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 물랭루즈와 상하이호텔
  • <휘파람> 물랭루즈와 상하이호텔

    ▶ 파리 몽마르뜨르의 번화가 클리시 거리에 있는 물랭루즈(Moulin Rouge, 붉은 풍차)는 역사 깊은 파리의 명물이다. 옥상의 붉은 네온사인으로 만든 풍차에서 이름이 유래된 물랭루즈는 1889년 처음 카바레로 문을 열었으나 뮤직홀로 개축되었다가 불탄 뒤 재건하면서 댄스홀로 바뀌었다. 유성영화가 등장하면서는 영화관으로 잠시 사용되다가 다시 댄스홀로 돌아가 오늘날과 같은 관광객을 위한 공연장이 되었다. 프렌치캉캉은 물랭루즈의 대표적 흥행물이다.

    마타하리(Mata Hari)는 물랭루즈에서 스트립댄서로 일한 네덜란드 출신의 마가레타 G. 젤레의 예명이다. 말레이어로 ‘새벽의 눈동자’란 뜻이다. 마타하리의 남자 편력은 유별나다. 인도네시아 주둔장교와 결혼했으나 프랑스 외교관의 정부이자, 베를린에서는 러시아계 장교의 연인이기도 했다. 프랑스와 독일을 오가며 사교계를 주름잡는 이 매혹의 여성에게 독일 정보장교들이 접근, 프랑스군의 정보를 염탐해주면 돈을 주겠다고 제의하면서 마타하리의 스파이생활이 본격화된다.

    ▶ 마타하리는 프랑스의 국방장관, 외교관, 고급장교들을 대상으로 스파이활동을 벌인다. 그녀가 독일에 제공한 정보들은 군사적으로 가치 있는 정보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프랑스 고위층의 사생활이나 갈등관계에 더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마타하리는 독일의 첩자노릇을 하면서 독일에서 얻는 정보를 프랑스에 넘기는 이중스파이로 변신한다. 독일의 첩보대장을 유혹하라는 밀명을 받고 스페인 마드리드로 가늘 길에 그녀에게 한통의 전문이 전달된다. 마타하리가 양다리를 걸친 것을 눈치 챈 독일이 그녀를 제거하기 위한 교묘한 작전의 일환이었다. 전문에는 그녀가 독일의 간첩으로 활동 중임을 암시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프랑스측이 이 전문의 내용을 해독할 수 있으리라고 보고 독일이 일부러 보낸 것이었다. 마타하리는 프랑스로 돌아오자마자 반역제로 체포돼, 사형이 선고돼 총살형을 당했다. 마타하리가 유명해진 데는 그녀의 스파이활동보다는 그녀의 미모와 유혹에 넘어간 남자들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 외교란 뜻의 영어 ‘diplomacy’는 그리스어의 ‘diploun’(접다)에서 나왔다고 한다. 로마시대에는 통행증이나 여행증명서 등을 지칭했다. 외교관의 기원은 전령이나 사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족간 국가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그 역할이 중요시돼 기능이 세분화됐다. 설득에 능한 웅변가형, 문서를 잘 다루는 문서보관형, 상황을 살피는 관찰자형, 상주대사형 등으로 분류되는데 근대적 의미의 외교관은 1차 세계대전 후 본격 출현했다.

    상하이주재 한국영사관의 외교관들은 어떤 형의 외교관에 속할까. 남편이 있는 30대 현지여성에게 멋대로 휘둘린 외교관들의 작태는 이들이 과연 외교관인가를 의심케 한다. 외교관끼리 연적관계에 있는가 하면, 무슨 책을 잡혔기에 해괴한 각서를 다 쓰고, 외교행사가 열린 호텔 방에서 여자의 어깨에 팔을 얹고 사진도 찍었다. 주었는지 뺏겼는지 모르지만 상당한 정보도 흘러갔다. 교민사회에는 소문이 쫙 퍼졌는데 저들만 몰랐단다. 여태 드러난 것으론, ‘상하이女’는 마타하리와 비교되지 않는 브로커이거나, 자칭 ‘정보원’일 가능성이 높다. 현지여성과 뒤얽혀 3류 스캔들을 만들어 낸 조연으로 전락한 우리 외교관들의 꼴이라니!

    (본사부사장/칼럼니스트)