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 출신성분 알려지면 북한 발칵 뒤집힐 것"고영희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어

  • 북한 김정은이 처음으로 자신의 생모를 언급했다.
    출신성분을 철저히 지키는 북한에서 고영희가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김정은 우상화'에 치명타가 될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선중앙TV가 지난 8일 김정은 우상화를 위해 방영한 '백두의 선군혁명 위업을 계승하시어'라는 다큐멘터리에는 김정은이 자신의 생모(고영희)와 관련해 회고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 ▲ 북한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
    ▲ 북한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
     
  • ▲ 북한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시절.
    ▲ 북한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시절.

    김은 이 기록영화에서 "언젠가 2월16일(김정일 생일)에도 현지지도의 길에서 돌아오지 않는 장군님(김정일)을 어머님(고영희)과 함께 밤새도록 기다린 적도 있다"고 밝혔다고 중앙TV 해설자는 전했다.

    북한이 공식매체를 통해 김정은의 생모를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김정은이 2010년 3차 당 대표자 대회에서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후 지금까지도 고영희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었다.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 시절부터 생모 김정숙에 대해 대대적인 우상화 작업을 벌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북한 당국이 고영희 우상화를 꺼리는 것은 재일동포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12월 24일 일본 <산케이 신문>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의 생모가 일본에서 태어난 고영희라는 사실을 발설하면 엄벌에 처하기로 했다"고 전한 바 있다. 지난달 16일에는 美<자유아시아방송(RFA)>이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의 출신 성분이 알려지면 북한이 발칵 뒤집어 질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김정일의 세번째 여자 고영희(1953년생)는 1960년대 초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교포 출신으로 만수대예술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했다. 김정일의 '기쁨조'로 알려진 무용수들 가운데서 고영희는 1970년대 중반 김정일의 눈에 들어 동거를 시작해 김정일을 낳고 2004년 유선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줄곧 김정일과 함께 살았다.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정은과 정철 형제와 딸 여정을 낳았고,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로서 자리를 굳혔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고위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2002년 경 북한 인민보안부(당시 인민보안성) 정치국과 여맹(여성동맹)에서 시작된 '평양의 어머니 따라배우기 운동'(고영희 우상화운동)을 전국으로 확대하려다가 김정일의 지시로 중단한 적이 있다.

    이후 고영희가 사망하고, 그의 차남인 김정은이 최고지도자에 오른 최근까지도 북한 당국은 고영희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 김정은 우상화 영화를 통해 그의 생모를 언급함으로써 앞으로 고영희 우상화에 어떤 형태로든 나설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9일 "김정은의 부친에 대해서는 워낙 우상화가 잘 됐지만 그의 생모에 대해서는 그동안 전혀 언급이 없었다"며 "김정은이 최고지도자로 나선 마당에 북한이 그의 생모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소장은 "이번에 공개된 김정은의 발언을 고영희 우상화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북한은 고영희의 출신에 대한 내용은 숨기고 김정은 출생 이후의 삶, 즉 '지도자의 어머니'로서의 부분만 부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다큐멘터리 영상 화면
    ▲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다큐멘터리 영상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