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노선투쟁이 권력투쟁으로 악화되면 10.26 사건 같은 것도 가능”
  • 자폭(自爆)을 향해 가는 김정은

    갈등과 긴장은 임계치(臨界値)를 넘어섰다


    金成昱  /리버티헤랄드 대표


    1.

  • 줄탁동시(啐啄同時).
    어떤 체제든 스스로 망하진 않는다.
    외압(外壓)과 내폭(內爆)의 상승작용이 필요하다.
    어미닭과 병아리가 서로 쪼아 껍질이 깨지는 것과 같다.
    역사는 그렇게 되풀이 돼왔다.
     
    김정은 정권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개성공단폐쇄 같은 일종의 대남(對南)정책 실패에 이어, 중국의 미묘한 변화.
    협박과 지원의 타성에 젖은 북한은 더 강한 협박을 해야 한다.
    이로 인해 한미(韓美)에 이어,
    “김정은은 안 돼”라는 중국의 라포(rapport. 공감대)가 이어지면,
    북한 내 소위 강·온파,
    군(軍)과 당(黨) 사이 갈등이 증폭될 것이다.

    “[강경 노선으로 얻은 게 무엇인가, 손해만 보았지 않은가]라고 말하면서,
    군 강경파를 몰아세울 때 권력층 안에서 티격태격하다가,
    돌발 사건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김정은과 군부가 일으킨 이번의 핵(核)위기를 결산하게 될 때,
    [손해만 보았구나]로 결론이 나면,
    김정일과 군부의 권위가 약해질 것입니다”


    북한 내 노선(路線)투쟁을 분석한 한 전문가의 지적이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노선투쟁이 권력투쟁으로 악화되면 10.26 사건 같은 것도 가능하다”며
    “모순과 갈등의 정도가 심해지면 대폭발의 임계점에 가까이 가게 된다”고
    말한다.

    바야흐로 김정은 체제가 멸망을 향해 폭주(暴走)하는 셈이다. 


     


  • 2.
    균열의 조짐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대대적인 군부숙청.
    집권 이후 통치자금이 부족해진 김정은은,
    군부의 외화벌이·돈벌이 사업을 가로채고
    이에 반발할 조짐이 보이는 군 간부들 숙청에 열을 올렸다.
      
    2010년 9월 ~ 2011년 10월 사이 숙청된 사단장-부 사단장급 중간간부만 300여 명에 달한다.
    북한 군부의 군단장 9명 중 6명이 교체됐다.
    2012년 7월 북한군 최고 실력자 리영호도 날라 갔다.
    숙청과 함께 대규모 강등-충성서약 강요 등도 뒤따랐다.
    국내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북한 역사상 이 같은 대거 교체는 전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3.
    최룡해의 인사전횡은 군부의 불만을 더욱 키웠다.
    최룡해는 군부의 신임을 받았던 리영호가 날아간 뒤,
    군(軍) 최고직인 총정치국장에 기용된 자다.
    민간인 출신인 그는 자기 친정인 <청년동맹> 출신 민간인들을 군 요직에 심고,
    이권 사업들을 모조리 빼앗아 간다고 전해진다.
    원칙 없는 인사-즉흥적 지시로 야전 군인의 충성심은 물론 사기도 곤두박질치는 중이다.
      
    최룡해는 과거 김정일의 기쁨조를 관리한 인물로 더 알려져 있다.
    탈북자들은 그가 [장군님 기쁨조]를 뽑는다며,
    젊은 여성들에게 변태적 성행위를 강요하고 공금을 유용하는 등
    방탕한 생활로 악명이 높았다고 증언한다.
    현재 김정은은 최룡해 같은 자에 기댈 정도로 궁한 처지일 수 있다는 말이다.
     
    4.
    북한 군부는 내폭(內爆)의 잠재적인 진앙이다.
    <서울경제신문>이
    2012년 12월27일 단독 입수한 문건에 나오는 북한 김일성대학 한 출신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은 군부를 장악치 못했고 독자적 발언권을 얻기까지 3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소식통은,
    지난 8년간 북한 주재 외교관을 지냈고,
    현재도 두 달에 한 번꼴 평양을 방문해 동향을 살피고 있다.
      
    당시 소식통은 몇 가지 중요한 팩트를 흘렸다.

    “북한이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강한 반대에도
    12월12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데는
    김정은이 아니라 북한 군부의 뜻이 강하게 반영됐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모두 군부의 입김이다.”

    “김정은은 외국문물과 국외실정을 잘 알고 남북 간 군사적 대립과 핵 위협을 싫어한다.”


    소식통 발언의 결론은, 김정은이 [아직은] 실권이 없다는 말이다.
    이는 북한 내부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점이 많다.
    김정은은 군부 신(新)주류에 둘러싸여 구(舊)주류를 숙청했고,
    정작 신주류를 통제할 능력이 모자란다.
    백상창 한국사회병리연구소장의 말처럼,
    김정은은 거들먹거리는 [배우](俳優)이고, 심하게 말하면 [군부의 꼭두각시]다.
     
    5.
    북한 내 권력지도는 더욱 불안해질 것이다.
    1인 지배체제인 북한에서 통치자의 장악력이 약해지면,
    체제는 흔들거린다.
    흔히 2인자로 알려진 장성택이 김정은을 대신할 수도 없다.
    오히려 장성택은 형식상(?) 아내인 김경희가 사망하면,
    숙청될 것이란 분석도 많다.
    김경희는 유일한 김일성의 직계 혈육이다.
     
    <월간조선> 6월호는 이렇게 보도했다.

    “당 간부들 사이에는
    김정은이 정치를 잘못한 게 장성택이 잘못 보좌한 탓이라는 여론이 퍼져 있다.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김경희가 만약 죽게 된다면,
    그 후에는 [곁가지](직계가족이 아니라는 의미의 북한용어)인 장성택이
    지금의 위치를 나아가 생명을 보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경희 사후 운운하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은 김경희의 건강이 안 좋다는 얘기다.
    <월간조선>은 2013년 4월 김경희를 만나고 온 B씨의 전언을 빌려
    “피골이 상접하고 얼굴이 더 까매졌다”고 전했다.
    김경희는 알려진 주당(酒黨)이다.
    젊은 시절부터 간이 나빠졌다.
    김일성 집안의 가족력, 심혈관질환-고혈압-당뇨 가능성도 높다.
    김경희 죽음 이후 [곁가지] 장성택은 숙청될 것인가?
    아니면 힘을 키워 반대파를 숙청할 것인가?
      
    6.
    한국과 미국에 이어 중국까지 등을 돌리는 모습이 나오면,
    북한권력 갈등은 커질 것이다.
    예컨대 주변국들이 식량 원조를 할 생각이 없다는 점이 판명되면,
    장성택 쪽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다.
    여기에 군부 신주류와 구주류가 각각 가세하면,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격이 될 것이다.
    뇌관이 터지는 셈이다.
     
    현재 지배층 인사의 아들들 대부분 북한이 아닌 해외에 있다고 한다.
    외화벌이 사업을 하거나 유학·외교 등 이유를 달아 해외에 나가 있다.
    당(黨)이나 군대 근무자는 몇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배층 안에서도 북한정권의 미래를 비관하고 있다는 암시이다.
     
    7.
    김정은도 자신의 미래에 불안감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극단적 공갈과 경호(警護) 강화로 드러난다.
    자기 몸뚱이라도 지키려는 노력이다.
    실제 김정은은 2012년 말,
    “나의 경호를 보장하는 사업에 첫째가는 주의를 돌리라”며,
    [1호 행사(김정은 참석 행사) 비밀 엄수 지시]를 내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같은 시기 김정은의 관저·별장을 비롯한 전용시설 30여 곳에 장갑차 100여 대를 배치하고
    특별열차 전용역(1호역) 주변의 경호 병력을 대폭 증강했다.
    과거와 달라진 조짐은 이랬다.
      
      ▪ 1호 행사장 주변 자동소총·수류탄으로 중무장한 경호병력과
    중화기를 담은 검은색 긴 가방을 든 사복 차림의 호위요원들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 1호 행사장 주변 차량·인원 왕래 제한, 행인들의 시계·담배 압수되고 휴대전화 사용도 금지됐다. (* 실제로 2012년 7월 26일엔 김정은이 전승절 59주년 기념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하는 바람에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평양 시내 모든 휴대폰이 불통됐다.)
      
      ▪ 인민군 보위사령부(기무사 격)는 최근 산하 보위대학(4년제)에 3~6개월짜리 속성 감시요원 양성 과정을 신설했다.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의 군부 길들이기에 대한 반발이 커 감시 인력 확충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 중국 공안이 쓰는 헬멧-방탄조끼-도로 차단막-최루탄 같은 시위진압 장비를 긴급 도입하는 등 주민들의 집단행동을 염두에 둔 조치들도 계속되고 있다.
     
    8.
    북한은 끓고 있는 주전자와 같다.
    안에서 커지는 갈등과 긴장의 증기가 주둥이를 통해 빠져나간다.
    이는 외부를 향한 도발로 나온다.
    2013년 2월12월 3차 핵실험과 일련의 대남 공갈·협박이 대표적 사례다.
     
    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뜻만은 아니다.
    이것은 동시에 기회다.
    한국이 북한의 커지는 공갈·협박에 무릎 꿇지 않고 더 조여 갈 때,
    북한이 안에서 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갈등과 긴장은 임계치(臨界値)를 넘어섰다.
    막고 싶어도 한반도 전체가 급변을 향해 가고 있다. 

    [리버티헤랄드=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