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간의 친선을 위하여  
     
    6.25 전쟁 중에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친선과 협력, 봉사와 희생을 도모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가 USO라고 들었습니다. 이 단체가 해마다 한국과 미국과 그 밖의 나라들의 유지들과 장병들을 800여명 초청하여 큰 연회를 베푸는 것이 관례인데, 지난 7일 저녁에는 그 모임이 서울 시내 하야트 호텔에서 있었는데 나는 영어로 주제 강연을 부탁받고 참석했습니다.

    북이 소련이나 중공과 같은 공산독재국가들의 사주를 받고 38선 전역에서 남침을 감행한 것은 1950년 6월 25일 새벽의 일이었습니다. 아무 준비도 없이 갑작스레 동족에게 폭행을 당한 대한민국은 어쩔 줄을 모르고 후퇴에 후퇴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반도가 전쟁으로 불바다가 되고 공산군에 의해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짓밟히게 되었다는 소식에 접하자마자 당시의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만은 미 육해공군의 총사령관으로 미국의 젊은 장병들에게 “즉시 달려가 한국을 도우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달려온 미군의 상당수는 대한민국이 지구 어디에 붙어있는지조차 잘 모르면서도 그것이 미국의 젊은이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인 줄로 믿고 달려와 5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10만 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고 8천 명 이상이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유엔 깃발 아래 모인 16개국의 젊은이들이 그들의 참전이 아니었다면 지도에서 소멸되고 말았을 대한민국을 살려 오늘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나서, 나는 내가 여러 해 전에 텍사스의 코퍼스크리스티에 초대 받아 어떤 모임에서 강연할 일을 회고하였습니다. 나를 연사로 초청한 단체는 ‘도그 세븐(Dog Seven)’이라는 6.25가 터진 그 해 9월,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한 미 해병대의 용사들, 이미 다 노인이 됐지만 그들이 젊었던 그 날의 감격을 되새기며 해마다 모이는 것이었습니다. 회원들이 나름대로 성공하여 의사나 변호사나 사업가가 된 이들이 여럿이었는데, 그 중에는 팔을 하나 잃은 사람, 다리가 하나 없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들을 향해 내가 이렇게 말했던 것을 엊그제 회상하였습니다.

    “친구여, 그대는 그 팔 하나를, 그 다리 하나를 잃은 게 아닙니다. 그 팔을, 그 다리를 한국에 주었습니다. 한국이 민주적인 국가가 되고 경제가 발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 그들의 희생의 열매로 오늘의 한국이 있습니다. 한국의 번영이 있습니다. 은혜를 모르는 개인이나 국가는 한심한 개인이 되고 한심한 국가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