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지원 322大 3만6000여명 졸업
  • ▲ 박달시장 상인대학 졸업식 현장 ⓒ노용헌 기자
    ▲ 박달시장 상인대학 졸업식 현장 ⓒ노용헌 기자

    “난생 처음으로 고객님이라는 소리를 해보았지요”

    두달동안 상인대학에서 무엇을 배웠느냐는 기자의 우문에 안양 박달시장 상인들은 이렇게 현답했다.

    15일 오후 상인대학 졸업식. 검은 가운을 걸치고 학사모를 눌러쓴 상인들 얼굴에는 설렘이 묻어났다.

    졸업생들은 서로의 삐뚤어진 학사모를 고쳐주더니 한바탕 웃음을 쏟아냈다.

    처음 입어보는 옷이 어색했는지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장사만 하다가 이런 학사모는 처음 써봐 호호”

    시장경영진흥원 원장 상을 받는 삼일떡집 남영순(57) 대표는 곱게 화장을 하고 졸업식에 참석했다. 그녀는 수업을 한 번도 빠지거나 지각한 적이 없을 정도로 모범 학생이었다.

    남 대표에게 졸업소감을 묻자 “아쉽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너무 아쉬워요. 2달 동안 수업 들으면서 배운 게 많아요. 더 배우고 싶은데 이렇게 끝나니 아쉽죠.”

    그녀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으로 ‘친절 서비스’를 꼽았다. 그 중에서도 손님과 상인으로 나눠 실습했던 경험은 서비스의 중요성을 몸소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수업 중 손님과 상인으로 나눠 역할놀이를 한 적이 있어요. 제가 손님이 되어보니 웃고, 편하게 해주는 상인에게 끌렸어요. 당연한 건데 그동안 왜 잊고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박달시장에서 30년간 떡집을 운영해왔다. 수십 년의 경력으로 장사에는 잔뼈가 굵다. 하지만 상인대학은 또 다른 장사 비법, 특히 상인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남대표는 “그 동안 제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며 “상인대학을 통해 30년 장사인생에서 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맨 앞줄에서 긴장된 얼굴로 앉아계신 어르신, 20년간 분식점을 운영해온 정재영(80) 대표다. 여든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상인대학을 졸업할 정도로 배움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80년 평생 처음 학사모를 써 본다는 정 대표는 “초등학교 때인가⋯ 그 후로 졸업식도 처음인 것 같아요. 너무 떨리고 감격스럽죠. 나도 대학을 졸업했으니 배운 데로 장사도 잘해보고 싶어요”라며 의지를 밝혔다.

    졸업생뿐 아니라 박달시장 상인대학을 함께 꾸려온 협성대학교 이민상 교수도 아쉬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담임선생님 역할을 맡았던 이 교수는 출석관리와 강의를 총괄했고, 입학생 전원을 졸업시키기 위해 상인들을 독려해왔다.

    이 교수는 상인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인들의 의식변화라고 설명하면서 “졸업생들이 처음 입학식에서 봤던 것과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상인들이 과거에는 내 가게에 온 손님이 아니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물건을 사지 않아도 우리 시장에 온 손님이라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학생들 자랑을 늘어놨다.

    그는 “상인들이 함께 노력하면 그 시장은 분면 살아나게 된다. 혼자는 작은 힘이지만 모이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 ▲ 박달시장 상인대학 졸업식 현장 ⓒ노용헌 기자
    ▲ 박달시장 상인대학 졸업식 현장 ⓒ노용헌 기자

    지난 6월 24일 시작된 안양 박달시장 상인대학은 총 4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약 2달 동안 상인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간씩 수업을 받았다.

    시장경영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상인대학은 전액 국비지원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지난 2006년 처음 시작해서 지난해까지 총 322개 상인대학이 설치됐고, 누적 졸업생은 종 36,548명에 달한다.

    상인대학은 의식혁신이나 고객응대론 같은 기초 경영기법에서 상품개발과 포장, 재고관리법같은 선진 경영노하우 전수까지 각 시장의 처지에 맞게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경원은 상인대학 과정을 거친 시장은 지난해 시장 평균 매출이 3% 이상 상승한 반면 그렇지 않은 시장은 17% 매출이 감소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