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정권, 대포보다 대포폰을 더 무서워해
    체신소와 핸드폰이 공존하는 북한

    서영석 기자 /뉴포커스
  • ▲ 핸드폰을 사용하는 어느 북한 가족.
    ▲ 핸드폰을 사용하는 어느 북한 가족.
    한국에 있는 탈북자는 어떻게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과 통화를 할 수 있을까?
    북한과 국제전화를 할 수 없는 한국에서 이런 통화가 가능한 이유는 북한의 브로커가 사용하는 중국산 대포폰 덕분이다. 중국인 명의의 대포폰은 국경 근처에서 중국과 왕래가 빈번한 장사꾼의 필수품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북한사람과 핸드폰 통화가 가능한 것이 아니고 중국인 명의의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국경 인근의 북한 사람과 통화가 가능한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북한의 브로커가 사용하는 것이 중국인 명의이기 때문에 한국과 문자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에서 사용하는 핸드폰의 번호와 기계가 한글을 지원하느냐는 점이다.

    브로커가 사용하는 핸드폰의 종류와 번호에 따른 변수가 많아서 탈북자들 사이에서 한글 문자를 보내거나 사진을 첨부하는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주장이 나온다.

    북한 브로커가 값비싼 한국산 핸드폰을 쓴다면 한국에서 보낸 문자와 첨부한 사진까지 받아볼 수 있다.

    그러나 브로커가 한국으로 보내는 것은 기종에 불문하고 중국식 병음으로만 한국에 보낼 수 있다. 받는 건 한글이어도 보내는 건 중국어라는 뜻이다.

    하지만 문자는 내용을 주고받는 목적보다는 통화품질이 안 좋을 때 간단한 용건 정도나 연락처를 남기는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포폰은 국경지역뿐 아니라 평양에서도 인기다.
    국경의 대포폰 명의는 중국인이고 평양의 대포폰 명의는 북한주민이다.
    평양에서 대포폰이 인기 있는 이유는 복잡한 가입절차에 따른 불편함을 피할 수 있고 무엇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국경지역에서 대포폰을 선호하는 이유는 통화기록과 요금의 추적을 피해 외부와 통화할 수 있어서이다.

    탈북자가 말한 바로는 국경에서 비교적 가까운 도시에 속하는 청진에서도 핸드폰 사용자가 급증했다고 한다.

    작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한국으로 온 탈북자 김 혜지(가명)씨는 북한 제2의 도시 청진에서도 여유 있는 계층이 산다는 포항구역출신이라고 했다.
    “북한도 변하고 있다. 구경하기도 어려웠던 핸드폰을 이제는 일부 인민학교나 고등중학교 학생들도 가지고 다닌다. 길에서 문자를 보내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물론 주민 대부분은 체신소에서 전화를 쓴다.”
  • ▲ 핸드폰을 사용하는 평양의 학생들.
    ▲ 핸드폰을 사용하는 평양의 학생들.
    여유 있는 집에선 아이들조차 최첨단의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데 가난한 주민은 60년대처럼 체신소에서 전화 한 통화를 하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평양 출신의 탈북자 오 민혁(가명)씨는 재미있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평양에서 쓰던 핸드폰 유심칩을 국경에 가지고 나와 중국 핸드폰에 넣으면 평양과 통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이 주장한 내용의 공통점은 북한에도 이미 거센 핸드폰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인데
    북한 당국의 검열 탓에 자유롭게 의사표현은 하지 못한다고 증언했다.

    탈북자 최 진우(가명)씨는 “북한정권이 국경 근처에서 전파감지기까지 동원하여 몰래 통화를 단속하는 것은 탈북자를 방지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탈북자 가족들을 통해 북한의 소식이 외부로 새나가거나 바깥정보가 유입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펜은 칼보다 강하듯 북한정권은 대포보다 대포폰을 더 무서워하고 있다.
    [국내최초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