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7.27의 일상

    박주희 기자 /뉴포커스

    7월 27일은 휴전협정일이다. 북한은 이날을 '전승절'로  기념하며 국가적인 행사들을 진행한다.

     북한에서는 이날이 무슨 날이냐고 물으면 어린이로부터 어르신까지도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을 타승한 승리의 날"이라고 대답한다.

     2011년에 탈북한 이기영 씨는 "7.27이면 행사준비로 아침부터 온 동네가 북적거린다. 아침 8시부터 인민반장의 다그쳐대는 목소리가 들린다. 인민반 동원이라면 돈을 내고 빠질 수 있는데 '정치행사'는 차원이 다르다. 괜히 의견 부려봤자 좋은 꼴은 못본다."고 했다.

     

  • ▲ 미제반대투쟁의 날에 동원된 북한 주민 모습
    ▲ 미제반대투쟁의 날에 동원된 북한 주민 모습


    그는 '줄을 맞춰 동별로 광장에 모이는데 무더운 날씨에 숱한 사람들이 모이면 땀 냄새와 왁작이는 소리에 정신이 흐려진다. 도당대표, 청년대표, 학생대표, 농민대표, 직맹대표의 연설이 있는데 적어도 두어 시간은 걸린다. 늘 들어오던 판에 박힌 말을 누구도 듣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내일 살기 바쁜 아낙네들의 마음은 시장에 가 있다. 행사 중에도 옆 사람과 귓속말로 '쌀값이 얼마냐, 돈대(환율)는 몇 대냐, 시장 보안원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등 생활에 필요한 말만 한다.

    그런데 행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줄을 지어 거리로 다니면서 구호를 외쳐야 한다. '전승절' 분위기를 세운다는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전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가려면 오후 행사에 모이기가 쉽지 않다. 매일 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런 사람들은 오전에 얼굴을 보이고 오후에는 시장에 나가길 바란다.
    동 여맹위원장들은 이런 현상들을 막기 위해 대열을 흐트리지 않고 오후까지 끌고 다닌다."고 한다.

      또 "힘 있는 동은 옥수수 국수를 후방 조에서 차에 실어 행사장으로 가져오지만, 식사 조직을 못한 동은 자체로 해결한다. 각자 돈을 가지고 매대에서 건식을 사먹고 오후 행사에 참가한다.

    여맹은 보통 30대에서 50대 후반 정도의 여성들이다. 대열 앞에서 누가 '미제침략자들을 소멸하라.'고 선창을 하면 전체 대열이 '소멸하라'고 세 번을 되받아 반복한다."고 했다.

     이기영 씨는 "두어 시간을 구호도 부르고 노래도 부르고 거리를 돌고 나면 배고프고 더위에 죽을 것만 같다. 행사가 끝나서 쉬고 싶어도 그렇게 못한다.

    부랴부랴 채비를 해서 물건을 챙기고 시장에 나간다.
    몇 시간이라도 팔아야 국수 한 사리(1kg) 돈이라도 벌 수 있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하루 종일 행사에 시달린 사람들이 먹거리를 사려고 저녁에 시장에 몰려나온다.
    정신없이 팔고, 떨어진 돈을 가지고 내일 먹거리를 사서 집에 들어오면 몸이 녹초가 된다.
    시장기가 오래돼서인지 속이 쓰리다. 된장국에 옥수수 국수를 말아서 쭉 들이킨 다음에야 간에 기별이 간다."고 말했다.

     그는 "7월 27은 바쁜 날 중에도 고달프게 바쁜 날"이라고 했다.
    "전쟁이 끝난지 반세기도 넘는데 아직도 그 때 정신을 고취하려고 살아가기 힘든 백성들을 못살게 구는 날이다. 미제를 타도하라고 하면서도 그들이 보내주는 구호물자는 다 받아먹는다.
    정말 타도할 대상은 김씨일가다."라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국내최초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