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영생'과 '자폭'을 빗댄 유머 등장

    박주희 기자 /뉴포커스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사망 후 주민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눈에 띄게 볼 수 있는 구호가 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 인민의 마음속에 영생하신다.'가 대표적인 구호다.

      때문에 '영생'이란 단어는 김일성, 김정일의 또 다른 이름처럼 신격화 용어로 분리되고 있다. 이런 '영생'과 함께 충성을 강요하는 차원에서 북한 정권이 강요하는 새로운 용어가 있다. 바로 '자폭'이다.

     '자폭' 이라는 말이 생겨난 동기는 전투 훈련 중 비행사 길영조가  엔진이 멎은 비행기에서 탈출하지 않고 비행기와 함께 바다에서 자폭한 후다.

     마지막까지 불붙는 전투기에 남아 김일성 동상을 피해 바다에서 자폭했다며 "길영조처럼 자폭용사가 되자!"는 구호도 있다.

     그런데 뜻도 다른 두 개의 단어가 최근 북한 주민 가정의 현실을 대변한 유머로 유행한다고 했다.탈북자들은 뉴포커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진실을 알려주었다.

     2012년에 탈북한 신영미 씨는 "지금 젊은 세대들은 어르신을 모시고 사는 것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북한의 경우에는 더 심하다."고 했다.

     그는 "경제생활이 어려워지면서 한때 북한에서는 부모 집과 자식 집을 합쳐서 생활하는 추세를 보였다. 땔 나무가 쌀보다 더 비싼 상황에서 두 아궁이에 돈을 넣을 필요는 없다. 불편해도 합치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타산이었다."고 한다.

     

  • ▲ 북한 가정 부엌 내부 / 뉴포커스DB
    ▲ 북한 가정 부엌 내부 / 뉴포커스DB


    2011년 6월에 탈북한 김성국 씨도 처가집 어르신들을 모시고 살았다며 "같이 살다보니 여러 가지로 불편하고 눈치가 보인다. 하루 종일 시장에서 추운 겨울에 떨다가 들어오면 어르신들은 따뜻한 아랫구들에 그냥 누워 계신다. 생각다 못해 윗방을 어르신들이 생활하도록 따로 내주고 밥 먹을 때만 얼굴을 마주한다."고 하면서 식구가 불어나니 곱절로 힘들었다고 이야기했다.

     김성국 씨는 이러한 사정이 자신의 가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반 가정들에서 흔히 겪는 문제라고 했다. 처음에 남편도 부모님께는 둘도 없는 효자였는데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어르신들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시장은 북한의 정치, 경제, 문화의 제일 빠르고 정확한 통신소다. 여기서 전해 듣고 유행하는 말들은 거짓이 없다. '영생'과 ' 자폭'의 유머도 시장에서 나온 것이다."라고 했다.

     그 유머의 내용인즉 시부모와 함께 살던 어떤 며느리가 시어머니 생일날 자그마한 족자를 선물로 준비했다고 한다. 북한 가정들에선 충성구호를 사자성어로 함축시킨 족자가 많이 걸려있다. 정권이 적극 장려하는 차원에서 싼 값에 팔기 때문이다. 며느리가 가져온 족자도 대충 그런 내용의 글이려니 하고 무심결에 펼쳐보던 시부모의 얼굴이 대번에 일그러졌다고 한다.

     "자폭"이란 두 글자가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힘든 세상을 기어코 살려고 하지 말고 하루 빨리 '자폭'하라는 의미 같았다. 그걸 살뜰하게 시부모 방에 갖다 걸어주기까지 하는 며느리의 뒷모습이 더 미웠다고 한다. 

     그러나 시부모의 대처법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시부모도 다음날 며느리에게 족자를 선물했다고 한다. 그 족자에는 '영생'이라는 글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며느리의 '자폭'선물에 시어머니는 '영생'으로 대답한 것이다.

     참으로 눈물과 웃음이 교차되는 가슴 아픈 북한의 현실이다. 신영미 씨는 "태어날 때부터 마음이 나쁜 사람은 없다. 우리도 모든 것이 풍족하면 부모님 잘 모시고 자식들과 한 집에서 화목하게 살고 싶다. 쌀독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처럼, 먹을 것이 없고 살아가는 게 힘드니 부모자식간의 인륜도리도 사라져 버린 것이 북한"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탈북자들은 김일성, 김정일의 또 다른 이름인 "영생"과 주민에게 강요하는 "자폭"이란 단어가 조롱과 웃음의 유머 소재로 이용되는 것을 두고 그만큼 오늘날의 북한에는 김부자 신격화도, 충성가치도 더는 없다고 확신했다.
    [국내최초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