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난타 등 공연연습으로 즐거운 장터
  • “흥부가~좋아라~ 돈 한 깨미(꾸러미) 들고 노는디~”

    전라도 사투리가 걸쭉하게 섞인 남도민요가 흘러나왔다. 공연자가 선창을 하자 관객들이 “얼쑤!”하고 추임새를 넣었다. 무대와 객석은 가락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공연하는 이들은 물론 받아치는 관객들까지 예사롭지 않은 솜씨다. 이곳은 충북 청주 가경터미널시장 무대에서 열린 행사 현장이다. 상인들로 구성된 판소리 동아리가 남도창을 부르면 관객들이 뜨거운 호응으로 화답한다.

    가경터미널시장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 사업 지원을 받아 지난 2010년 9월부터 상인 동아리를 조직했다. 판소리와 풍물, 상인밴드, 난타, 드럼반이 성행이다.

    최정임 가경터미널시장 홍보실장은 “사전에 상인들을 대상으로 배우고 싶은 것을 조사한 뒤 동아리를 조직한 것이기에 상인들 참여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판소리 반이 가장 인기가 좋다.

    판소리반 회장인 김선임(64)씨는 자신의 이불가게에서 일하면서도 내내 판소리 연습을 한다. 심지어 북도 빌려다가 놓고 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김 회장은 “선생님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하는데, 그때만 하면 연습량이 부족해서 따라가지 못 한다”고 쑥스러운 듯 말을 꺼낸다.

    “저희 판소리반은 남도창을 배워요. 그래서 가사를 전라도 말로 선생님이 바꿔서 알려주죠. 물론 처음에는 음도 모르니깐 선창하면 저희가 따라 부르는 방식으로 익혔죠.”

    김 회장은 흥부가의 돈타령이 가장 재미있다며 한 구절을 뽑아냈다.

    “얼씨구나 절씨구~ 절씨구나 좋을씨구~ 돈 봐라 돈 좋타~ 돈돈돈봐라~ 살었네~ 살었네에~ 박흥부가 살었네~ 이노므 돈아~ 아아 돈아~~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느냐 얼씨구나 돈봐라~”

    김 회장을 비롯한 동아리 회원들은 시장에 판소리 바이러스를 전파시켰다. 이들이 매일같이 창을 부르고 다니니 상인들과 단골들까지 흥얼거리게 됐다는 것이다.

    “창을 배우면서 동료 상인들이나 손님들과 가까워 질 수 있게 됐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않는 김 회장은 “지난해엔 국악방송에서 ‘사랑가’를 불러 전국 라디오 방송을 탄 적도 있다”며 자랑도 늘어놓았다.   

    판소리반은 대외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최정임 홍보실장은 “지난해 10월 대구에서 열린 전국우수시장박람회에서도 공연을 했다”며 “상인들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시장을 알리고 단합하게 되는 큰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