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중앙시장 '사진교실'
  • ▲ 춘천 중앙시장 상인들이 낭만살롱에 전시된 수공예품을 찍고 있다. ⓒ자료사진
    ▲ 춘천 중앙시장 상인들이 낭만살롱에 전시된 수공예품을 찍고 있다. ⓒ자료사진

    “어머님, 여기 카메라를 보시구요~ 활짝~ 스마일~”

    춘천 중앙시장에서는 카메라 셔터가 바쁘게 눌렸다. “웃으세요~”라는 사진기사의 주문 소리가 터져 나온다.

    취재를 나온 것처럼 분주한 현장이다. 프로 못지않은 솜씨로 사진을 찍는 이는 중앙시장서 해리네 수선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복희(50) 사장이다.

    이 사장은 시장서 열리는 사진교실 강습생이다. 이날은 사진 실습을 위해 카메라를 들고 시장에 나온 것이다. “현장에서 사진을 찍으니 정말 프로가 된 것 같다”고 이 사장은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수업시간에 배웠던 사진 기술을 하나하나 적용해보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무조건 사람 위주로 찍었어요. 요즘은 전체적인 구도나 빛을 살피죠. 제일 중요한 건 인물들의 표정을 집어내는 것 같아요. 하하.”

    이 사장은 사진 교실을 통해서 사진에 눈을 뜨게 됐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찍는 법을 배운 것 같다”는 이 사장에게서 사진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 교실은 글짓기 수업과 연계해 진행된다. 매달 주제를 정해 글을 쓰고 거기에 어울리는 사진을 찍어서 한 편의 기사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이 사장은 ‘단골 손님’을 주제로 택했다. 중앙시장은 오랜 역사만큼 나이가 지긋하신 단골손님들이 많다.

    “저희 시장에는 50년 넘는 단골도 있어요. 이 분들을 제 사진의 주인공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라고 주제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사장은 카메라를 들고 시장으로 나섰다. 가게를 돌다보니 백발의 노인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오며가며 오랫동안 보니 저희 시장 단골 얼굴은 거의 다 알아요. 젊은 새댁일 때 시집을 와서 하얀 백발이 되도록 중앙시장을 찾아주신 분들, 그 고마움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요”라고 한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는 어머니의 사진을 담아냈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중앙시장 소식지에 실리게 된다. 상인들이 제작해서 직접 배포하는 상인 신문인 셈이다. 신문에는 상인과 손님, 그리고 시장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들어간다. 이 사장은 자신의 사진이 신문에 실릴 때 가장 보람된다고 말했다. “사진 한 컷이지만 많은 분들이 제 느낌을 함께 공유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요즘도 이 사장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사진수업을 들으러 상인들의 사랑방인 낭만살롱을 찾는다. 벌써 3개월째다. “처음엔 장사할 시간에 수업을 듣는 게 조금 부담됐어요. 그런데 한 두번 강의를 들으면서 사진의 매력에 푹 빠지게됐죠. 이제는 사진수업 시간만 기다려져요”라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진 수업을 통해 가장 많이 바뀐 게 무엇이냐고 묻자 이 사장은 주저 없이 “제 자신”이라고 답했다. “사진기술도 늘었고 사진을 보는 눈도 커졌지만 가장 큰 변화는 사진을 통해 사람을 들여다보게 됐다”는 것이다.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말하는 이사장. 그의 셔터에는 사진작가의 진지함이 묻어났다. 이 사장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해 춘천 중앙시장은 상인 육성사업으로 사진교실과 글쓰기, 중국어 및 풍물놀이 수업을 운영했다. 이는 상인들의 홍보와 어학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화상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상인들의 자발적인 참여한 덕택에 교육은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