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적용' 감사원장 인준안 처리서 물리적 충돌 '원천봉쇄'
    선진화법 의지해온 민주당, 고함뿐 손발은 '꽁꽁 묶여'

    새누리당이 28일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단독처리하면서 국회에는 전운이 감돌았지만 우려됐던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의사진행을 막기 위한 야당의 국회의장석 점거도, 이를 저지하려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여의도 의사당의 그 흔했던 여야간 몸싸움도 벌어지지 않았다.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강창희 국회의장석 주변에서 "날치기"라며 큰 목소리로 거세게 항의했지만 본회의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던 과거와 같은 폭력사태는 없었다.

    표결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서려던 민주당의 계획도 "임명동의안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강 의장의 완고한 입장에 가로막혔다.

    몇몇 민주당 의원이 본회의장에 머물며 "투표를 마치지 않았다"며 '지연작전'을 시도했지만 강 의장이 잠시 기다리다가 투표종료를 선언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국회 안팎에서는 의사진행 방해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인 일명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이 적용되면서 처음으로 '약발'이 나타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작년 국회선진화법을 주도했던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은 본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직권상정을 최소화하는 대신 물리적 충돌은 엄중히 처벌토록 한 선진화법 덕분에 오늘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민주당이 강력히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박범계 의원은 "여야 합의에 의해 충분히 처리될 수 있음에도 절차 요건을 위반하며 날치기를 강행했다"면서 "어떠한 안건이라도 무제한 토론을 보장해야 하는데 이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인 올해초부터 정부조직법 개정을 비롯한 각종 법률안의 처리에서는 쟁점 법안에서 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요구하는 국회선진화법이 논란이 됐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그간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한 야당의 발목잡기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푸념하면서 최근 법개정까지 추진했지만, 이날만큼은 선진화법의 혜택을 톡톡히 본 셈이 됐다. 애물단지처럼 여겨졌던 국회선진화법이 야당의 물리적 저지를 원천봉쇄하면서 임명동의안 처리를 수월하게 해주는 '효자노릇'을 해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선진화법에 따라 의사진행을 방해할 경우, 국회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는 높은 수위의 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설된 국회법 165∼166조에서는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사람을 상해하거나 다중의 위력을 보일 경우 등에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조문을 따져보면,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일단 이 조항에 '시범케이스'로 걸리면 최악의 경우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어 선뜻 나서기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