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출구전략"·정몽준 "현실성 따져야" 실현에 의문 제시 '신뢰' 정치 브랜드인 朴, 당에서조차 확신 못 얻는 모습 보여
  • ▲ 김용준(왼쪽) 제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 이종현 기자
    ▲ 김용준(왼쪽) 제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 이종현 기자

    김용준 제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기자실을 찾았다.
    당초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의 브리핑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마이크는 김 위원장이 먼저 잡았다.

    준비해온 문서를 천천히 펴고 입을 뗐지만, 목소리는 크고 격양돼 있었다.

    “대선기간 국민들께 내놓은 공약들은 실현 가능성과 재원 마련 가능성에 대해 관계자들과 충분히 논의하면서 진정성을 갖고 하나하나 정성껏 마련한 것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 김용준 위원장

    인수위의 정부부처 업무보고가 진행되면서 각계 전문가와 언론이 공약의 재원마련 어려움을 집중적으로 제기한 데 따른 불편한 심기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공식석상에서 새누리당 중진과 지도부의 비판이 계속된 데 따른 ‘경고’로 해석된다.
    전일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후퇴론’이 제기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추진해야 한다.
    공약을 한꺼번에 지키려 한다면 그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정몽준 의원

    재원이 많이 소요되는 공약들을 한꺼번에 실행하는데 어려움이 큰 만큼 우선순위를 정해서 실행하자는 내용의 ‘현실론’을 끄집어내면서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공약 실현에 의문을 던지는 모습이 돠고 말았다.

    앞서 지난 14일 심재철 최고위원의 ‘출구전략’ 발언에 이어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인수위로서는 뼈아픈 대목이었다.

    ◈ 朴 지시? 아니다→노코멘트로 선회 

    특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체면을 구기게 됐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에서 논의되는 사항이 정책으로 확정되기까지 국민 혼선을 줄이고자 ‘깜깜이 인수위’라는 비판에도 업무보고를 최소화하고 언론공개도 자제해 왔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 조차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나오면서 박 당선인의 공약이 신뢰를 잃은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신뢰·원칙을 정치적 자산으로 갖고 있던 박 당선인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 ▲ 이날 김 위원장의 기자회견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6일 저녁 뽀로로 시사회장을 찾은 박 당선인. ⓒ 뉴데일리
    ▲ 이날 김 위원장의 기자회견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6일 저녁 뽀로로 시사회장을 찾은 박 당선인. ⓒ 뉴데일리

    이런 상황탓인듯 박 당선인을 대신해 김용준 위원장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새 정부가 시작도 되기 전 인수위 작업도 끝나지 않았고, 아직 검토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성을 다해 만든 대선 공약에 대해 지키지 말아라, 폐지하라든지 공약 지키면 나라 형편 어려워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 김용준 위원장

    윤창중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당에 대한 메시지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굳이 확대해석은 않겠지만 부인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또 “업무보고를 끝으로 국정과제를 설정하게 되는데 이는 공약수정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김용준 위원장의 이날 입장표명은 기자회견 1시간 여 전에 결정됐다고 한다.
    윤창중 대변인은 박 당선인이 의사 표시를 지시한 것이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으나, 나중에는 “노코멘트”라고 말해 사실상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됐음을 인정했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함께 공약을 성안시킨 당에서, 정부 출범도 전부터 공약과 관련해 불협화음이 나오자 불편한 감정을 가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문제는 돈, 黨 조차 재원마련에 불안감

    새누리당 지도부나, 각계 전문가들이 공약의 실현성을 지적하는 부분은 단연 돈 문제이다.
    공약이 정책이 되는데 소요되는 예산은 사실상 증세 없이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국내외 경제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는 복지공약을 무리하게 지키려 하다가는 오히려 경제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 관계자들은 복지공약을 나랏빚으로 메우며 이끌어 가다가는 재정건정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당선인은 증세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원칙을 갖고. 세원은 적극 발굴하되 세금부담은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증세항목의 우선순위는 효율성을 기준으로 부동산 보유세, 소비세, 개인소득세 법인 소득세 등이 있다.
    이밖에도 주식양도차익, 파생상품 시장,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도 있다.

    박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세입 확충의 폭과 방법에 대해서 국민대타협위원회를 통해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증세 방안 등 재원마련책이 좀 더 구체화되서 나온다면 공약실현에 대한 불안감은 덜 수도 있으나 복지확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