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비유한 하바스 ‘변신’ 칸 광고제 금상
  • ▲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티치아노가 그린 '다이아나와 악테온'
    ▲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티치아노가 그린 '다이아나와 악테온'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칸 국제광고제)의 16개 경쟁부문 중에서도
    특히 필름 크래프트(Film Craft)는 광고가 예술의 한 축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부문이다.

    특히 올해 필름 크래프트 부문에서 금상을 받은 [변신(Metamorphosis)]은
    주로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 크리에이티비티 업계가
    어떻게 옛 것을 재현하고 계승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힐 만 하다.

    필름 첫 부분에서 보여주는 그림은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티치아노가 그린 ‘다이아나와 악테온’으로,
    이 필름이 광고하는 영국국립미술관에 소장된 걸작이다.
    이 그림은 앞으로 보여줄 이야기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리스신화의 악테온 이야기를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 유럽 귀족들의 모습으로 재현한 것이다.
    여주인의 아름다움에 매혹돼 그녀를 ‘헌팅’하려던 사내는
    도리어 자신이 ‘헌팅’당하고 먹히는 신세가 된다.

    티치아노의 그림이 미리 알려준 것처럼,
    사슴고기로 먹혀버린 비운의 사내는 악테온이며,
    아름답지만 잔인한 여주인은 바로 사냥의 여신 다이아나이다.

    그리스 테베의 사냥꾼이었던 악테온은
    우연히 여신 다이아나가 목욕하는 모습을 보고 만다.
    다이아나는 로마시대의 이름이며,
    그리스신화에서는 아르테미스로 불리는 사냥의 여신이자 달의 여신이다.



    아르테미스는 본래 그리스 본토가 위치한 발칸 반도 쪽이 아닌
    소아시아(지금의 터키) 지역에서 섬기던 신이었다.
    소아시아를 정벌하고 식민지를 건설하면서
    꽤나 애를 먹었던 그리스인들은 아르테미스를 상당히 고약한 성격으로 묘사했다.

    특히 아버지인 제우스에게 ‘영원히 처녀로 살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 정도로
    아르테미스의 결벽증은 대단했다.
    처녀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제우스의 아들을 낳은 시녀 칼리스토를 곰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다.
    (덕분에 칼리스토는 밤하늘의 큰곰자리로,
    목성의 위성 칼리스토로 그 이름을 영원히 남기게 됐다)

    그런 아르테미스가 악테온의 ‘건방진 수작’을 그냥 넘겼을 리 없다.
    아르테미스는 그를 수사슴으로 만들어버리고,
    악테온은 바로 자신이 데리고 다니던 사냥개들에게 사냥 당하고 만다.

    흔히 유럽 문화의 두 축을 그리스문화와 기독교문화라고 한다.
    특히 그리스문화는 르네상스시대 이후 건축, 미술,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발적으로 재현되고 각색됐다.
    그리스 문화의 재현과 각색은 지금껏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유명한 괴테의 [이피게네이아], 로댕의 [다나이드] 등은
    그리스 신화의 맥이 근대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이는 좋은 사례이다.

    이것은 소위 말하는 정통 예술뿐 아니라 광고업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 예로, 특히 디지털 유목민(digital nomad) 시대를 맞으며
    크리에이티비티 업계에서 유난히 자주 사용하는 ‘오디세이’라는 말 역시
    그리스 시인 호머가 낭송했던 [일리아드]의 주인공 이름이다.
    오디세이와 같은 수많은 그리스신화의 스타들은
    지금도 전세계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브랜드로 변신해 활동하고 있다.

    오비디우스의 저작에서 사냥꾼이 사슴으로 변신한 것처럼
    그리스신화는 끊임없이 현대인들의 마음 속에서 새로 태어나며 변신하고 있다.
    그것이 ‘광고필름’의 형태로 분명히 나타난 것 중 하나가
    바로 칸 라이언즈 필름 크래프트 금상 수상작인 [변신]이다.
    광고주는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이며
    영국의 하바스 월드와이드 런던(Havas Worldwide London)에서 대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