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은 이미 시작되었다 
    한밤의 도둑처럼 올지도

     얼마 전 남한의 이명박 대통령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통일은 뜻밖에 갑자기 올 수 있고, 마치 한밤중에 아무도 몰래 도둑이 드는 것처럼 그렇게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한의 통일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속도와 방법으로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민족 앞에 닥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서 북한의 관영 매체들이 격렬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런 발언이 제도붕괴와 북한붕괴를 노리는 것이라는 것이다.

     남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패배한 북한 정권으로서는 통일 얘기만 나오면 지레 겁을 먹을 수 있다. 통일되면 그동안 남한과 미국의 위협을 구실로 쌓아 올린 독재의 공든 탑이 무너진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일이란 민족적인 대사가 어느 개인이나 집단의 의지에 따라 그 경로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의 미약한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거대한 섭리가 있다. 그런 통일문제를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막으려는 것은 마치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짓이다.

     독일의 사례를 들어도 마찬가지다. 독일이 통일된 것은 1990년 10월 3일인데 그해 3월에 당시 서독의 수상이던 콜 총리가 언론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독일이 언제 통일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콜 수상의 답변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로선 통일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그러나 7개월도 안 되서 독일통일이 이뤄짐으로써 통일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던 콜 총리의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어느 면에서 우리 민족의 통일은 이미 시작되었다.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로 분단되었던 1948년부터 우리는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장구한 세월을 함께한 우리 민족에게 분단 60년은 한 순간에 불과하다. 지금 남한에 거주하는 탈북자의 수가 2만 명을 넘어섰고, 남한의 문물이 북한으로 조용히 스며들고 있는 것은 그 만큼 통일의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민족의 통일 문제가 일개 정권의 안위를 위해서 좌지우지될 수 있는 그런 문제는 아니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직시하는 지혜를 갖추고 시대의 대세를 거역하지 않는 현명함을 갖춘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세계사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