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지킴이' 자처.. "역사는 사실에 기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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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의원 10명이 민주통합당 의원 1명을 못 당해내고,
    민통당 의원 1명이 통합진보당 의원 1명을 못 당해낸다.'

    정치권 한 인사가 지난해 기자와 만났을 때 했던 말이다.

    당시 한미FTA에 대한 온갖 거짓 공세를 퍼붓는 세력에 맞서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논란이 벌어졌다.

    일각에서 '종북정당'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고, 급기야 '폭력사태'로까지 번지면서 통진당은 두 조각나고 말았다.

    그러나 당시 이정희 통진당 공동대표의 행보만큼은 눈길을 끌었다.

    여러 매체들이 연일 다양한 각도에서, 수많은 자료를 들며 통진당을 비판했지만 그는 이를 하나하나 다 반박하고 나섰다.

    물론 말도 안되는 소리라 언론에 보도가 되진 않았지만, 당원들을 지키고자 애쓰던 이 대표의 열정만큼은 대한민국 대표 보수 정당이란 낡아빠진 새누리당이 배울 필요가 있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찍은 [51.6%]를 무시하는건지 새누리당은 [5.16 군사혁명]'혁명'이라 말하지 못한다.

    북괴 김씨 일가 3대 세습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 나와 민주노동당의 판단이며 선택"이라고 한 이정희 대표를 따라하고 있는걸까.

    새누리당은 '소름끼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더 이상 문제삼으려고 하지 않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대한민국 정보기관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한 것을 두고 끈질기게 온갖 폄훼를 해대는 민주통합당과 비교가 된다.

    특히 최근 [깡통진보]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백년 전쟁]이란 동영상이 좌파세력의 도를 넘는 역사 왜곡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이에 맞서 싸우려고 하질 않는다.

    이런 가운데 [백년전쟁]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의원이 있다.

    지난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백년전쟁' 유감'>이란 제목의 글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 지킴이’를 자처하기로 마음을 다잡아 본다"며 의지를 다진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다.

    홍 의원은 "‘백년전쟁’의 왜곡 행보는 확실히 도를 넘었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진영논리가 중하고 각각의 신념이 다르다 해도 역사는 사실에 기초해야 하는 명제만큼은 저버려서는 안된다. 그런데도 무책임한 모습이니 어쩔까 싶다."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방치하고 있는 교육현장이 한시라도 빨리 제자리를 잡을 수 있어야겠다."

  • ▲ 홍문종 의원은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 조선일보
    ▲ 홍문종 의원은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 조선일보

    다음은 홍 의원의 글 전문이다.

    작년 대선을 앞두고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상물, ‘백년전쟁’으로 촉발된 역사논쟁은 위험천만이다.  오로지 ‘친일’과 ‘반일’, ‘독립’과 ‘자주’의 이분법적 사고로 난도질하고 있으니 오죽할까 싶다. 무엇보다 오류투성이 영상물에 의한 사회적 선동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클 수 밖에 없다.

    실제 ‘민족문제연구소’가 ‘새로운 스타일의 역사 다큐’를 표방하며 내놓은 문제의 영상물은 교묘한 편집기능이 압권이다.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들을 ‘입맛대로’ 훼손시킨 혐의가 짙다. 객관성과 사실성을 생명으로 하는 역사 다큐멘터리로서 최소한의 격도 갖추지 못했다는 핀잔도피할 수 없을 듯하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맷집이다. 사안을 입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단편적 지식전달에 그쳤으면서도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그렇더라도 우리 근현대사를 농단했다는 지적은 조금은 아프게 받아들였으면 싶다.

    ‘백년전쟁’  영상에 '찍힌'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은 천하에 없는 파렴치범이고 패륜아다.

    주장에 대한 합당한 근거는 물론 명확한 논리도 없이 우김질이니 얼척이 없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임시정부 자금을 빼돌려 사치를 즐긴 인간 말종, 국토분단의 주역 그리고 친일반역이다.  그것도  모자라 어린제자를 상대로 불륜을 저지르거나 하버드 박사학위 과정이 석연찮다고 압박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도 다르지 않은 대접이다. 경제부흥 업적은 오로지 미국의 경제지배로 얻은 수혜의 결과이거나 미국정부의 비판과 수정과정에 힘입어 도입된 수출위주 경제시스템 덕을 본 것일 뿐이라고 이죽거린다. 

    심지어 (박 전 대통령) 별명이 ‘스네이크 박’이었다며 영상 속 화면 가득 박 전 대통령 얼굴과 뱀 머리를 나란히 배치해 전직 대통령을 욕보이고자 안간힘을 쓰는 소아병적 조악함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우리가 할 일은 크게 없다. 고작 히틀러의 괴벨스가 울고 갈 만큼 현란한 조작술에 혀를 내두르며 놀라는 게 전부이지 싶다.

    물론 대한민국 건립 이후,  극단적 이념대립을 이루는 구도하에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항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 격동의 소용돌이를 뚫고 반세기만에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는 자부심이나 그 성공의 과정이 출발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자기성찰 모두, 역사를 바라보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관점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이번 ‘백년전쟁’의 왜곡 행보는 확실히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진영논리가 중하고 각각의 신념이 다르다 해도 역사는 사실에 기초해야 하는 명제만큼은 저버려서는 안된다. 그런데도 무책임한 모습이니 어쩔까 싶다. 

    실제로 영상 곳곳에서 오류를 지적받아도 끄덕없다.  

    이승만 전대통령에 대한 박사학위 관련 공격만 해도 억지의 극치다. 프린스턴 대학 박사과정에 있으면서 어떻게 하버드 석사학위가 가능했느냐는 타박인데 개방적으로 운영되는 미국의 석박사 통합 시스템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특히 1910년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미국의 영향을 받는 영세중립론’(Neutrality as influenced by the United States)은 지금까지도 각국의 학생들이 참고하고 인용하는 우수논문인데 말이다.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로 활용되던 아니면 말고 식의 흑색선전이 역사 다큐멘터리 영역까지 파고든 현실이 경악스럽다. 특히 젊은 층이 왜곡된 역사다큐멘터리에 현혹돼 진실이라고 믿고 있으니 큰일이다. 국사 교육이 선택과목으로 전락돼 제대로 된 국사교육, 근현대사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된 원인이 크다.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방치하고 있는 교육현장이 한시라도 빨리 제자리를 잡을 수 있어야겠다. 그런데 국사 교육 못지않게 시급한 현안이 더 있다.

    해외 문화재 환수를 위한 노력이 그것이다.

    최근 절도범에 의해 우리나라로 밀반입된 관세음보살좌상 환수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는데 우리 문화재도 타국을 떠돌고 있는 경우가 한 둘이 아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을 기준, 해외로 유출된 문화재는 14만9천126점으로 이 중 6.5%인 9천751점만 국내로 환수됐다. 우리 문화재가 유출된 국가는 20여개국으로 일본(6만6천295점)에 가장 많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음은 미국(4만2천293점), 독일(1만792점), 중국(8천225점) 등의 순이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문화재를 원래의 생산국에 되돌려줘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돼 있지 않다. 특히 일본은 한일협정으로 모든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터다. 결국 정치권 및 종교계, 역사학계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는 셈이다.

    후손들을 위해 조상들이 남긴 역사와 문화재를 지켜내는 일은 그 무엇보다 심오한 가치가 아닐까 싶다. 그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기본적인 의무이자 가장 아름다운 책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여 공연한 이념대립으로 에너지를 소진하기보다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 지킴이’를 자처하기로 마음을 다잡아 본다. 훨씬 생산적일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