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권 발동 초읽기與野, 국정조사 필요성에 공감다만 시기에 대해서는 이견
  • 사상 최대·최악의 사건인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가 사실상 확정됐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요구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한나라당 소속 의원 35명이 6월 임시국회에서 저축은행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한 데 이어 27일에는 황우여 원내대표가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니 전모가 밝혀지면 정치권에서도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한나라당은 검찰 조사 이후에 국정조사를 하자고 하는데, 검찰 수사가 더디고 미온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6월 임시국회 시작과 함께 바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국정조사를 언제 실시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여야의 생각이 조금 달랐지만, 국정조사필요성에 있어서는 정치권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 국정조사를 실시하기 위한 의석수도 확보됐다. 국정조사는 특별위원회 또는 상임위원회 주체로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이 서명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해 의결을 거치면 국정조사권이 발동된다.

    야당 의석을 합하면 120석. 여기에 한나라당 의원 35명이 공개적으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고 황우여 원내대표가 사실상 공개 추진 의사를 밝힌 점을 감안하면 최소 155석 이상, 과반수를 넘어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여야는 불똥이 튀기 전 국정조사를 통해 서둘러 진화에 나서겠다는 분위기다.

    노무현 정부 인사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으로 소환될 것으로 알려진 뒤 검찰의 칼날이 현(現) 정부와 전(前) 정부를 동시에 겨누면서 국정조사에 불을 지핀 셈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부산·경남 지역, 민주당에서는 광주·전남 지역에 지역구를 둔 일부 의원들의 이름이 거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를 무마시켜 달라는 등의 청탁과 함께 1억여원을 받았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

    은 씨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친위그룹인 ‘안국포럼’의 핵심멤버다. 2007년 이 후보의 법률지원단장을 맡아 ‘BBK 주가조작 사건’에서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은 씨에 대한 수사가 현 정부 실세들에 대한 수사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 인사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이자 해동건설 회장인 박형선 씨가 열쇠를 쥐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박 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이 경기 시흥시 영각사 납골당 건축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 불법대출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25일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검찰은 박 씨가 호남지역에서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데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해찬 전 국무총리,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고위 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 씨가 부산저축은행그룹이나 해동건설의 사세 확장에 정관계 인맥을 동원했을 소지도 있다고 보고 수사할 방침이다.

    이처럼 거센 후폭풍이 불면서 정치권은 초긴장 상태다. 국정조사가 모든 사태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