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저축銀 대주주 일가 비극적 운명도 회자
  • "부담이 됐을 것 같은데…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에이스저축은행 김학헌(57) 회장이 검찰 출석 예정일인 12일 오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 부장검사)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압수수색 도중 투신한 제일2상호저축은행 정구행(50) 행장, 작년 11월 재소환 통보를 받고 목을 매 숨진 토마토2저축은행 차모(50) 상무에 이어 저축은행 수사와 관련해 세 번째 자살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거액의 부실대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왔으며,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를 선임해 혐의에 대해 항변하는 취지의 소명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합수단은 소환 조사에 철저히 대비해온 것으로 보이는 김 회장이 왜 갑자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잇단 관련자 자살 사건으로 인해 혹시 강압수사를 의심하는 의혹이 일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합수단 관계자는 "검찰 소환을 앞두고 부담이 됐을 것 같은데, 유족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도 "지난해 연말과 올 초 세 번에 걸쳐 소환 통보를 했는데 본인의 요청으로 오늘 나오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장과 임원이 다 조사를 받고 구속기소까지 된 상황에서 대주주인 김 회장의 소환 연기 요청을 모두 받아준 만큼 강압수사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합수단의 입장이다.

    그러나 고양터미널 사업에 얽힌 에이스저축은행의 부실대출 규모가 무려 6천900억원에 달해 중형이 예상되던 상황이라 부담감이 매우 컸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편, 에이스저축은행과 전신인 인천제일신용금고 최대주주의 비극적 운명도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인천제일신용금고 대주주였던 이성철 회장 일가는 1997년 대한항공기 괌 추락사고로 모두 사망했다.

    이후 이 회장의 사위인 김희태씨가 인천제일신용금고를 물려받아 2002년 에이스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해왔으며, 2004년 김학헌 회장이 이 은행을 인수해 사실상 유일 주주가 됐다.

    고(故) 이성철 회장 일가에 이어 김학헌 회장까지 이 저축은행 최대주주가 비극적으로 삶을 마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