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는 '죽은 돈' 살려내는 신종직업도 있다.
    정권불신이 만들어낸 북한의 신종 직업
    서영석 기자 /뉴포커스

    2009년 북한의 화폐 개혁이 실패로 돌아가자 북한 돈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현재 북한주민이 선호하는 지폐는 중국의 인민폐와 미국의 달러다.
    지폐를 반복해서 사용하다 보면 낡아지지만 바꿀 수 없어서 그냥 쓰고 있다.
    그러나 너무 낡으면 화폐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린다.
    달러 한 장으로 쌀을 바꿀 수 있는 북한주민이 가만있을 리 없다.
    그래서 훼손된 지폐를 복원해주는 직업이 등장했다.

    2012년 11월 청진에서 온성을 거쳐 탈북한 최 미진(가명) 씨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에서 돈을 주고받을 때 액수가 큰 지폐일 경우 반드시 확인합니다. 햇볕에 비춰보거나 만져서 촉감을 보는 거죠. 위조지폐가 많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돈이 쉽게 훼손돼요. 나중에는 인쇄된 부분이 닳아서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죠. 그래서 이것을 고쳐주는 사람이 있어요”

    “인쇄가 일부 지워진 지폐를 가져가면 바늘처럼 가는 도구를 사용해 잉크를 묻혀서 원래 모양으로 다시 그리는데 감쪽같아요. 특히 달러는 가치가 높으므로 주요 복원대상입니다.”

    달러는 북한 돈으로 바꾸면 워낙 양이 많아 휴대하기 어려워서 대개 집안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잘못 보관하면 지폐에 녹이 슬기도 한다고 최씨는 전했다.

    “이상하게 비(중국 돈)와 달리 미국 지폐는 녹이 슬더라고요. 주민 사이에서는 미국 돈에는 철 성분이 들어가서 그런다는 말이 나돕니다. 녹이 묻은 지폐를 가져가면 ‘세제’를 사용해서 조심스럽게 닦아서 깨끗이 만들어 줍니다”고 최 씨는 전했다.

    북한에 이러한 신종 직업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주민의 북한정권 대한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름뿐인 북한의 은행에 돈을 넣으면 이자는 고사하고 갖은 구실을 대며 원금조차 돌려주지 않는다.  국가에서 합법적인 강탈을 하는 것이다.

    만약 많은 외화를 은행에 저금 할 경우 외화수입 출처를 따지는 등 그때부터 국가안전보위부의 감시 대상이 되기 때문에 간부들은 물론 무역하는 사람들조차도 절대로 은행에 돈을 맡기는 일이 없다. 그래서 집안에 몰래 보관하는데 잘못된 장소에 두면 습기의 영향으로 훼손 되는 일이 잦다.

    북한 주민이 중국 돈과 달러를 선호하는 이유도 2009년 화폐개혁을 겪으며 북한 돈이 휴지 조각이 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2009년 화폐 개혁을 경험한 탈북자 고 진철(가명)씨는 “국가에서 일정액만 교환해주고 나머지는 국가에 바치라고 해서 홧김에 남은 돈을 강물에 던져 버렸어요.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태우는 사람도 많았습니다”라고 전했다.

    북한주민은 유통되는 한정된 양의 지폐를 매일같이 매만진다.
    돈이 훼손되면 복구하는 비용마저 들어가기 때문에 처음부터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달러는 절반으로 접지 않는다고 한다. 지폐 가운데 인쇄된 얼굴 부분이 닳기 때문이다.

    북한주민은 김일성 초상화는 형식적으로 걸어놓고 달러 지폐 속의 미국 대통령 얼굴은 상하지 않도록 소중히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최초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