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선거는 결과가 먼저, 투표는 뒷전
    선거 뒤에 가려진 또 다른 목적은?

    박주희 기자  /뉴포커스
  • ▲ "모두다 찬성투표하자" 북한 선거 포스터ⓒ연합뉴스
    ▲ "모두다 찬성투표하자" 북한 선거 포스터ⓒ연합뉴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남한으로 말하면 국회의원 선거와 같다. 그렇지만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이 의지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투표를 해야 한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북한에서 사는 만 18세 이상 공민은 무조건 참가하여야 하며, 100%찬성 투표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는 선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선거라고 할 때 선거권을 가진 사람이 공직에 임할 사람을 투표로 뽑는 일을 말한다.
    선거표에는 찬성과 반대가 있다.
    북한의 선거에는 반대란 있을 수 없다.
    반대라는 것은 정권에 대한 도전이며 자신을 파멸시키는 징표이다.
    오직 찬성만이 선거권을 가진 북한주민에게 주어진 권리이며 의무이다.
    선거 당일 선거구에 가면 행사에 동원된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오는 유권자들에게 선거표를 나누어 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거표를 넣는 함에 반대함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다.
    선거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일일이 선거명부와 공민증을 대조한 다음 한 장의 선거표를 받아 쥔다. 선거표에는 후보자 이름만 명시되어 있고, 선거함도 찬성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의 선거를 한마디로 정리해본다면 유권자는 대의원을 선출하는데서 정권이 내민 종잇장을
    함에 넣기만 하면 되는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선거가 임박하면 북한의 거리와 마을은 온통 선거분위기를 띄우느라 야단법석이다.
    선거는 기관별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인민반별로 진행한다.
    며칠 전부터 선거구마다 대의원의 사진을 내다걸고 그 밑에 유권자 명단을 나란히 붙여놓는다.
    사람들은 지나치면서도 후보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선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서로서로 "우리 선거구 대의원 이름이 뭐냐"고 물어본다. 물음을 받은 상대는 "대의원 이름을 알아서 뭐하느냐. 우리한테 쌀을 주나, 돈을 주나."라고 말한다. 
    선거장에 내붙인 대의원은 그 구역 사람들이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반대표를 넣는 것은 반당반혁명분자라는 감투를 뒤집어쓸 수 있는 위험한 행위이다.
    선거가 진행되는 전 달부터 인민반장과 동보안원, 보위원이 명단을 들고 다니면서 등록된 주민들의 거주상태와 동향, 행불된 사람들의 현재 위치를 확인한다. 만약에 선거를 며칠 앞두고 부모들이 위급하다거나 사정이 있는 사람들은 인민반장을 통해 사연을 전하고 이동 선거표를 받아서 다른 지방에서 선거를 하게 된다.
    하지만 거주는 인민반에 있지만 오래전부터 행방을 알 수 없는 사람들 때문에 가족들은 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속이 타든다. 다른 때면 보안원이나 보위원이 찾아와서 물어봐도 어디에 장사 갔다고 거짓말로 둘러치지만, 선거가 진행되면 중국이나 한국으로 간 것이 밝혀지게 된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선거는 5년에 한 번씩 진행된다. 동시에 북한주민들의 인구동향과 행불자들을 색출해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북한의 행불자들의 수가 늘어난 것은 근 20년 전이다.
     '고난의 행군'시기 내륙지방 사람들이 살 길을 찾아 다른 지방으로 왔다가 굶어죽은 수가 얼마인지 모른다. 역전 대합실이나 강 옆에 수두룩하게 쌓인 시체의 신분을 확인할 수 없다.
    북한정권은 수많은 시체를 관도 없이 화물차에 실어 산속에 집단 매장시켰다.

     이런 사정은 북한주민등록사업에 많을 혼란을 가져왔다.
    보안원들은 인민반장을 통해 주민동향을 매일 체크 받지만 집을 나간 지 몇 년이 되어도 오지 않는 사람들의 생사여부는 그 가족들도 모르는 상황이다.
    자식이 중국에 간 줄 알면서도 가족은 비밀을 지킨다.
     왜냐면 외국으로 탈출하면 북한 법에 '민족반역자'라는 딱지가 붙기 때문이다.
    수시로 보안원이 행불자가족들을 찾아다니며 달궈도 가족들은 장사 나간 딸이 돌아오지 않는데 우리라고 다른 수가 없다고 당당히 맞선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보위원과 보안원이 행불자가족들을 찾아가 설득하는 방법을 썼다.
    그들은 가족들에게 중국에 딸이 간 줄 빤히 아니까 이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참가하러 오면 우리 당은 다 용서해준다고 어른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까지도 나타나지 않으면 자식이 조국을 배반한 값은 그 가족들이 치르게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2006년 당시 혜산시 연풍동에 살았던 김씨가 부모들로부터 '선거에 참가하면 용서해준다', '네가 넘어오지 않으면 우리 가족은 산골로 추방된다'고 연락해서 선거 당일 압록강을 넘어왔던 사실도 있다.
    선거날에 넘어온 김씨는 추방가거나 법적제재는 받지 않았지만 보안원들이 그를 데리고 다니면서 중국이 나쁘고, 사회주의 우리제도가 좋다고 선전하는데 이용당했다. 그는 북한으로 넘어온 지 6개월 만에 다시 중국으로 탈북해서 현재까지도 돌아가지 않은 상태이다.
    이번 선거는 김정은 집권 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선거인 동시에 대대적인 주민동향 검열이다.

    북한선거는 끝나는 시점에 매번 같은 기사를 내보낸다.
    100% 찬성투표, 실제로 이 기사 뒤에 가려진 탈북자들의 공간은 해마다 늘어날 것이다.

    [국내최초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