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앙코르! 금융인 30년을 은퇴하고 서도(書道)의 대가로 우뚝 선 서예가 신억현(辛億鉉. 71)씨의 전시회가 화제다. 지난 19일 백악 미술관(인사동)에서 개막된 전시장에는 60점의 각종 작품들이 다양하게 펼쳐져있다. 전서(篆書) 예서(隸書) 해서(楷書) 행서(行書) 초서(草書)등 종횡무진 휘두른 오체(五體) 한시들이 액자, 병풍을 비롯하여, 서각(書刻) 목판에 수려하게 빛난다.
    “백자(白字)를 많이 연구했고 서각도 좋아해서 쓰고 새기고 손작업이 많습니다.”
    백자란 검은 바탕에 흰글씨를 말하며 서각은 목판에 새긴 현판 스타일이다.

  • 충남 예산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와 한국은행을 거쳐 서울은행 행장을 끝으로 금융계를 떠났다. 임원이 되면서 노후를 생각하다가 한학자인 부친을 따라 붓을 잡은지 올해로 18년째.
    2년전 ‘동아예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 작년엔 추천작가가 되었으며 올해부터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전국규모의 공모전인 동아예술대전엔 한승수 전총리도 참여한바 있다.
    지도사범으로 박정규, 김무호, 이은설, 신재묵, 김총기 선생등을 모신 신씨는 현재 월정 정주상, 소헌 정도준 선생에게 사사하고 있다고. 특히 정도준씨는 복원되는 숭례문 상량문을 쓴 대가이다.
    “새벽에 일어나 먹 갈기를 시작하는 시간에 서도의 참 맛을 알게 되었죠.”
    정신이 맑아지고 집중력이 생겨 옛 문헌의 명필들을 되새기면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기쁨이 영육을 건강하게 키워주는 것 같다고 한다.
    가장 아끼는 작품을 물으니 두목(杜牧)의 한시를 초서로 쓴 액자앞에 선다.
    “일본에선 서도라 하는데 도(道)를 터득하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신씨의 얼굴은 단순한 예술인이 아니라 학문 깊은 선비처럼 빛났다. 취미로 시작한 서도가 예술의 경지에 깊이 들어선 새로운 세계 앞에서 2모작 인생은 또 한번 활짝 피어난 것이다. 전시회는 25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