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공포 확산,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 “장사하고 처음 겪는 불황”농수산식품부 “매일 방사능 검사 결과 실시간 공개”
  • 8일 오전 10시 노량진 수산시장 입구. 어른 서너명은 충분히 오고 갈 수 있는 널찍한 시장통로가 한산하다. 그나마 시장통을 채우고 있는 이들도 상당수는 상인들이고 이따금 가게를 기웃거리는 손님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몇 마디 물어볼 뿐 물건을 사는 모습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통로를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길게 늘어선 가게 중에는 문을 열지 않은 곳도 눈에 띈다.

    일본 원전사고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수산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원산지 표시에서 일본산은 아예 자취를 감췄고 국내산도 시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국내산이나 일본산에 비해 관심이 덜했던 동남아산과 일본 원전 사고 전 잡힌 냉동수산물이 인기를 얻고 있다.

    20년 가까이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장사를 시작한 지 지금처럼 손님이 발길을 뚝 끊은 것인 이번이 처음”이라며 “생물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한숨을 내 쉬었다.

    근처에서 멍게, 해삼, 어패류 등을 팔고 있는 또 다른 상인도 “동해안에서 잡히는 것은 무조건 안 팔린다”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은 국내산도 마찬가지였다. 낙지와 문어, 새조개 등을 팔고 있는 한 상인은 “전남무안산이라고 원산지를 붙여놔도 한참을 망설인다. 낙지는 동해안에서 잡히지도 않는데 찾지를 않는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게마다 때 아닌 할인판매를 하고 있다. 많게는 평소 가격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떨이’를 하고 있다. 그나마 제값을 받고 파는 수산물은 냉동창고에서 꺼내온 원양산 냉동어류들 뿐이다. 방사능 피폭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역과 다시마도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

    건미역과 다시마 등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그나마 ‘본전치기’는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평소보다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전부 다 안 되니까 요샌 상인들끼리 말도 잘 안 한다”라고 말했다.

    수산시장은 물론 전체 수산물에 대한 매출이 추락하는 데는 국내산에 대한 불신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여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현재와 같이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농수산식품부 관계자는 “6일부터 전용 사이트를 개설해 매일 농축수산물 방사능 감사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면서 “정확한 검사결과를 신속히 공개하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겠느냐”고 말했다. 수산물 소비촉진을 위한 정부차원의 캠페인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