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한이 잘살아줘서 고맙습니다

    2002 월드컵과 2012 올림픽

    박영순

    한국행을 선택한 탈북자들은 중국 도피 시절 경험한 한국의 위상에 자부심을 느낌으로서 결국 한국으로 오게 된다. 북한에서 어려서부터 주입된 한국의 그릇된 인상이 북한을 벗어난 중국생활 며칠 만에 바뀌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정보나 연고자가 없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중국으로 넘어간 탈북자들은 처음부터 한국행을 택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 중국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접하고 한국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확신을 한다는 것이다.

    탈북하고 처음 중국으로 도피할 때만 해도 거처를 제공해주고 밥을 주던 조선족이 김정일 일가에 대해 욕을 하면 “차라리 밥을 안 먹을 테니 수령님 욕을 하지 말라”며 어긋난 애국심으로 말다툼 하던 그들이었다.

    중국에서의 생활이 오래될수록 탈북자들은 북한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국제적 위상이 높은 한국에 대해 같은 민족으로서 뿌듯한 긍지를 가진다고 하였다. 항상 중국인의 눈치만 보고 주눅이 들어 생활하던 탈북자들은잘사는 같은 민족인 한국에 고마움을 느꼈다고 했다.

  • 탈북자들은 "만일 한국마저 못살았다면 어쩔 뻔했느냐"고 입을 모은다. 중국에서 평생 기가 죽은 채로 살 뻔했는데 한국이라도 잘살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탈북자 김 모 씨는 “북한에서는 중국을 떼놈 이라고 부릅니다. 예전에는 북한보다 못살아서 우리가 상대 않던 중국이 개방 후 북한보다 잘살게 되자 우리를 사람취급도 안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인신매매입니다.”라고 중국에 대해 쌓인 감정을 이야기했다.

    탈북자 이 모 씨는 “2002년 월드컵 때 지하교회에 다 같이 모여 한국을 목청껏 응원했습니다. 북한이 못하니까 너희라도 잘해라 는 마음이었습니다. 중국도 못한 4강을 달성 했을 때는 너도나도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동안 중국인들에게 당한 설움에 북받친 눈물이자 한국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었습니다.”

    우리가 잠시 잊고 지내거나 많이 사라져 버린 애국심을 탈북자들은 아직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대상이 북한에서 한국으로 바뀐 것뿐이다. 타향살이 설움을 느껴봤기에 그들의 애국심이 오히려 한국인보다 더 높을지도 모른다.

    최근 한국의 TV에서 방영하는 공익광고 중에 애국심을 강조하는 내용의 영상물이 있다. “당신은 대한민국을 얼마나 사랑하십니까?”라는 주제이다. 공익광고의 목적은 의식개혁이다. 이제는 애국심을 TV 방송에서 강조해야 할 만큼 시대가 변한 것일까?

    2002년 월드컵에 이어 2012년 올해에는 많은 사람이 올림픽 중계를 보며 마음속에 담아놓은 애국심이 발휘될 때이다. 공익광고 속의 문구처럼 “17일짜리 애국심”이 아닌 탈북자들의 마음속에 깊게 새겨진 애국심처럼 오랫동안 유지되는 애국심이 되었으면 좋겠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