씨(당시 소위)와 김규식 씨(전기 기술자)는 “억류 과정에서 북한으로 납북된 포로 명단을 봤다. 그중에는 한국정부가 전사자로 분류한 사람들의 이름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지난 2000년 7월 국방부는 월남전에서 실종된 6명(안학수 하사, 박성열 병장, 김인식 대위, 정준택 하사, 이용선 병장, 안상이 상병) 중 안학수 하사와 박성열 병장 등 2명이 북한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베트콩으로부터 탈출한 박정환씨는 개인적인 경험과 미국정부문서 조사를 통해 최소 9명 이상의 베트남전 국군포로가 북한에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문제해결에 소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정부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정부는 지금도 실체를 진솔하게 말하지 않고 있다.
    월남전 국군 전사 처리자가 4,200여명 정도 되는데 그 중 납북된 사례가 적지 않을 것.

    이런 실태를 당시 중앙정보부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월남전 국군포로는 없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공식 입장이었다.


    이어 허 교수는 앞으로 있을 대북교섭에서 납북된 월남전 국군포로 문제를 최우선 현안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정확한 실태파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월남전 국군포로 안학수 하사의 동생인 안용수 목사(베트남전 국군포로 납북자 가족회 대표)는 당시 우리정부가 국군포로 존재를 은폐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내놨다.

    일본의 경우처럼 포로를 불명예로 여기는 동양의 정서와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미국의 경제원조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용감히 싸우는 군대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포로의 존재를 밝히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당시 지휘관들이 [과잉 충성]을 은폐 이유로 드는 사람들도 있다.


    이재원 대표는 월남전 국군포로 송환에 대해 소극적 입장을 보이는 정부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나라가 어려워도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 있다.
    포로 문제가 바로 그것.
    포로를 송환해 달라는 떳떳한 요구를 하지 못한다면 국가가 아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납북 월남전 국군포로 존재를 공개한 뒤 협박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경수 서울대 교수(인류학)은 통일시나리오 연구를 위해 베트남에 입국해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납북 국군포로의 존재를 알게 됐다며, 포로 명단 공개 뒤 상당한 외압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베트콩의 대외선전물에 안학수 하사와 그 밖의 피해자들의 이름이 있었다.
    모은 자료들을 가지고 8명의 포로명단을 공개한 뒤 많은 협박과 외압이 들어왔다.


    전 교수는 “베트남 전쟁의 경우 남아있는 기록이 아직 많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사실규명에 나선다면 실체를 모두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 변환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