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인의 천재와 끔찍한 부모들'
  • 훌륭한 위인 뒤에는 훌륭한 부모가 있기 마련이다.

    에디슨의 창의성을 존중해준 어머니나 율곡 이이를 키운 신사임당부터 가깝게는 '정 트리오'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 고(故) 이원숙 여사까지 모두 위인을 '만들어낸' 부모들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자식들을 끔찍이 학대하거나 혹은 자식에 광적으로 집착하거나, 반대로 철저히 방치한 부모 밑에서 특별한 재능을 꽃피운 자식들이 나오기도 한다.

    독일의 저술가 외르크 치틀라우가 쓴 '18인의 천재와 끔찍한 부모들'(미래의창 펴냄)은 이렇게 괴물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천재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독일 성직자 마르틴 루터는 '폭군형 부모'를 뒀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루터는 어린 시절 어머니, 아버지로부터 심한 매질을 당했다.

    호두 한 알 때문에 피가 나도록 회초리로 맞는 등 기둥에 묶이거나 탁자를 짚은 채 회초리나 몽둥이질을 당했는데, '자비로운 아버지'에 대한 루터의 이상이 종교개혁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의 배경이 되곤한다.

    모차르트와 엘리자베스 테일러, 마이클 잭슨 등 예술가들은 공통적으로 교관형 부모 아래서 자랐다.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는 어린 아들의 몸이 다 망가질 정도로 혹독한 연주여행을 강요했고,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딸을 통해 이루려 했던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어머니는 딸이 배역을 딸 수 있도록 호르몬 약제까지 투여해 몸을 만들었다.

    마이클 잭슨의 아버지는 일곱 살의 어린 마이클을 새벽 2시에 깨워 무대에 세우기도 했고, 잘 때 창문을 잘 닫지 않는 아이들을 혼내주기 위해 밤에 귀신 마스크를 쓰고 아이들을 놀라게 해 오랜 악몽을 꾸게 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영화배우 드류 배리모어의 어머니 역시 딸이 돌이 되기 전에 광고에 출연시키는 등 딸을 통해 자신의 배우 꿈을 이루려 했으며 후에 명성을 쌓은 딸에게 경쟁의식을 느끼기도 했다.

    저자는 "자녀가 잘되었다고 해서 부모가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필요충분 관계가 모호한 것"이라며 "훌륭한 부모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한 가지 확실한 기준은, 자녀가 성장한 이후 어린 시절을 '즐겁게' 회상하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어 원제를 번역하면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다. 책 속 부모들의 공통적인 항변일 것이다.

    강희진 옮김. 272쪽. 1만3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